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료 이것밖에 안줘?" 의료 AI, '비급여 상한'에 울상

박정렬 기자 2023. 10. 2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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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공지능(AI) 의료기기에 대해 처음으로 보험급여 기준을 설정했지만 정작 '흑자 전환'의 기회를 맞은 의료 AI 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비급여 상한(비급여 캡)의 설정, 모호한 급여 기준으로 기대한만큼의 수익을 거두기 힘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개척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마저 감지된다.

27일 정부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디지털 치료기기와 의료 AI 등 신의료기술의 요양급여 방안을 결정했다. 정부는 의료 AI가 전에 없는 새로운 기술이란 점을 고려해 두 가지 급여 방안을 마련했다. 기본적으로 선별급여 형태의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되, 업체가 요청하면 비급여 사용이 가능하도록 기회를 부여했다.


먼저 선별급여는 AI 분야가 진단 보조 등 임상 현장에서 활용이 필요한 기술임을 고려해 영상전문의가 판독하는 경우의 10% 수준에서 제품별로 보상한다. 비급여 사용 시에는 환자 부담을 고려해 각 영상 검사 비용의 10%~30% 수준으로 가격을 제한하기로 했다.

선별 급여의 '기준'이 되는 "전문의 판독료의 10% 수준"은 영상 검사 종류마다 다르다. 1군(병리 검사)은 2920원, 2군(MRI, CT, PET 등 특수영상진단)은 1810원, 3군(내시경, 초음파)은 1180원, 4군(기타)은 310원이다. 영상 검사를 할 때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료는 검사비의 10% 수준이다. 이를 통해 비급여 상한의 기준인 "영상 검사 비용의 10~30% 수준"을 계산하면 1군은 최대 87600원, 2군은 최대 54300원, 3군은 최대 35400원, 4군은 최대 9300원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발표를 두고 의료 AI 업계는 '시작이 반'이라며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장 진입을 촉진하고 육성한다는 혁신의료기기(기술) 제도의 목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루닛의 흉부 엑스레이 인공지능(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 /사진=루닛


이유는 첫째, 다른 비급여 진료와 달리 정부가 가격을 제한한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비급여라 '포장'만 했을 뿐 사실상 정부가 가격을 제한한 것은 '지나친 간섭'이란 것이다. 제품을 개발해도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어렵게 만들어 의료 AI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둘째, 제품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수가 기준도 문제로 거론된다. 단순히 AI가 분석하는 영상 기록이 MRI인지(1군) X선(4군)인지에 따라 비급여 비용이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건 기술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성토한다.

한 의료 AI 업계 관계자는 "병원과 비용을 나누고, 대리점 등에 유통 마진을 떼면 수익의 절반도 채 남지 않는다"며 "정부가 제시한 수가가 너무 낮아 한숨만 나오지만 당장의 수익이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임재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부위원장은 "의료 AI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신호탄'이란 점은 분명하지만, 산업계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해외에서 의료 AI 비용을 책정할 때는 한국 기준을 참고할 수 있어, 이대로라면 국내 업체가 제대로 된 가치 평가받지 못할 우려도 있다. 제도시행 과정에서 문제를 보완해갈 수 있도록 정부와 산업계의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비급여 상한이 정해지지 않으면 검사비보다 'AI 판독료'가 더 비쌀 수도 있다는 점, 영상 진단에 AI를 활용해도 법적 책임 등을 감안해 의사의 추가 판독이 이뤄져 '이중 과금'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각 군별로 기존기술에 비해 현저한 정확도 향상이나 오류 감소 등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면 제품에 따라 10~20% 추가 가산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향후 사용 현황을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현장의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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