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충격받은 일본…헬기로 인파 통제, 외국인 방문 자제령도
행정 당국의 통제 부재 속에 150명이 넘는 이들이 황망하게 사망한 ‘이태원 참사’는 국제사회에도 적잖은 파장을 안겼다. 이태원 참사를 가까이에서 목도한 일본에서는 올해 핼러윈데이를 맞아 헬기를 동원해 인파를 통제하고, 외국인들에게 방문 자제령을 내리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핼러윈 성지’로 알려진 도쿄도 시부야구 측은 28일부터 핼러윈데이 당일인 31일까지 지난해보다 50% 가량 늘어난 300여명의 경비인력을 시부야역 주변에 배치할 예정이다. 또 역 인근에서 만남의 장소로 인기가 높은 ‘충견 하치코상’ 주변에는 이날부터 오는 1일까지 임시 울타리를 설치해 사실상 폐쇄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시부야구는 특히 매년 핼러윈에 음주와 관련된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27일 저녁부터 시즌이 끝나는 다음달 1일 새벽까지는 시부야역 주변 노상에서의 음주를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근처에 있는 30개 이상의 상점에 대해서는 주말인 28일과 핼러윈 당일 저녁에 주류 판매를 중단하도록 요청했다.
시부야구가 특별히 경계를 강화한 데는 올해가 코로나19 방역규제가 완전히 해제된 뒤 처음으로 맞는 핼러윈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또 2년 전인 2021년 핼러윈에 <배트맨> 만화의 악역인 ‘조커’로 분장한 남성이 전철 내에서 승객을 흉기로 찌르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 이듬해에는 한국에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하세베 켄 시부야 구청장은 이달초 외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시부야는 핼러윈 행사 장소가 아니라는 점을 세계에 분명히 하고 싶다”며 외국 관광객들이 이날 시부야역 주변에 오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 같은 사고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2년 전 핼러윈에 끔찍한 사건을 겪은 도쿄의 지하철 사업자들도 경계를 강화했다. 사건이 일어났던 게이오선에선 지난 23일부터 경비원을 증원하는 등 경계 수위를 올렸다. 많은 인파가 예상되는 역에서는 구내에서의 동선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핼러윈 기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분장한 채 지하철에 타는 일을 삼가도록 홍보 활동도 강화했다.
도쿄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핼러윈을 둔 긴장은 감지된다. 후쿠오카시의 경우, 27일부터 오는 1일까지 핼러윈을 즐기는 이들이 다수 모이는 텐진과 다이묘거리 등을 대상으로 인파 밀집 상태를 확인하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인파 통제를 위해 헬기를 동원할 예정이다.
시 측은 또 인파가 지나치게 몰리거나, 소란이 벌어질 위험이 있는 일부 공원에 대해서는 야간에 한해 봉쇄하거나, 진입로를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핼러윈 당일에는 200여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순찰을 강화할 예정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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