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K배터리…3대 시장 유럽·중국·미국도 ‘하필 왜 지금’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10. 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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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4분기 전망 보니
EU 수요·中 공세 등 과제
메탈가 하락에 판가 우려
LFP 등 저가형 공백 과제
韓 배터리사 ‘안정’에 방점
전기차 배터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올 3분기 실적을 연이어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삼성SDI는 역대 3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양사 모두 양호한 실적을 보였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올 4분기 국내 K배터리가 직면할 암초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시장 ‘전기차·배터리 셀’ 등 수요 둔화
27일 증권가와 업계 안팎의 전망을 종합하면 K배터리의 올 4분기 과제로는 ▲유럽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중국 배터리사의 점유율 확대 ▲리튬 등 메탈 가격 하락 등이 꼽힌다.

유럽 내 전기차 수요 둔화는 국내 배터리사에도 이미 영향을 미친 상태다. 이창실 LG엔솔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은 지난 25일 유럽시장의 수요 약세로 3분기 매출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3분기 중 유럽 전기차 판매대수가 가장 낮은 시기는 7월이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즈 통계를 보면 당시 유럽 7개국(영국·프랑스·독일·스웨덴·이탈리아·노르웨이·핀란드) 전기차 판매대수는 16만1000대로 전달보다 25.5% 감소했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중 90%를 차지하는 상위 14개국에 포함돼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는 유럽 주요국들의 보조금 폐지·삭감, 고금리 장기화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영국과 스웨덴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폐기했고 독일과 프랑스는 보조금 상한액을 축소했다.

다만 8~9월에는 각각 19만4000대, 20만6000대로 판매대수가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차 수요 둔화 대신 유럽 완성차 제조사들의 재고 과잉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전기차 재고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굳이 배터리를 사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유럽 파고든 중국…韓기업, 저가형 공백 우려
유럽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사들의 공세도 국내 배터리사들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중국 기업들이 유럽에서는 국내 배터리사의 주력인 삼원계(NCM·NCA) 배터리를 앞세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자료를 보면 중국 배터리사의 유럽 내 점유율은 2019년 11.8%에서 올해(1~7월 기준) 40.1%로 확대됐다. 반면 국내 기업 점유율은 2021년 70.6%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해 올해 1~7월 기준 57%로 주저앉았다.

유럽 내 LFP 배터리 침투율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국내 기업들에는 달갑지 않은 관측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 완성차 제조사들이 가격경쟁력을 갖춘 모델을 필요로 하게 되면 값싼 LFP 배터리를 도입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전기차 원가 중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최소화해야 완성차 판매가를 내릴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저가형 전기차 모델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국내 배터리사들은 당분간 중국 배터리사들과의 점유율 경쟁에서 고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2026년에서야 LFP 배터리를 본격 양산한다. 내년과 내후년에는 저가형 전기차 모델에 대응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저가형 배터리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나선 상태다. LG엔솔은 가격경쟁력을 갖춘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고가의 광물인 니켈·코발트 함량을 줄여 하이니켈 제품보다 생산단가가 10% 낮다는 설명이다. LG엔솔은 2025년 미드니켈 배터리를 양산한다.

그러나 당분간은 중저가형 제품에서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유럽 OEM들이 LFP를 채택한다고 밝힌 것이 불과 작년 정도부터이고 실제 탑재까지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이나 내후년부터 본격적으로 탑재될 텐데 그렇게 되면 중저가에서는 LFP를 대체할 만한 게 (우리 기업엔) 아직 없다”고 말했다.

LG엔솔만 놓고 볼 경우 유럽 내 전기차 수요 부진과 과잉 재고, 중국 기업의 점유율 상승으로 전체 배터리 셀 출하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6일 “LG엔솔의 4분기 중대형 배터리 셀 출하량은 북미 수요 확대에도 전분기 대비 약 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북미 수요가 늘어도 영향이 제한적인 이유는 미국 전기차 1위 사업자인 테슬라에서 찾을 수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나 미국 시장 점유율 47%를 차지하는 테슬라의 북미 공장으로는 아직 한국 기업들이 배터리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 성장에 따른 낙수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메탈 가격 하락에 배터리 판가 악재 우려도
메탈 가격 하락도 K배터리 실적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배터리 원재료인 리튬 등 메탈 가격을 판매가격과 연동하고 있다. 원재자 가격과 수급 상황의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리튬 같은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배터리 셀 가격도 떨어지게 된다. 통상 배터리 원가 중 30~40%는 양극재, 양극재 원가 중 60~70%는 리튬이 차지한다.

이날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이달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159.07위안(우리 돈 약 2만9000원)으로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다. 탄산리튬은 삼원계(NCM) 배터리 양극재에 들어가는 수산화리튬의 원재료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 4분기에도 리튬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배터리 셀 판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재욱 LG엔솔 기획관리담당은 “장기적으로는 메탈 가격이 원가와 판가 모두에 반영되는 만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韓배터리사, 4분기엔 ‘안정적 성장’ 초점
국내 배터리사들은 ‘안정적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LG엔솔은 “올 4분기에도 유럽·중국의 전기차 수요 둔화, 리튬·니켈 등 메탈 가격 하락 등으로 녹록치 않은 경영 환경이 지속될 전망”이라면서도 “북미 지역 전기차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고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사업부문 성장 등 많은 기회요인이 있기 때문에 내실을 다지는 의미 있는 성장기로 삼겠다”고 했다.

삼성SDI는 “4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전년 동기·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개선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기존 제품인 P5 배터리 판매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뿐 아니라 차세대 제품인 P6 배터리가 신규 고객을 확보하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주요 조사기관 등을 포함해 여러 방면으로 확인한 결과 중장기 전기차 수요 성장세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라며 “고객 수요에 기반한 라인 적기 증설과 효율적 운영으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경영 체제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은 아직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SK온의 경우 올 3~4분기 모두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SK온 영업실적을 올 4분기에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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