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 하나 없이 TSMC 사로잡은 ‘토종기업’…내달 승부수 던진다는데
국내유일 TSMC 협력 디자인하우스
파운드리 미래 보고 2016년 설립
기업가치 2000억원에 내달 상장
공모자금 500억 통해 미국 진출도
장창은 에이직랜드 SoC본부장(상무이사)은 2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서 위와 같이 회고했다.
지난 2016년 설립된 에이직랜드는 2018년 8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지난해 696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세계 1위 업체인 TSMC의 공식 파트너사(VCA)로 2019년 선정된 덕분이다. TSMC는 글로벌로 봤을 때 8개의 VCA만 운영하고 있다.
에이직랜드는 디자인하우스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의 설계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기업이 실제 생산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 및 최적화를 제공하는 회사다.
지난해 연매출 100조원을 기록한 TSMC는 주요고객(애플)을 제외하고는 VCA(가치사슬협력자)를 통해 일감을 받는다. 디자인하우스 업체인 에이직랜드는 VCA 역할을 하기 적합한 업체인 셈이다.
실제로 이종민 대표이사는 2001년 광운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주요임원 프로필을 봐도 광운대 2명, 홍익대 1명, 명지대 1명, 목원대 1명이다. 물론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역임하고 있는 이영 장관도 광운대 수학과 출신이다. 광운대는 전통적으로 전자공학·자연대 등이 강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사회에서 주류라곤 볼 수 없다.
비주류인 이들이 TSMC를 뚫은 가장 큰 비결은 1차적으론 기술력이었다. 앞서 밝혔듯이 TSMC의 제1 VCA인 GUP의 일감을 불철주야로 처리하며 배웠다. 대만 현지에 숙소를 마련하고 이거 아니면 안된다는 정신으로 매달린 결과였다.
에이직랜드는 삼성전자 디자인하우스 중 하나인 다원텍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했던 이종민 대표이사가 아예 팀을 통째로 데려오면서 창업했다. 파운드리 업계서 TSMC가 절대 1위일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체감하며, 나올때부터 “TSMC를 뚫어보자”는 정신으로 임했다. 국내 대부분 디자인하우스가 삼성전자만 바라볼 때, 다른 전략을 취한 것이다.
GUP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에이직랜드는 자연스럽게 TSMC 눈에도 들게 됐다.
TSMC 국내 VCA는 상화마이크로텍서 에이디티테크놀로지(ADT)로 바뀐 상황이었다.
당시 ADT는 삼성전자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TSMC와의 거래를 자발적으로 나가게 됐다. 덕분에 국내 VCA가 공석이 생겼는데 마침 에이직랜드는 이에 적합한 기술력(TSMC 로직을 이해하는 몇 안되는 업체)을 가지고 있었다.
설립 3년만에 신생기업이 세계 1위 TSMC VCA로 공식 선정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덕분에 30여명으로 시작했던 에이직랜드는 현재 인원이 150명(자회사 인원 포함)까지 늘어나게 된다.
에이직랜드는 TSMC VCA 물량의 약 4%를 차지하고 있는 덕분이다.
향후 미세공정이 더 확대되면 TSMC로직을 알고 있는 VCA 역할이 계속 중요해질 예정이어서 에이직랜드 성장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이 대표는 “TSMC 매출의 60%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며 “에이직랜드는 TSMC VCA 1·2등인 대만계 GUC·알칩에 비해 3,4나노는 밀리지만 5나노 이하는 기술력으로 밀리지 않기 때문에 향후 성장하는 미국 시장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 디자인하우스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1·2등인 GUC·알칩이 잘보지 않는 일감을 잡으면서 앞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으로 에이직랜드 투자자는 TSMC의 매출액을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반도체경기 한파로 인해 TSMC 매출액은 1~9월 기준 전년 대비 6.2% 감소(1536억 대만달러)했다. 다만 장기적인 성장여력은 크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와 비교해봤을 때 여전히 기술적 우위가 있고, 향후 생성형AI·자율주행차·IoT 등 미래산업이 모두 반도체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TSMC는 장기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8개 VCA사 중 하나인 에이직랜드 역시 수혜를 볼 수 있다.
에이직랜드는 기억가치 2000억원대 초반을 기준으로 코스닥에 내달 13일 상장할 계획이다. 공모금액은 약 500억원이다. 공모자금은 연구인력 확충 및 해외시장 진출 등 운영자금과 IP비즈니스 투자자금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이 맡았다.
국내 비주류 ‘언더독’들의 유쾌한 반란이 코스닥 상장을 마치면 미국시장으로의 새로운 진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의 행보가 성공할 수 있을지 향후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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