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고정이냐 변동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3. 10. 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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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기 이사계획 있다면

대출 금리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변동금리에 이어 고정금리마저 상단이 7%에 근접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 고객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본인의 주담대 상환 기간 등을 감안해 5년 이하 단기는 고정금리로 가져가고, 이보다 길면 금리 추이를 주시하며 고정·변동금리 대출 갈아타기를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지난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의 경우 변동(코픽스)과 고정(혼합형) 모두에서 3%대 금리가 자취를 감췄다. 이달 20일 기준 변동금리 최저 수준은 4%대 중반을 넘었고, 고정형도 최저가 4.2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불과 6개월 전에 비해 각각 0.37%포인트, 0.6%포인트 빠르게 상승한 수치다.

최고 금리의 경우 변동형은 이미 7%를 넘었고, 고정형은 0.92%포인트 급등해 7%대를 향해 가고 있다. 이 같은 주담대 금리의 가파른 상승에는 주요국의 긴축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시중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우대금리를 낮추거나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다. 또 내년 초까지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대규모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도래해 시장금리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출 수요는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전월 대비 감소세를 보이다 4월에 2조3000억원으로 증가 전환한 뒤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8000억원, 7월 5조9000억원, 8월 6조9000억원, 9월 4조9000억원 등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고금리 시대에도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대출 희망자라면 어떤 대출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유리할까.

먼저 대출 상품의 금리 기준을 고민할 때는 해당 대출의 상환 계획에 대한 고려가 선반영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짧은 상환 기간을 요하는 전세자금대출 등은 고정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리 수준으로 볼 때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 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상 5년 이상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주담대의 경우엔 판단을 달리해야 한다. 물론 단기간에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5.5%)와 한국 기준금리(3.5%)는 역대 최대폭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향후 미국이 금리를 하향 조정해도 한국 금리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먼저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하고, 그래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장은 변동형 금리가 고정형 금리 대출에 비해 이자 부담이 클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리가 안정화되면 해당 시기에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변동형 금리 대출이 고객에게 유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기간이 길면 변동형 금리로 갚는 게 현재로선 유리해 보인다"며 "고금리 상황이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에는 고금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치(2%)를 훌쩍 상회하는 3%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긴축적 통화정책의 장기화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11월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 경우 한국도 긴축 기조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역대 최고 수준인 2%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 차가 더 확대되면 자본 유출 가능성 또한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물가 또한 9월 3.7%로 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세를 유지하며 긴축 움직임을 압박하고 있다.

금리가 비교적 낮은 고정형 주담대를 일단 선택한 뒤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될 때 '갈아타기' 하는 방법도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장려하고 있고, 은행권에서 고정금리를 비교적 낮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오랜 기간 은행권 주담대에서 후순위를 차지했던 고정금리의 입지가 점차 커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어선 가운데 금리 인하 예상 시기가 미뤄지면서 불확실한 미래 이익보다는 안정성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이들이 지난 9월 새로 취급한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은 91.4%로 전월(88%)과 비교해 3.4%포인트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수치는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지난 6월에 83.2%까지 감소한 바 있다.

이미 변동형 금리로 대출을 받은 고객들 중에는 '대출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대출을 갈아타야 하는 것 아닌지'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경석 신한PWM태평로센터 팀장은 "현재 시점에서는 채권 발행량 증대로 단기적으로 금리 변동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채권 변동성이 낮아질 수 있는 12월에 가서 추이를 보고 결정해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주담대를 한 번 진행할 경우 3년 이내에는 중도상환수수료 등 대출 상품을 전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당장의 이자만 생각하는 것보다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께 대환대출 플랫폼에 추가될 주담대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이자 부담을 더는 방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부터 금융소비자 이자 부담 경감 등을 위해 신용대출을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마련했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주담대·전세자금대출 대환대출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주담대나 전세자금대출을 갈아타기 위해서는 여러 금융사 영업점을 방문해 대면 상담을 거쳐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존재했다. 인터넷은행들은 디지털 금융의 강점을 앞세워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선보이며 대환대출 고객을 끌어모았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주담대 상품을 취급하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여신 잔액은 각각 12조6700억원, 33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1%, 16% 확대됐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신규 취급한 주담대 3조5290억원 중 대환대출이 목적인 경우는 59.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인터넷은행들이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통해 대환대출 고객을 유치하자, 시중은행들은 대환대출 플랫폼에 주담대 상품 출시를 앞두고 비대면을 강화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지난달부터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쏠(SOL)을 통해 대환대출 전용 주담대 상품 '은행 갈아타기 특별금리'를 선보였다. 이 상품은 시세가 조회되는 아파트와 연립, 빌라 등 다른 금융사 주담대를 가진 이들이 신한은행으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으로, 대출 전 과정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1일 KB스타뱅킹 앱에서 아파트 전용 비대면 주담대 상품 'KB스타 아파트 담보대출'을 출시했다. 신규나 대환대출 목적으로 상품을 이용할 수 있고, 기존 주담대 상품과 달리 대환대출이나 말소 조건 등 복잡한 조건의 대출을 100% 비대면으로 실행한다.

한편 오 팀장은 현재 여유 자금이 있는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조언도 이어갔다. 그는 "여유 자금이 있으면 투자 기회를 노릴지, 대출을 상환해야 할지 고민이 클 것"이라며 "장기간 고금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 대출 금리가 부담된다면 (여유 자금을 통해) 주기적으로 자신의 부채를 낮춰 가는 것이 예·적금 투자보다는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단기적 이슈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하므로, 마이너스통장 같은 비상 유동성 상품은 하나쯤 보유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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