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명직 최고위원에 박정현 임명…"비명계 찍어내기" 반발

2023. 10. 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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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그분이 왜 비판 대상 되는지 모르겠다" vs 이원욱 "동지 가슴에 비수 들이대는 행위"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친명(親이재명)계 원외 인사 박정현 전 대전시 대덕구청장을 임명했다. 아울러 정책위의장으로 친이낙연계 이개호 의원을 임명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인사를 두고 계파 안배가 적절히 이뤄진 '탕평 인사'라고 자평한 반면, 당내 비명(非이재명)계에서는 '비명계 찍어내기'라는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당무복귀 첫 일성으로 내건 '통합' 기치가 닷새 만에 퇴색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및 정책위의장 인선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최고위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충청 출신 박정현 최고위원과 호남 출신 이개호 정책위의장 인선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면서 "(최고위원들 사이에)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고 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박 전 구청장에 대해 "대전에서 초‧중‧고와 대학을 졸업한 대표적인 충청 여성 정치인"이라며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환경운동을 펼쳤고,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며 여성의 정치참여에 앞장섰다"고 설명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지난달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비명계 송갑석 전 최고위원이 사의를 표하면서 공석이 됐고, 후임자로 박 전 구청장 이름이 일찍이 오르내렸다. 박 전 구청장은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후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망연자실"이라며 가결파 의원들에게 "자당의 대표를 검찰정권에 밀어넣은 자들"이라며 맹비난하는 등 강성 친명계 인사로 분류된다.

박 전 구청장은 내년 총선에서 비명계 박영순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 대덕구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비명계 의원들은 만일 박 전 구청장이 최고위원에 임명된다면 '비명계 학살의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와 같은 반발에 지도부 내에 재검토 기류도 포착되기도 했으나 이 대표는 이날 결국 박 전 구청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개호 의원은 지난 달 김민석 전 정책위의장이 원내대표 경선 출마와 동시에 사의를 표명하며 비어있던 정책위의장 자리에 임명됐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 의원에 대해 "당내 대표적인 정책통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역임했다"며 "중앙부처와 지자체에서 두루 근무한 경험과 당 정책위 정조위원장을 두 번 지낸 경력으로 총선 정책 공약을 만들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날 인선과 관련해 '통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인선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동의하기 어렵다. 이 의원의 경우 지난 대선 경선 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했다"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탕평, 통합형 인선이라고 보는 게 조금 더 정확한 평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 분(박 전 구청장)이 왜 비판 대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 분이 친명인가. 잘 모르겠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번 인선이 어떤 측면에서 통합을 강조한 인사인지 묻는 질문엔 "그건 여러분이 해석해 달라"고만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신임 최고위원의 잠재적 총선 경쟁자인 박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인사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것이라는 이 대표의 설명이 있었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그 이상의 어떤 정치적 의미도 부여돼선 안 될 것"이라며 "박 최고위원은 당내 통합과 당 지도부에 대전·충청의 목소리를 전달해 달라는 이 대표의 깊은 뜻을 헤아려,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명계는 이 대표를 향해 "동지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박영순 의원을 찍어내기 위한 작업이라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결국 충청 여성 정치인이라는 명분으로 직을 줬다"며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박 최고위원의 지명은 통합이 아니라 동지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는 행위"라며 "혁신계 박영순 의원을 찍어내기 위함이 아니라면 박 최고위원의 불출마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의 인사는 원칙도 공정도 통합도 없다. 말뿐인 통합에 다시 한 번 절감한다"고 꼬집으며 조정식 사무총장의 해임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사무총장은 당을 관할하는 직으로 당 대표, 원내대표와 함께 최고 권력자"라며 "조 사무총장은 마땅히 직에서 내야와야 함에도 소위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와 송갑석 최고위원이 쫓기듯 내려오는 가운데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이번 인선 결과에 대해 "실망스럽다. 언론에서 이미 비판이 나왔던 분이 아니냐"라며 "개딸들 행태에 대해선 한 마디 없이 오늘 저런 인선을 했다는 것은 개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 박 전 구청장과 친낙계 이 의원을 동시 임명했으므로 탕평 인사'라는 지도부 입장에 대해 이 의원은 "이개호 의원이 정책위의장이 된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정책위의장은 말 그대로 정책을 하는 것이고, 총선에서 중요한 결정은 최고위원회에서 다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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