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행복조건' 연구…답은 역시 인간관계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3. 10. 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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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의대서 세계 최장 연구
최빈곤층부터 엘리트층까지
2천여명 일생 추적조사 결과
개인 기질·사회적 위치 무관
삶의 긍정적 전환 이룰수있어
게티이미지뱅크

"행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인류가 수천 년간 지속해 온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85년째 수행되고 있는 연구가 있다. 하버드 의대 성인 발달 연구소가 1938년에 시작한 성인 발달 연구다.

세상에서 가장 긴 연구 프로젝트이자 그만큼 인류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는 이 연구의 결과를 집대성한 책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가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연구의 책임자인 저자들은 85년간 축적된 사례와 과학적 연구 성과를 통해 독자에게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책은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행복 연구의 대작으로 평가받으며 뉴욕타임스, 아마존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하버드 의대 성인 발달 연구소는 1938년 하버드대 2학년 재학생 268명과 보스턴 최빈곤층 10대 후반 456명을 뽑은 뒤 현재까지 그들의 삶을 추적 조사하고 있다.

책은 어릴 때 겪은 문제부터 첫사랑, 인생의 마지막 시기까지 참가자들의 다양한 경험을 분석했다. 84%의 참가자가 연구에 지속적으로 참여했고 이 중 60명은 90세를 넘겼다. 이들의 자녀 1305명도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사람들을 10대부터 노년까지 연구해서 그들의 건강과 행복에 정말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어떤 투자가 정말 효과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가 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 로버트 월딩거·마크 슐츠 지음, 박선령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1만9500원

행복의 핵심 조건으로 책과 연구가 제시하는 결론은 좋은 인간관계다. 행복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돈, 성취, 건강 등 다양하지만 과학적 연구로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중요성이 증명된 것은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가족, 친구, 공동체와 많이 연결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긍정적이고 위기를 잘 극복하며 건강한 것으로 입증됐다.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더 고립된 사람은 성취가 낮고 수명도 짧았다.

저자는 영국 코호트 연구, 밀스 종단 연구, 더니든 다학제 건강발달 연구 등 인간의 행복을 연구하는 다른 종단 연구들에서도 같은 결과가 재현된다고 주장한다. 책은 이 모든 연구들의 결과를 하나의 인생 원칙으로 요약한다. "좋은 관계는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끝."

책은 행복한 삶을 위해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방법들을 전달한다. 관계는 매 순간의 선택이 쌓여 형성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빠지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의 종류가 다양하고 관계마다 그 특성이 다른 것도 이유다.

책은 유년기 가족 경험의 영향에 대처하는 법, 친밀한 관계에서 유의해야 할 점, 우정이 삶에 안겨주는 이점, 직장에서 간과되는 관계의 기회 등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한 핵심을 하버드 연구 참가자들의 사례에 비춰 전달한다.

저자는 모든 사람이 상황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인간관계를 전환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85년간의 추적 조사 결과를 보면 참가자의 타고난 기질이나 사회적 조건이 그들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관계의 방식이 고정된다는 생각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인생 주기의 어느 지점에 있든,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에서 긍정적 전환을 이룰 수 있다."

저자가 책을 집필한 것은 연구 참가자들의 일생을 통해 발견한 행복의 본질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참가자들은 행복한 삶을 산 경우도 있었지만 관계의 힘을 알지 못한 참가자들은 상당수가 불행한 그룹으로 분류됐다.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 대부분은 참가자들이 삶의 많은 부분을 산 후에 알게 된 것이어서 그들은 본인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을 순간에 우리 연구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그들과 공유할 수 없었던 것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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