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 사망' 리커창…존재감 약화에도 퇴임까지 제 목소리 [뉴스+]

김희원 2023. 10. 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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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임기 마치고 7개월 만에 상하이에서 사망
공청단 엘리트로 승승장구…시진핑 주석 밀려
시진핑 독주에 작아진 존재감에도 '소신 발언'

리커창(李克强)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7개월 만이다. 

신화통신은 이날 “제 17,18,19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무원 총리를 지낸 리커창 동지가 향년 68세 나이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리 전 총리가 전날 상하이에서 휴식하던 중 전날 갑작스러운 심장마비가 발생했으며, 치료 노력에도 이날 오전 0시 10분 끝내 사망했다고 전했다.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 AP뉴시스
1955년 안후이성 허페이시에서 태어난 리 전 총리는 베이징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동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전문가다.

대학 시절 학생회장과 베이징대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서기를 맡는 등 두각을 나타낸 그는 1998년 15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회에 진출했으며, 1999년 허난성 성장, 2004년 랴오닝성 당서기를 지냈다. 

공청단을 업고 승승장구한 리 전 총리는 같은 공청단 출신인 후진타오 전 주석을 이을 유력 후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07년 상하이 서기로 발탁된 태자당 시진핑의 급부상으로 당 내 우위에서 밀리게 된다.

리 전 총리는 2013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정식으로 국무원 총리가 되어 한 차례 연임을 포함해 10년간 재임했다. 취임 당시 경제 구조조정과 시설투자 촉진을 강조한 이른바 ‘리코노믹스’(리커창+경제학)를 추진했으며, 2015년엔 중국을 제조강국으로 도약시켜 ‘기술 자립’을 이루자는 ‘중국제조 2025’을 발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뉴시스
리 전 총리는 임기 중 존재감이 미약한 총리로 평가받았다. 국가주석이 정치, 총리가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달리던 이전과 달리, 시 주석이 ‘시 황제’로 불리며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장악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총리가 발표하는 5개년 국정계획을 시 주석이 발표하는 등 임기 초부터 리 전 총리가 배제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되면서 집권 3년 만에 “다음 당대회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시 주석과 리 전 총리의 호흡이 자리 잡으면서 리 전 총리는 연임에 성공했으나 미약한 존재감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두번째 임기 동안 리 전 총리는 종종 ‘소신 발언’으로 시 주석과 대립해 자신을 드러냈다.

그는 2020년 1월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우한에 방문했다. 이어 5월 전인대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6억명의 월수입은 겨우 1000위안(약 18만7000원)밖에 안 되는데 이 돈으로는 집세를 내기도 힘들다”고 말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는 중국의 빈부격차를 공식 인정한 발언으로 전년 국경절 시 주석이 “중국이 샤오캉(小康·전 국민이 풍족한 사회) 사회의 건설을 완수했다”고 밝힌 것과 반대되는 것이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리 전 총리가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며 시 주석을 저격했다고 평했다.

이후 시진핑 ‘1인 천하’가 강화되면서 리 전 총리는 점점 지워졌다. 리 전 총리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들고 나왔던 ‘노점상 경제’는 곧 단속의 대상이 됐고, 그의  홍수 피해 현장 방문은 이전 총리들의 재해 수습 때와 달리 관영매체에 보도되지 않았다.
리커창 전 총리(왼쪽)와 리창 총리. 신화뉴시스
과도한 봉쇄로 민심이 악화하던 지난해 5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10만인 대회에서 리 전 총리는 “현재 중국 경제는 2020년 우한 사태 당시보다 더 심각한 위기다. 방역이 더 이상 경제를 망쳐서는 안 된다”며 시진핑의 ‘제로코로나’ 정책을 겨냥했다.

3연임 야심을 숨기지 않았던 시진핑과 달리 리 전 총리는 관례대로 물러날 뜻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지난 3월 전인대에서 시 주석의 심복 리창(李强) 총리가 새 총리에 선출되며 리 전 총리는 퇴임했다.

리 전 총리는 퇴임 전 행정부처를 돌며 고별 인사를 했는데, 그중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 天在看)는 발언이 중국 최고 지도부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지던 이 발언 영상은 검열로 곧 사라졌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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