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 2023] 美 암 정복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K바이오 기업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큐브바이오’, ‘EDGC’, ‘HLB파나진’, ‘싸이토젠’ 등 혈액이나 소변, 땀방울 등에 남아 있는 DNA로 암진단하는 액체생검 기술 기업이 우세
국내외 기업들과 함께 암 진단·치료 기술 개발 노하우 교류·협력해 암 정복 기대
GC셀이 지난 25일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 문샷(Cancer Moonshot)’에 참여하며 국내 참여 기업이 지금까지 총 12곳으로 늘어났다. 국내 제약기업들이 미국 등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연구 성과를 교류하며 암 관련 신약과 신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캔서문샷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향후 25년 간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최소 절반으로 줄이고 암 환자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로 진행 중인 암 정복 프로젝트다. 바이든 대통령이 “캔서문샷은 내가 대통령에 출마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에 처음으로 자금을 지원 받고 2022년부터 본격 운영 중이다. 정책적인 지원은 물론, 한해 18억 달러(약 2조3000억 원) 투자한다.
캔서문샷의 목표를 이룰 민간과 공공 개방형 혁신 협력체인 ‘캔서엑스(Cancer X)’에는 존슨앤존슨, 아스트라제네카, 다케다 등 다국적 제약사들과 MD앤더슨, 메이요클리닉, 다나-파머 암센터 같은 의료기관, 인텔, 아마존, 오라클 같은 IT 기업이 협력하고 있다. 암 치료제의 개발뿐 아니라 예방, 진단, 치료의 전 단계를 관리하고 협력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선도 기업들과 기관들이 함께 모였다.
캔서엑스에 참여 의사를 밝힌 국내 기업은 지금까지 12곳에 이른다. 의료 AI 개발기업인 ‘루닛’은 가장 먼저 합류한 기업이다. 루닛은 지난 6월 캔서엑스 창립 멤버 92개사 중 하나에 들었다. 캔서엑스 멤버가 되면 상호 실시간 소통을 통해 정기 온라인·오프라인 월간 미팅에 참여해 활발히 협력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루닛은 흉부 엑스레이 영상 분석 암 진단 AI인 ‘루닛인사이트’ 시리즈와,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한 바이오마커 AI ‘루닛스코프’ 시리즈를 개발했다. 루닛 인사이트가 지난해 벌어들인 매출액만 139억 원으로 전세계 의료 AI 기업들 중 처음으로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현재 전세계 의료기관 2500여 곳이 루닛인사이트를 도입했다.
루닛은 또 미국 텍사스대 의대 부속 MD 앤더슨암센터와 다양한 암에서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치료 효과 분석을 위한 연구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 혈액, 소변, 땀 등에서 암 찾아내는 ‘액체생검 기술개발 기업 우세
루닛에 이어 액체생검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도 캔서문샷에 잇따라 합류했다. 액체생검은 혈액이나 소변, 땀 등 체액 안에 든 DNA로 암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도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췌장암 진단키트 등 항체의약품을 개발하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지난 7월 캔서문샷에 합류했다. 이 회사는 췌관선암 과발현 인자(PAUF)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치료제와 췌장암 조기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혈중 PAUF를 검출해 췌장암을 조기진단하는 기술은 췌장암 조기진단 키트 중에서는 가장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 덕분에 항체의약품 기업 중에선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가장 먼저 합류했다는 평가다.
같은 달 암 분자 진단 전문기업 ‘젠큐릭스’도 캔서문샷에 합류했다. 이 회사는 기존 중합효소 연쇄 반응(PCR)보다 정확한 디지털 PCR로 환자 약물치료 반응성을 예측하는 진단(동반진단) 검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8월에는 ‘큐브바이오’와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HLB파나진’, ‘싸이토젠’이 캔서문샷에 참여했다. 역시 액체생검 기술을 주로 개발한 곳들이다. 큐브바이오는 소변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연구개발했다. 지난해에는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으로 소변 기반 췌장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소변으로 암을 스크리닝할 수 있는 기술이 암 검진율과 조기발견율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EDGC는 소변이나 혈액, 침방울 등에 남아있는 유전체를 분석해 암을 진단한다. 역시 조직을 떼내 검사하지 않고 유전체 속 돌연변이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수월하게 암을 찾을 수 있다. 피 한 방울로 대장암과 폐암, 유방암, 위암 등 4종을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HLB파나진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펩타이드를 합성해 만든 ‘인공DNA(펩타이드 핵산·PNA)’를 개발해 대량생산할 수 있다. PNA는 DNA보다 화학적으로 안정적이고 결합력이 높다. 그만큼 찾고자 하는 유전자변이를 빠르게 찾고 증폭시킬 수 있어, 암유전자 검사의 정밀도와 정확도를 높인다.
싸이토젠은 순환종양세포(CTC) 기반 액체생검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고밀도 미세다공칩을 개발해 혈중 CTC를 손상 없이 모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9월에는 랩지노믹스와 비엘사이언스, HLB가 캔서문샷에 합류했다. 랩지노믹스 역시 액체생검 전문기업이다. DNA 메틸화 정도(후성유천체)를 암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전립선암 조기진단을 위한 키트를 개발하고 있으며 췌장암과 난소암, 알츠하이머 치매 등도 연구 중이다.
비엘사이언스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자경부암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를 검출하는 생리대 형태의 키트 ‘가인패드’를 개발했다. 검사 키트를 자가 구입해 채취한 뒤 분석 기관에 보내면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 특히 산부인과 질환을 진료 받기까지 오래 걸리는 미국 시장에서 유리하다. 이미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의료기기로 허가 받았다.
HLB는 경구용 표적 항암제인 ‘리보세라닙’과 교모세포종(GBM), 메르켈세포암에 대한 DNA 치료백신, 그밖의 고형암에 대한 차세대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엔젠바이오와 GC셀은 10월에 캔서문샷에 합류했다. KT 사내 벤처 1호인 엔젠바이오는 차세대염기서열(NGS) 분석 기술 기반으로 암을 정밀 진단하는 시약과, 대용량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하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토대로 고형암과 혈액암을 정밀 진단하는 제품과 골수 이식 전 공여자의 적합성 여부를 정밀 검사하는 제품을 개발해 서울대병원과 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병원 20여 곳과 해외 20여 곳에 적용했다.
GC셀은 세포유전자치료제(CGT)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간암 수술 후 자가 T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주’를 개발해 누적 9000여 명을 치료했다. 최근 CAR-NK 세포치료제 ‘AB-201′를 개발해 국내외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약물은 특정 유전자(HER2)가 과발현된 유방암, 위암 등의 고형암을 표적해 치료한다.
캔서문샷에 합류한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암 진단·치료 관련 기술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은 곳들이다. 자기들만의 노하우와 데이터들을 국내외 캔서엑스 멤버들과 공유해 암 정복을 목표로 협력할 예정이다. 그만큼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높다.
루닛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EDGC는 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열리는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에 기조강연 연사와 패널로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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