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명 사망…미국 올해의 ‘최악 총기난사’, 용의자 아직 못잡았다
미국 메인주 루이스턴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최소 18명이 숨지면서 평화롭던 마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용의자는 범행 후 현장에서 달아나 범행을 저지른 지 하루가 되도록 잡히지 않고 있어 현지 경찰은 용의자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메인주 루이스턴의 볼링장과 레스토랑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으로 최소 18명이 목숨을 잃고 13명이 다쳤다. 올해 미국에서 총기 난사로 인해 발생한 희생자 수 중 최대 규모로, 2019년 8월 텍사스주 엘패소 월마트에서 23명이 사망했던 사건 이후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꼽힌다.
용의자로 지목된 미 육군 예비군 하사 로버트 카드(40)는 범행 후 도주했고, 하루가 지나도록 붙잡히지 않고 있다. 그는 2002년부터 20여년간 예비군으로 복무했고, 총기 교관 자격증을 가졌을 정도로 총기를 다루는 데 능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여름에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디언과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카드는 이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극우 인사들의 게시글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진행자, 짐 조던 하원의원 등의 트윗에 ‘좋아요’를 표시했고, 보수 논객 디네시 디수자가 공격용 무기 금지를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글에도 ‘좋아요’를 눌렀다. 그의 계정은 현재 비활성 상태로, 그가 스스로 중단했는지 메타나 X에서 강제로 차단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수백명의 인력과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용의자를 수색하고 있다. 또 용의자가 무장 상태이고 극도로 위험하다면서 주의를 요구하며 자택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고, 주민들은 실내에 머물고 있다. 주변에는 당국 관계자들과 기자들만 있을 뿐 거리는 거의 텅 비었다. 경찰은 용의자가 가족 소유의 농가에 숨어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이곳을 포위했으나 용의자를 발견하진 못했다.
이웃 캐나다도 국경 지대에서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재닛 밀스 메인 주지사는 이날 “메인주의 어두운 날”이라면서 “루이스턴 주민들은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있다. 그 고통을 여러분의 마음과 어깨에서 지워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메인주는 인구가 130만명의 인구밀도가 낮은 도시이며, 범죄 발생 역시 상대적으로 드문 곳으로 꼽힌다. 수전 콜린스(메인주) 상원의원은 “메인주에서는 보통 1년에 22명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면서 “어제 하루 만에 그 숫자에 거의 근접했다”고 말했다.
가족 및 친구들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안타깝게 숨진 희생자들의 사연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희생자들 가운데는 가족이나 타인을 지키려다 희생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볼링장에 있던 76세 남성 밥 바이올렛은 현장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다가 사망했다고 유족들이 전했다. 식당 종업원 조셉 워커(56)는 당시 용의자를 쫓아가려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또다시 발생한 무분별하고 비극적인 총격 사건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또 공격 소총 및 대용량 탄창 판매를 금지해줄 것을 재차 의회에 요청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공화당 의원들이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한다”며 “현재 너무 많은 미국 국민의 가족이 총기 폭력으로 사망하거나 부상했다”고 말했다.
2020년 연구 내용에 따르면 메인주에서는 성인의 약 절반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가정에 살고 있지만, 총기 규제가 느슨한 편이다. 메인주에서는 총기를 구입 및 소지하는 데 허가증이 필요하지 않고,위험 인물이 일정 기간 총기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레드 플래그’ 법도 없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공격용 무기 금지를 반대했던 루이스턴 출신의 민주당 소속 재러드 골든(메인주) 하원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입장을 바꿔 해당 정책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 콜린스 싱원의원은 공격형 무기 금지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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