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계파·지역 안배' 인선이라는데... 비명계 반발, 왜?

김도형 2023. 10. 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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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을, 정책위의장엔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이개호(3선,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박 최고위원이 내년 총선에서 비명계 박영순(대전 대덕) 의원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비명계 찍어내기'인 셈이고, 이 정책위의장도 이낙연 캠프 출신임에도 이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목소리를 낸 적이 없는 인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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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직 최고위원 '친명·충청' 박정현
정책위의장에 '비명·호남' 이개호 임명
"지역 안배·당 통합 위한 이재명 의지"
비명 "비명계 찍어내기, 강성 팬덤 여전"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을, 정책위의장엔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이개호(3선,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친명계와 비명계, 충청과 호남을 아우르는 '통합 인선'이라고 설명했지만, 비명계 인사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보여주기식 '말 따로 행동 따로' 인선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박정현 최고위원이 친명이냐?"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인선안을 인준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른 당 내홍과 맞닿아 있다. 가결 책임을 지고 이 대표가 통합을 명분으로 임명했던 비명계 송갑석 전 최고위원이 자진사퇴했고, 자진사퇴한 비명계 박광온 전 원내대표 후임을 뽑는 원내대표 선거에 김민석 전 정책위의장이 출마하면서 사의를 밝혔기 때문이다. 단식 치료 후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의 인선이 당내 통합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배경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이 대표의 의사가 반영된 인사"라고 설명했다. 대전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환경운동가 출신인 박 최고위원과 이낙연 대선 캠프 출신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이 정책위의장 지명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다만 이 대표는 '박 최고위원이 친명계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분이 친명이냐, 잘 모르겠다"고 거리를 두었다.


사실상 비명계 찍어내기... "이낙연 캠프 출신 다 비명계냐"

비명계의 시각은 지도부와 달랐다. 표면적으로 계파와 지역을 고려한 인선이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박 최고위원이 내년 총선에서 비명계 박영순(대전 대덕) 의원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비명계 찍어내기'인 셈이고, 이 정책위의장도 이낙연 캠프 출신임에도 이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목소리를 낸 적이 없는 인사라는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권을 갖고 있지 않아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명계의 요구가 반영될 통로가 사라졌다는 불만이 작지 않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혁신계(비명계)' 박영순 의원을 찍어내기 위함이 아니라면 박 최고위원의 불출마가 전제돼야 한다"며 "자신과 계파가 다르다고 동료 의원 가슴에 칼을 들이대는 행위를 어찌 통합이라 할 수 있겠나"라고 적었다. 아울러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사의를 표했지만 여전히 직을 유지하고 있는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 등을 겨냥, "비명계인 박 전 원내대표와 송 전 최고위원이 쫓기듯 내려오는 가운데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조 사무총장은 마땅히 직에서 내려와야 된다"고 주장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정책위의장 인선에 대해 "그분이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느냐"며 "이낙연 캠프 출신을 비명계라고 한다면, (이낙연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을 지낸) 홍익표 원내대표도 비명계냐"고 되물었다. 실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만든 '수박(비명계의 멸칭) 당도 감별 명단'을 보면 이 정책위의장은 당도 '0'으로, 친명계 의원들과 같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개딸들의 강성 팬덤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자제 메시지는 없지 않느냐"며 "이걸 통합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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