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낙동강 수돗물 발암물질 초과는 4대강 녹조탓”···시민 불안에도 대구시는 “초과 사실 없다”

김기범·백경열 기자 2023. 10. 2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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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녹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낙동강에서 취수한 대구·경북 지역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THMs) 농도가 기준치의 최대 1.7배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환경단체들은 “4대강사업 이전부터 우려해왔던 일이 현실화됐다”며 환경당국과 지자체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판했다. 대구시민들은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지만 대구시는 이를 부인하기만 할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단독]대구·경북 수돗물서 기준치 초과 발암물질···낙동강 ‘먹는물 위협’ 현실화
     https://www.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310261738001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7일 발표한 ‘녹조 잡겠다고 하더니 발암물질 놓친 환경부, 국민은 불안하다’라는 제목의 긴급성명에서 경향신문 보도를 언급하면서 “페놀 사태를 겪은 대구시민이기에 더욱더 놀라운 사실이요, 분노가 치미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환경련은 성명에서 “수돗물에 발암물질이 흘러넘치고 있었다니 환경당국과 대구시는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던 말이냐”며 “수질 안전을 앵무새처럼 반복해놓고선 정작 발암물질을 놓치고 있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어 “총트리할로메탄(THMs) 농도 증가의 원인인 염소와 유기물의 반응과 관련해 녹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녹조가 심각했을 시기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공개하라”고 환경부와 대구시 등에 요구했다. 대구환경련은 “녹조의 원인물질인 인과 질소도 유기물이지만 녹조 자체도 유기물”이라며 “녹조가 심화할수록 염소 투입량이 늘어나 총트리할로메탄이 증가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추론을 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은 수돗물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염소 소독 과정에서 염소와 유기물질, 즉 물속의 오염물질이 반응하면서 생성된다. 보통 여름철에 반응이 활성화되는 탓에 농도가 높아지며, 정수장에서 수도관을 거쳐 가정으로 가는 사이 염소가 반응을 일으키면서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 단체는 또 “이는 4대강사업 전 환경단체와 수질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바이기도 하다. 4대강사업을 반대하면서 이 사업을 벌이면 이런 위험성이 상존하게 될 것이라 우려했던 바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대구환경련은 “올해는 장마의 영향으로 녹조가 크게 심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면 녹조가 심했을 때는 더 심각한 결과가 나타났을 것이라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환경련은 “4대강 보를 열어 강을 흐르게 하지 않는 이상 이런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새로운 위험성이 더 따를 수밖에 없다”며 “심각한 녹조의 원인이자 발암물질의 창궐의 원인인 4대강 보를 하루빨리 철거하거나 4대강 보의 수문을 활짝 열지 않는 이상 이런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위 부위원장은 “정부는 수돗물 안전의 상징으로 고도 정수 시스템을 강조했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고도 정수 시스템이 만능이 아닐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가 이번 총트리할로메탄 기준 초과 문제를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공동대책 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발암물질 기준치 초과 사실이 알려진 뒤 대구 시민이 주로 가입돼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는 누리꾼들이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맘카페에서 익명의 이용자는 “취수원을 바꾸는게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아닌데 (불안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카페에만 27일 오후 4시 기준 “불안하다” 등의 댓글 40여개가 달렸다.

대구 시민 서모씨(43)는 “잊을 만하면 수돗물에서 독성 물질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린다”면서 “일단 수돗물을 끓여 먹을 예정이다. 대구시와 민간기관 등이 철저하게 검사해서 빠른 시일 안에 결과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수돗물 발암물질 기준치 초과를 부인할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7일 설명자료를 통해 “낙동강 수계 매곡·문산 정수장에서 생산하는 수돗물인 정수와 수도꼭지 수돗물에 대해 매월 총트리할로메탄 농도 검사를 하고 있다”며 “먹는물 수질기준을 초과해 검출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온이 높은 하절기(7∼9월)에는 총트리할로메탄 검사를 매주 1회 이상 하고 있다”며 “올해 모두 기준치(0.1㎎/ℓ) 이내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총트리할로메탄(THMs·total trihalomethane)이란?
총트리할로메탄은 클로로포름, 브로모디클로로메탄, 디브로모클로로메탄, 브로모포름 등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로, 정수 과정에서 염소와 물속 유기물이 만나 생성된다.
총트리할로메탄은 특히 방광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 폼페우 파브라대 연구진은 유럽에서 발병한 방광암의 5%가 이 물질 탓이라는 연구결과를 2020년 1월 국제학술지 ‘환경보건전망’에 발표했다.
총트리할로메탄은 휘발성이 있어 코나 피부로도 흡입할 가능성이 있다. 경북대 연구진은 1998년 이 물질에 노출되는 농도가 물을 마실 때보다 목욕 때 더 높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할수록 수돗물 내 총트리할로메탄의 농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19년 7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츠에 실린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의 ‘식수처리에 있어 기후변화가 트리할로메탄 형성에 미치는 영향 연구’ 논문에 따르면 평균기온의 상승은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2050년까지 평균기온이 1.8도 상승할 경우 이 물질의 농도는 3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1989년 연세대 공해대책위원회가 광주 대전, 제주 등 14개 시의 함유량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총트리할로메탄의 위험성이 처음 알려졌다. 2019년에는 인천 적수 사태로 인한 수질 검사 과정에서 3개 학교에서 이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넘었다.
국내의 먹는물 수질기준(0.1㎎/ℓ)은 영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와 같은 수준이다. 미국은 0.08㎎, 독일은 0.05㎎, 네덜란드는 0.025㎎으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국내보다 기준치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나라들은 그만큼 수돗물 원수가 깨끗해서 염소 소독을 덜 해도 되거나 네덜란드처럼 아예 염소 소독을 포함하지 않고 정수처리를 하는 경우 등이다.
미국의 경우 과거에는 한국과 기준치가 같았으나 임신부 대상 실험에서 현행 국내 기준보다 낮은 리터당 0.075㎎의 총트리할로메탄이 포함된 수돗물을 하루 5잔 이상 마신 그룹에서 유산율이 이보다 적은 양을 마신 그룹보다 2배가량 높게 나타나면서 기준치를 강화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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