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기차도 이것 넣어주세요'…1500℃서 20분 열폭주 막는다

강민경 2023. 10. 2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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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LX하우시스 협업 개발
화염차단 능력 세계 최고 수준
'1000℃서 10분 막는 기존소재'와 중복사용시 차단효율↑

LG화학이 1500도(℃) 화염에서 20분 이상 견딜 수 있는 배터리 열폭주 지연 소재를 개발했다. 지난해 개발한 열폭주 지연소재 대비 화염 차단 성능을 크게 높였다. 지난 2009년부터 열폭주 지연 소재 관련 연구 개발을 이어온 LG화학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열폭주’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배터리 셀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며 열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간 열폭주 현상은 전기차의 대중화를 늦추는 요소 중 하나로 꼽혀왔다.

EV 배터리 화재 위험 대폭 감소 기대

'특수 난연 CFT'의 자체 테스트 모습./사진=LG화학

LG화학이 배터리 열폭주를 지연시키는 소재를 개발, 배터리 화재 발생 시 운전자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 난연 열가소성 연속섬유 복합소재(특수 난연 CFT)’로 불리는 해당 소재는 강한 화염과 높은 압력서 기존 복합소재 대비 14배 이상 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게 특징이다. 

LG화학 자체 테스트 결과, 1.6mm 두께의 해당 소재에 1500℃ 이상의 열을 가했을 때 20분이 지나도 녹아 내리거나 구멍이 생기지 않았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의 화염 차단 성능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수 난연 CFT는 단단하고 힘에 의한 변형이 작아 크기가 큰 전기차 배터리팩 상단과 하단 커버 등에 적용 가능하다. 이를 통해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불길이 퍼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지연, 운전자의 대피와 화재 진압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 연구개발비용 추이./그래픽=비즈워치

LG화학은 지난 2009년부터 열폭주 지연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을 이어왔다. 지난해 4월엔 소재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LG화학이 개발한 열폭주 지연 소재는 1000℃ 이상에서 10분 이상 화염을 차단할 수 있었다. 당시 ‘10분’이라는 화염 차단 시간은 세계 최장시간이기도 했다. 

LG화학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약 1년 6개월 만에 성능이 대폭 강화된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 이전 소재 대비 차단온도는 500℃ 이상, 차단시간은 2배 이상 끌어올렸다. 

실제 LG화학의 연구개발비용은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LG화학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연구개발비용은 78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 올랐다. 

LG화학은 지난해 개발한 제품과 이번 제품의 각 특성을 고려해 두 소재를 함께 사용할 경우 불길이 퍼지는 것을 이중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LG화학 관계자는 “과거 개발한 제품은 연성이 뛰어난 재질을 갖고 있어서 배터리 모듈을 감싸는 용도로 사용하기 좋고, 이번 제품은 보다 단단하기 때문에 배터리 팩을 커버하기에 용이하다”며 “두 소재를 같이 사용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성능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던 배경엔 LX하우시스와의 협업도 주효했다. 이번 개발엔 LG화학의 열폭주 지연 소재 기술과 LX하우시스의 열가소성 복합소재 제조 기술이 각각 적용됐다. 

신재명 LG화학 엔지니어링소재사업부 마케팅부문 담당은 “지난해 배터리 열폭주 지연 소재를 개발해 알린 이후 LX하우시스와 긴밀하게 협업해 왔다”며 “전기차 운전자의 일상을 더 안전하게 지키는 동시에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해소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 기반 ‘첨단소재’ 힘 실린다

중장기적 관점서 LG화학의 첨단소재 사업부문 실적도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극재와 엔지니어링 소재 간 사업적 시너지도 기대된다.

첨단소재 사업부는 양극재·전지 소재·분리막·엔지니어링 소재 등으로 담당조직이 나뉜다. LG화학은 각 조직 역량을 강화해 전기차 등 자동차 산업 트렌드에 맞춰 핵심 소재를 개발·생산·판매하는 맞춤형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LG화학 주요 사업부문 영업이익./그래픽=비즈워치

첨단소재 사업부는 LG화학의 신성장동력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으로 꼽힌다. 해당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3350억원, 3분기 4160억원, 4분기 18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9230억원으로 전년 2360억원 대비 291%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첨단소재 부문 영업이익은 약 3880억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LG화학 전체 영업이익의 27.5%에 달하는 규모다.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77.8%)을 제외하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오는 30일 발표될 3분기 실적에선 첨단소재 부문 실적이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분기 중 하락한 메탈 가격이 주요 제품 판가에 반영됨에 따라 매출 및 수익성 감소 요인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증권가는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LG화학 기조에 변함이 없어 중장기적 성장세는 유효할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상반기 대산 스티렌모노머(SM) 공장을 철거하고 9월엔 올레드(OLED) 편광판을 비롯한 일부 IT소재를 약 1조1000억원에 매각하는 한편 2026년 목표로 모로코에 양극재 5만톤 추가 증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중장기적 기대 수익성이 저조한 사업을 매각·철수하고, 성장성 높은 사업 비중을 높이는 방향성이 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 재편을 진행 중”이라며 “양극재 사업이 본격화되고 상반기 철거한 대산 SM 공장 부지에 생분해·바이오 원료 제조 시설 구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되는 바 중장기적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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