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가자지구…유엔 “구호품 거의 들어가지 않아”

최서은 기자 2023. 10. 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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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라파 국경을 통과해 가자지구로 진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주말부터 라파 국경이 일부 개방되면서 가자지구에 일부 구호품이 반입되고 있지만, 실제 전달되는 양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가자지구에 진입하기 시작한 인도주의적 구호 트럭은 현재까지 74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엔이 가자지구에 필요하다고 밝힌 하루 100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이번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매일 약 500대의 트럭이 가자지구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유엔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호품이 가자 지구로 거의 흘러 들어가고 있지 않다”면서 “민간인들은 어디에 있든 보호돼야 하며, 생존에 필요한 필수품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안전했던 지역으로 여겨졌던 곳에도 폭격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식량계획(WFP)도 과도한 국경 검문으로 구호품이 가자지구로 제대로 반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디 매케인 WFP 사무총장은 “트럭 몇 대가 겨우 겨우 들어왔다. 지금 많은 양이 들어와야 한다”면서 “사람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굶어 죽지 않게 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안전하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매케인 총장에 따르면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각 구호 트럭은 검문소에서 화물을 내린 다음 검사가 완료되면 다시 적재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심각한 것은 연료 문제다. 음식, 물, 의약품 등의 구호품은 소량이라도 전달되고 있지만, 연료 반입은 아예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군사 목적으로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며 연료 공급을 거부하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곧 연료 비축분이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유엔도 구호 활동을 크게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엣 투마 UNRWA 국장은 “가자지구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200만명의 목이 조여오고 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지원이 거의 없어 가자가 질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UNRWA 시설로 대피한 난민 62만9000명에게 생명줄을 제공하려면 연료가 긴급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망자와 부상자로 넘쳐나는 가자지구 내 병원의 상황도 한계에 다다랐다. 몇 주 전 여행에 나섰다가 가자지구에 갇힌 영국 로열 리버풀 대학병원의 외과의 압델카데르 하마드는 “병원은 수많은 부상자를 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를 치료할지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며 “의료 장비가 부족하고 연료도 바닥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마스 측이 발표한 전쟁 사망자 수의 신뢰성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문을 제기한 가운데 국제인권단체와 가자지구 당국이 이를 반박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숫자가 조작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신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과거부터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분쟁 사건을 자체적으로 조사해왔는데, 하마스가 발표한 사망자 수가 단체의 조사 결과와 같았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 역시 6747명의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어린이 2665명을 포함해 사망자들의 이름, 나이, 성별 등이 포함됐다. 당국은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사망자 281명을 더해 현재까지 총 702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건물 잔해에 깔려있다고 추정되는 실종자,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매장된 사람, 병원에 사망 기록이 없는 사람 등을 포함하면 실제 사망자 수는 이것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의 민간인 희생자 수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유엔 총회에서 “애도할 시간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이 자국 국민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언급하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 대표들이 1000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한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말하면서, 왜 매일 1000여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지는 상황에는 같은 분노를 느끼지 않냐”고 지적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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