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꾸준히 오래 오른 ‘수상한 종목’도 투자경고종목 지정한다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가 장기간 주가가 상승(우상향)하고 매매양태가 불건전한 종목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오랜 기간에 거쳐 점진적으로 주가를 높여 시장 감시망을 피하는 신종 주가조작 사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거래소는 1년에 200% 이상 상승하고 매매양태가 불건전한 종목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기 위해 시장경보 제도에 ‘초장기 불건전 유형’을 신규 도입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발표된 금융위원회 등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방안’의 후속 조치다.

상장 종목에 대한 투자위험을 사전에 고지하는 시장경보제도는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등 3단계로 나뉘어있다. 투자경고나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되면 매매 거래가 정지될 수 있으며, 신용거래 제한 등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새로 만들어진 ‘초장기 불건전 유형’의 예고 및 지정 요건은 ▲최근 1년간 주가가 200% 이상 상승하고 당일 주가가 최근 15일 중 최고가 ▲최근 15일 중 상위 10개 계좌의 시세 영향력을 고려한 매수 관여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가 4일 이상 지속 등 2가지가 동시에 만족된 경우다. 지정 예고 후 10일 내에 같은 사유를 재 충족할 경우 투자경고 조치가 취해진다.

현재 시장경보 제도는 단기(3일·5일·15일) 주가 변동을 기준으로만 조치하고 있는데, 장기간 주가가 상승한 종목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이다. 단, 한국거래소는 ▲코넥스시장 종목 ▲거래 개시일을 포함해 1년이 지나지 않은 신규 상장 종목 ▲최근 30영업일 이내에 초장기·불건전 요건을 충족해 투자경고 종목으로 이미 지정된 종목은 ‘초장기 불건전 유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가 ‘초장기 불건전 유형’을 신규 도입하는 것은 단기 급등을 이용했던 과거의 불공정거래와 달리 최근에는 장기간 주가를 끌어올리는 불공정거래가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라덕연 일당의 경우 8개 종목을 2~3년에 걸쳐 상승시키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수사 중인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영풍제지 주가가 1년에 걸쳐 700% 넘게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부터 20일간 시장 참여자 대상 의견수렴을 거쳐 규정을 개정하고 전산 개발을 완료한 후 올해 안에 초장기 불건전 유형을 도입해 시행할 계획이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