인류사 그려낸 SF거장 공상 넘어 이상을 담다
과학소설(SF)이 허무맹랑한 공상만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장르에는 큰 오명이다. 과학소설은 인류사의 과거와 미래를 담는다. 20세기 공상과학영화 속에 묘사됐던 숱한 최첨단 기술이 오늘날 현실화된 건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미국에서 한동안 유일한 흑인 여성 SF 작가로 주목받았던 옥타비아 버틀러는 이렇게 말한다. "전 인간의 차이, 모든 인간의 차이에 대해 쓰고 독자들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게 돕는 것이 작가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또 SF 작가들이 원하기만 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SF 작가들은 다른 작가들보다 사회적 양심이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거든요."
SF 작가로는 처음으로 이른바 '천재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 프로그램을 받은 작가. 과학기술에 대한 상상력뿐 아니라 인종·성별·환경·정치·종교 등 사회 문제를 작품에 녹여내며 SF의 폭을 넓힌 작가. 2006년 향년 58세로 생을 마감한 작가 버틀러의 과거 인터뷰를 한데 모은 책이 나왔다. 그의 작품, 작가이자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 글쓰기에 관한 고찰 등 많은 생각이 엿보인다. 소설가 김초엽은 추천사를 통해 "이미 버틀러의 팬인 독자뿐 아니라 버틀러를 이제 막 만나보고 싶은 독자에게도 선물 같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버틀러는 1975년 첫 장편 '패턴마스터'를 내며 전업 작가로 데뷔했다. 1984년 단편 '말과 소리'로 휴고상을, 다음해 단편 '블러드 차일드'로 휴고상과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연달아 받으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 밖에도 '킨'에선 남북전쟁 이전으로 시간 여행을 해 노예 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흑인 여성을, '우화' 시리즈에선 기후변화와 계급사회에서 발생하는 차별 등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그러나 흑백, 남녀 등 이분법에 결코 갇히지 않았다. 버틀러 작품 속 인물들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그만큼 작가 자신도 '흑인' '여성' '특정 상 수상자' 등 몇 가지 수식어로 다 표현될 수 없는 복잡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작가가 자신이 쓴 소설 밖으로 나와 직접 입을 열면서 작품 이면의 고민은 물론이고 자신에게 필연적으로 따라 붙는 '명성'에 대한 거부감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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