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김진유, 오늘만 사는 예쁜 남자!

김종수 2023. 10. 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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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생팀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누구일까? 리그 최고의 슈터 전성현(32‧188.6cm), 듀얼가드 이정현(24‧187cm), 외국인선수 제로드 존스(33‧206cm) 등 다양한 이름이 나올 수 있겠다. 실질적으로 이들 셋은 올 시즌 소노를 이끌어갈 삼각편대다. 여기서 얼마나 많은 득점+파생효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소노의 성적이 갈릴 수 있겠다.


2경기를 치른 현재 이들 빅3 못지않은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가 있으니 다름 아닌 김진유(29‧188cm)다. '미친놈이다. 너무 예쁜 미친놈'이라는 소속팀 김승기 감독의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명성이 쟁쟁하다. ’소노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김진유밖에 안보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당연하겠지만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공격을 주도하는 주포나 흐름을 지휘하는 메인 볼핸들러다. 수비나 허슬플레이어같은 경우 씬스틸러는 모르겠으나 주인공급 존재감을 내기는 쉽지 않다. 경기 내내 하이라이트급 수비나 허슬플레이를 반복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적어도 최근 2경기에서의 김진유는 그게 된다. 팀은 2연패에 빠져 있지만 누구보다도 지고 싶지 않다는 비장한 각오가 얼굴에 그려져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17분 52초를 소화하며 평균 2.37득점, 1.15어시스트, 4.02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했던 그는 소노와의 첫 연봉협상에서 1억 3천만원에 계약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억대 연봉을 받게 됐다. 그만큼 공헌도를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성적만 놓고 봤을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생각이 달라진다.


소노같이 높이가 낮고 양궁 농구를 하는 팀에 김진유같은 스타일은 꼭 필요하다. 단순히 활동량 좋은 디펜더라는 것만으로는 그에 대한 표현이 아쉽다. 엄청나게 뛰고 필사적으로 수비하고 궂은 일이 특기인 허슬 대장, 크레이지맨이다.


한동안 김진유는 ‘BQ(바스켓 아이큐)´가 낮다는 편견에 시달려왔다. 어떤 면에서 본인은 살짝 억울할 수도 있다. 그가 이러한 부분을 지적받은 것은 대부분 포인트가드를 맡을 때 나왔다. 1번으로서는 크지만 2번으로서는 평범한 편이고 거기에 더해 외곽슛도 좋지 못한지라 팀 사정과 맞물려 포인트가드로 나설 때가 많았다. 하지만 대학 시절까지 주로 슈팅가드로 뛰던 그에게 1번은 맞지 않는 옷이었다. ​


리딩, 패싱게임 등을 주도적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생소함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주전급으로 밀어주는 선수도 아닌지라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았다. 플레이가 잘 안될수록 마음은 급해졌다. 짧은 시간 동안 뭔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냉정함이 필요한 포지션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김감독과 김진유의 만남은 서로에게 윈윈이 됐다. 김감독은 김진유에게 어색한 1번을 맡기기보다는 잘하는 궂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확실한 역할을 주었다. 그 결과 김진유는 다른 팀에서도 탐낼만한 수비수로 거듭났다. 앞선에서부터 악착같이 상대 가드진을 마크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보다 큰 포워드 수비도 담당했다.


활동량이 많고 볼없는 움직임이 좋은지라 공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시선을 놓치지 않았고 필요하다 싶으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렸다. BQ가 좋지 않다는 오해도 풀렸다. 블루워커로서의 그는 매우 영리한 선수다. 어지간한 상대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세세한 버릇은 이미 훤히 꿰고 있으며 거기에 맞춰서 다양한 형태로 수비가 진행된다.


에이스 스토퍼는 물론 팀 수비에도 능하다. 실질적으로 소노의 수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있다는 평가다. 이런 선수가 BQ가 낮을 수가 없다. 빼어난 공격수 중에도 수비가 안좋은 선수가 있듯이 김진유는 그 반대의 경우였을 뿐이다. 넓은 시야와 패싱 센스를 바탕으로 원맨리딩이 가능한 선수를 수비가 약하다는 이유로 ’BQ가 좋지 못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거기에 더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는 김진유의 또 다른 특기가 있으니 다름 아닌 리바운드다. 낙구지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좋고 자신보다 큰 선수와의 몸싸움이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향인지라 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잡아낸다. 장신숲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공을 낚아채고 빠질 듯한 공도 몸을 날려 살려낸다. 사이즈 대비 버티는 힘이나 제자리 점프가 대단하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역대 가드 한 경기 최다 리바운드 기록(17개)을 기록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프로농구 역사상 17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한 선수는 이전까지 3명이 있었다. 케이투 데이비스(1998년), 버나드 블런트(1999년), 안드레 에밋(2017년)이 그 주인공들로 모두 외국인선수였다. 순수한 토종 선수로는 김진유가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전 이상민의 14리바운드를 가볍게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김진유같은 유형의 선수는 비단 김감독 뿐 아니라 대다수 지도자가 좋아할 스타일이다. ‘농구는 흐름의 싸움이다’는 말처럼 쉴새없이 파이팅을 통해 다른 선수들의 투지까지도 덩달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무엇보다 팀 분위기를 바꿔놓는 선수다. 이런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팬 또한 '예쁘게 농구 한다'는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


우당탕탕 투박하기 그지없는 움직임의 연속이지만 경기 흐름을 끊임없이 좋은 쪽으로 이어가려고 애를 쓰는 모습에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지난 24일 서울 SK전에서는 개인 통산 4번째 두 자리수인 12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아쉽게도 3점슛 3개를 시도해 모두 실패하며 무득점 12리바운드(공격 리바운드 6개)에 그쳤다. 현재 2경기에서 평균 3득점, 2어시스트, 8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자신이 뚫리면 뒤가 없다는 각오로 온몸을 불사르고 있는 허슬대장 김진유, 그는 늘 그렇듯이 매경기 배수의 진을 치고 오늘만 살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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