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과 파행, 탕후루·아이돌 '눈길'…21대 국회 마지막 국감 마무리
첫날부터 파행…이재명·오염수·통계조작 정쟁 되풀이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제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18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7일 마무리된다. 이번 국감 역시 총선을 앞두고 한층 분주해진 여야의 정치공방 속에 '맹탕국감'이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파행으로 시작한 국감은 후반부 여야 협치 기류를 타고 이색 증인·참고인의 국감 출석 장면과 귀를 사로잡는 발언들을 남겼다.
지난 10일 시작한 2023년도 국감은 국회 겸임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정보위원회가 실시할 다음 달 국감 일정을 제외하면 이날 8개 상임위 종합감사를 끝으로 사실상 종료된다.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국감이자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열린 이번 국감에서 여야 모두 한 방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상임위마다 상황이 달랐지만, 전반적으로 치열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했다"며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어 오히려 지역구 관리로 분주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한 여당 보좌진은 "공격수 역할을 자처해야 할 야당이 민생정책 점검에 나서기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등 흑색선전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어느 때보다도 허무했다"고 했다.
이어 "오죽하면 정부 공무원 사이에서도 부처 사업 전반에 대응하기보다 특정 현안에만 집중하는 국감이 이례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국정감사는 헌법 제61조와 국회법에 따라 국가 운영을 감시하고 입법과 예산심사를 위한 검증을 하는 국회 기능이다.
국감 첫 날인 지난 1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박민 한국방송공사(KBS) 신임 사장 후보자를 비판하는 손팻말을 두고 감사 시작과 동시에 파행을 빚었다.
둘째 날인 18일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자료 제출을 강요받았다"고 발언해 오전부터 파행했다.
파행과 고성이 난무한 국정감사는 3주차인 지난 23일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에서 고성과 막말을 금지하기로 한 '신사협정' 체결을 기준으로 피감기관 감시와 정책 검증에 집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국정감사기간 피감기관에 대한 매서운 질의로 주목받은 '스타 의원'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주요 증인·참고인은 올해도 화제가 됐다.
보건복지위원회는 국감에 탕후루 프렌차이즈 '왕가탕후루' 운영진을 불러 과일에 설탕을 입힌 디저트 탕후루 인기에 따른 소아 당뇨 및 설탕 과소비 문제를 질의했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 중인 아이돌 그룹 위너 출신 남태현씨도 참고인으로 복지위 국감에 출석해 마약 중독 치유 재활센터 치료 과정을 소개하고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는 발달장애인 최초로 문석영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동료지원가 사업 예산 삭감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동료지원가는 중증장애인이 다른 중증장애인의 외출 등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직무다.
정부 부처나 피감기관장과의 설전이 오가는 가운데 나온 국회의원들의 발언도 국감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번 국감은 이재명 대표 구속 영장 기각,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 감사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 등 민감한 정치 쟁점을 두고 관심이 뜨거웠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기획재정위원회회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형일 통계청장을 질타하며 "통계청장이 대답도 못 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단도리할지 알 수가 없다. 열 받는 바람에"라고 발언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 홍범도 장군 흉상 설치가 대적관을 일정 부분 흐리게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답하자 "총장, 정신 차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의혹이 많이 해소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과방위 국감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대구의 한 수산물시장을 찾아 방사능 측정기로 수산물 방사능 측정을 한 것을 비판하며 "집권여당의 김기현 대표가 엉뚱한 쇼를 한다"고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4일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재판 지연을 지적하며 "법원이 이 대표의 대권가도에 레드카펫을 깔아준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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