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연간 보유세 697억원… "공공임대 공급 방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지난 26일 한국주택학회와 '공공임대주택 보유세 부과, 타당한가?'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운영을 위해 보유세를 감면해야 하며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난해부터 SH공사가 제기해온 공공임대주택 보유세 제도개선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주택·재정·세무 등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향후 제도개선에 힘을 모으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기준 SH공사가 납부한 보유세(697억원)의 66%는 공공임대주택 분으로 임대수입의 46%에 달했다.
지난해 SH공사 공공임대주택 임대수입은 1531억원으로 사업 운영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기금이자(826억원)와 운영경비(769억원), 수선유지비(1154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도한 보유세는 공공임대주택 사업 적자를 키우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김지은 SH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공공임대주택 재산세 개선방안' 주제 발표에서 "미국·캐나다·프랑스 등 선진국의 경우 재산세가 지방정부의 주된 세입원이지만 공공임대주택 재산세는 장기간 면제하고 있다"며 "공공임대주택 재산세를 지방세수 확충이나 공공주택사업자의 담세력 관점이 아닌 정부 대신 운영하는 주거복지 자산에 대한 지원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미국)은 지방주택공사 소유 공공임대주택의 재산세를 50~60년 면제하며 이후 면제 기간을 50~60년 연장할 수 있다. 파리(프랑스)에선 정부 지원을 받은 사회주택 거주자가 기본 15년에서 친환경 기준 충족 시 최대 30년까지 재산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지방자치단체 결정에 따라 면제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토론토(캐나다)는 공공임대주택의 재산세를 면제하고 이를 기존 임대주택의 수선유지비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공공임대주택 등 정부 소유 자산으로 인한 세수 결손에 대한 정부 보전이 가능하다. 프랑스는 사회주택 재산세 감면액의 40~100%를 일정 기간 동안 보전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공공임대주택은 재산세를 면제하고 민간임대주택은 현행 기준을 유지하거나, 공공·민간 관계없이 공공성을 기준으로 재산세를 차등 감면하는 방향으로 '지방세특례제한법' 제31조를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임대주택 재산세 감면은 소유자, 전용면적, 건축물 용도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복잡한 구조를 취한다. 결과적으로 공동주택에선 공공임대주택보다 민간임대주택에 더 큰 감면 혜택이 제공되며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50% 감면을 받지만 지방도시공사는 불가하다.
박준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임대주택 유형별 주거안정 효과 분석' 발표를 통해 "장기공공임대주택의 주거안정 효과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보다 훨씬 크므로 공공성 높은 공공임대에 더 큰 재산세 감면혜택이 가도록 조세지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할 것"이라며 "과세목적 상 장기공공임대주택에는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주거안정 효과는 영구임대, 국민임대, 매입임대 등 장기·저렴 임대주택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공공임대주택이더라도 5년 임대, 10년 임대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과 비슷한 수준의 주거안정 효과를 보였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서순탁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7인의 주택·세무·재정 전문가들이 공공임대주택 보유세 제도개선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교수(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 임대료를 수취하고 임대주택 처분 단계에서 공공의 범위를 벗어난 지대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공공임대주택의 재산세와 종부세를 경감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기존주택 매입임대는 실수요자의 수요를 잠식하는 문제가 있으므로 주택 등의 보유세를 경감 또는 면제받는 공공임대 사업자는 건설임대 사업자로 제한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대폭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재산세 감면은 실질 과세 원칙에 따라 소유자가 아니라 경제적 실질에 따라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라는 법적 형식보다 임대조건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임차인의 주거복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임대기간과 임대료를 주된 조건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한우 세무사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공성이 훨씬 더 높은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민간임대주택의 재산세 감면율보다는 높아야 한다"며 "만약 민간임대주택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경우 민간임대주택에도 공공임대주택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성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임대주택의 혜택은 취약계층, 정부, 지역사회에 돌아가는 반면 비용은 공공주택사업자가 부담하고 있다"며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임대주택 제도로 수혜를 보는 주체 중 여력이 되는 곳에서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언했다.
정수민 인천도시공사 세무회계부장은 "지방공사는 시민의 주거안정과 주거복지를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므로 민간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며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재산세 감면 확대, 운영 보조금 확대 등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상균 SH공사 자산관리처장은 "자족적·완결적 공공임대주택사업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효율적 운영관리, 경상비 절감, 적정 수준의 수선유지 주기, 임대료 인상 등을 통해 운영수지 균형을 최대한 추구해야 하지만 현재 예측으로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준시장형 사업이 아닌 위탁집행형 사업의 관점으로 보고 민간임대보다 공공임대에 보유세 면제 등 인센티브를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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