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청 사용자책임 강화’ 시행령 공표…“미국판 노란봉투법”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가 ‘공동 사용자(Joint Employer)’ 판단기준에 대한 시행령을 새로 발표했다. 하청 노동자 노동조건을 간접적으로라도 지배할 권한이 있는 원청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이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노조법 2조 개정안과 일맥상통한다.
NLRB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시행령이 오는 12월26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NLRB는 “새로운 기준에 따르면 각 사용자가 노동자들과 고용관계에 있고 노동자들의 필수적 노동조건 중 하나 이상을 공유하거나 공동결정하는 경우, 사용자는 노동자집단의 공동 사용자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필수적 노동조건’은 임금·복지, 노동시간·근무일정, 업무 배정, 업무수행에 대한 감독, 업무수행 수단·방식 등에 대한 규율·지시, 고용기간·채용·해고, 안전보건과 관련된 노동조건 등 7가지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2020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공표된 시행령은 폐기됐다. 2020년 시행령은 원청이 공동 사용자가 되려면 하청 노동자의 필수적 노동조건에 대해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통제’를 한다는 점이 입증돼야 했다. 이 때문에 원청은 하청 노동자의 공동 사용자 지위를 피해가기 쉬웠다. 하지만 개정 시행령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 노동조건에 영향력을 미친 적이 있는지, 그 영향력이 직접적인지 간접적인지 등을 떠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권한이 있다면 공동 사용자로 본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27일 논평에서 “NLRB는 원청이 지배권을 실제로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그러한 지배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청업체 노무관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현실을 강조하고 있다”며 “다시 말해 대부분의 원청기업은 도급계약서, 지침 뒤에 숨거나 하청업체를 통해 하청 노동자 노동조건을 좌우하는데 이런 간접적 지배를 포착하지 않는 노동법은 원청의 사용자책임 회피 방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NLRB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실질화해야 하는 이유를 실질적 평등에서 찾고 있다”며 “원청의 사용자성을 너무 좁게 인정하면 간접고용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에 관계된 사업주가 둘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체교섭권을 사실상 박탈당하는 불평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다음달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11월9일 여야가 합의한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처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맞설 방침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법안 통과 시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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