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는 돈·받는 돈’ 숫자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에…시민사회 “무책임”“빈수레” 비판

김향미·민서영 기자 2023. 10. 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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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빠진 정부 개혁안 무책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발표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김창길기자

정부가 27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구체적인 ‘수치’가 빠진 데 대해 시민사회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보험료율 인상’ 부분은 속도를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노총·민주노총·참여연대 등 300여개 노동조합·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 개혁안을 ‘맹탕 연금개혁안’이라고 평가했다. 연금행동은 “3대 개혁으로 연금개혁을 제시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종합운영계획안에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으며 연금개혁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해온 연금행동은 정부가 이번 개혁안에서 “소득대체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유사하다고 평가한 부분은 잘못된 정보를 기재해 오도한 것”이라면서 “노인빈곤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정부가 책임있는 노후소득보장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도 이날 별도의 논평을 내고 “노후보장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빈수레 개혁안”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공적보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기는커녕 기금고갈론 중심으로 논의를 끌어가며 공포를 조장해 놓고도 최소한 이를 해소할 만한 어떠한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청년·여성·프리랜서·복지 관련 시민단체로 구성된 ‘미래세대·일하는 시민의 연금유니온’의 김설 집행위원장(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정부의 개혁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무책임한 개혁안”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하려면 어떤 안을 기초로 논의가 가능할 것인데, 정부가 어떤 추진안 자체를 내놓지 않는 것은 황당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정부들도 정치적 책임성이 크기에 회피해왔는데 윤석열 정부는 마치 다를 것처럼, 해낼 것처럼 말을 해왔다”며 “결국 이번 정부도 회피한 게 아닌가. 앞으로 총선 일정이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세대에 사회적 책임을 떠넘길 것인지, 지금 현세대의 연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은) 국민연금법에 의거해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법정 의무 문서이고 그 안엔 미래 재정 균형 유지를 위한 방안이 담겨야 하는데 법이 정한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며 “공론화를 하려 해도 물어볼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내버리면 후속 연금 개혁 논의도 실종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은 “전문가위원회에서 나열식으로 안을 낸 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여러 논의를 통해 보험료율 인상에 관해 최소 12%로 올려야 된다는 공통된 부분이 나왔다면 정부가 최소한의 수치는 제시했어야 한다”고 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논쟁이 될 수 있는 소득대체율 등 다른 쟁점에 비해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부분은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그렇게 먼저 할 수 있는 보험료율 인상부터 하면 그 다음 개혁들을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개혁을 1년 미룰 때마다 앞으로 부담은 더 커진다”며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으니 보험료율 인상과 나머지 소득대체율이나 구조개혁 논의를 구분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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