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미국 방문 시작…블링컨과 회담서 “양국관계 하락 멈춰야”
정상회담 발판 마련할 듯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에 도착해 미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양국 관계 하락을 멈춰야 한다”며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왕 부장의 미국 방문은 2018년 5월 이후 5년여만이며, 조 바이든 미국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왕 부장은 이날 오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미중 양자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대응 등을 논의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두 장관이 “이견이 있는 영역과 협력을 탐색하는 영역을 포함한 다양한 양자, 지역, 국제 이슈를 논의했다”면서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자국 및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의 이익과 가치를 계속 옹호할 것임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회담은 블링컨 장관의 베이징 방문(6월)과 최근 고위급 회담에 이은 상호 방문의 일환”이라며 “열린 소통의 장을 유지하고 미중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 위한 노력의 일부”라고 소개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회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따른 답방 성격임을 밝히며 “양측은 건설적 분위기에서 중·미 관계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짤막히 결과를 소개했다. 이날 회담은 왕 부장의 방미를 환영하는 의미의 만남 성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27일 오전 회담이 속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의 미국 방문은 양측의 설명대로 지난 6월 방중에 따른 답방 형태로 이뤄졌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다음달 미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와 양국 정상회담을 조율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물론 양측은 왕 부장 방미 일정 중 양자 관계뿐 아니라 북한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긴박한 국제 정세에 대한 논의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왕 부장은 27일 미국 내 또 다른 카운터파트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도 회담을 하며,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미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왕 부장 방미 회담의 주요한 목표는 양국 정상이 협력을 모색하거나 최소한 시급한 문제들에 있어서라도 적대감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템슨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윤선은 “왕 부장은 시 주석의 방미 기반을 닦기 위해 미국에 왔고, 그것이 이번 여행의 핵심적인 초점”이라며 “그의 여행은 시 주석이 온 다는 것을 의미하며, 시 주석이 온다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을 의미하고 이는 양국 관계 안정 노력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도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와 양국 관계 안정화 의지를 내비쳤다. 왕 부장은 회담에 앞서 “중·미 두 대국은 이견과 갈등이 있지만 중요한 공동이익과 함께 대응해야 하는 도전들이 있다”며 “쌍방은 대화를 재개할 뿐 아니라 깊고 포괄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오해와 오판을 막으면서 끊임없이 공동 인식을 확대하고 호혜적 협력을 전개해야 한다”며 “두 나라는 양국 관계 하락세를 멈추게 하고,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발전 궤도로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회담은 건설적이고 전향적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왕 부장 발언에 동의를 표하며 “앞으로 이틀간 왕 부장과의 건설적 대화를 매우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중 양국은 대화 기류 속에서도 이날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대치 상황을 놓고 신경을 벌였다. 이날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지난 24일 야간에 중국군 J-11 전투기가 남중국해 국제 영공에서 일상적 작전을 수행하던 미군 B-52 전략전투기에 안전하지 않고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비행해 접근했다며 국제항공 안전 규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중국 국방부는 미국 구축함 존슨함이 지난 19일 남중국해에서 훈련하는 중국 해군 함대를 향해 여라 차례 큰 각도로 방향을 바꾸고 갑자기 속도를 변경하는 등 도발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하며 “미국이 진정한 도발자”라고 맞받았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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