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으면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더 빨라진다

오남석 기자 2023. 10. 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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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 발표
보험료율 차등 인상 방안 추진 예고…고령층 반발할 듯
‘국민연금 감액제 폐지’도 추진…은퇴 후 재취업해도 연금 수령액 안 깎여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 모수 개혁 방안 빠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앞으로는 은퇴 후 재취업하더라도 국민연금 수령액이 깎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고령자의 경제 활동을 유인하기 위해 국민연금 감액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까닭이다.

또, 앞으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속도가 연령별로 차등화돼, 나이가 많으면 보험료가 더 빨리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청년층의 불안감을 달래면서 세대별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 등 구체적인 모수(숫자) 개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추진할 개혁 방향만 놓고도 이해득실에 따라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은퇴 후 일해도 국민연금 안 깎인다 = 현행 국민연금 제도에서는 퇴직 후 소득 활동을 하면 소득액에 비례해 노령연금이 깎여서 지급된다. 노령연금은 가입 기간이 10년을 넘겨 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는 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을 말한다.

국민연금법 63조의2(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액)에 따라 노령연금 수급자는 기준을 초과하는 소득(임대·사업·근로)이 생기면 연금 수령 연도부터 최대 5년간 ‘노령연금액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 금액을 뺀 금액’을 받는다. 이는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로, 한 사람에게 과잉 소득이 가는 걸 막고 연금 재정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1988년 국민연금 제도 시행 때부터 도입됐다.

노령연금 수급자가 소득 있는 업무에 종사할 때 노령연금액의 일부를 깎는 기준선은 ‘일해서 얻은 다른 소득(근로소득 또는 필요경비 공제 후의 소득)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A값)을 초과할 때’다. 올해의 경우 A값이 286만1091원이다. 노령연금이 적든 많든 상관없이, 다른 소득이 이 기준소득(월 286만1091원)을 넘으면 삭감된다.

적게는 10원, 많게는 100만원 넘게 깎이기도 한다. 삭감 기준선을 넘는 초과 소득액이 100만원 늘 때마다 삭감액이 늘어난다. 다만, 아무리 다른 소득이 높아도 삭감의 상한선은 노령연금의 50%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적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노령연금 수급자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감액자도 늘어났다. 연도별 감액자(삭감액)는 △2019년 8만9892명(1201억5300만원) △2020년 11만7145명(1699억4100만원) △2021년 12만808명(1724억8600만원) △2022년 12만7974명(1906억2000만원)이었다.

◇나이 많으면 보험료 더 빨리 인상 =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보험료율 인상 방식에 대해 “인상 속도를 연령그룹에 따라 차등 추진해 나간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보험료율을 지금보다 5%포인트 더 올리기로 한다면 40~50대는 5년 만에 올리고 20~30대는 10년에 걸쳐 더 천천히 올리는 방식이다.

인상되는 특정 시점을 놓고 보면 중장년층에게 더 높은 인상률이 적용되고,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인상률이 낮게 된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그룹 인터뷰를 통해 젊은 분들이 본인들은 많이 내도 똑같이 받고, 기성세대는 조금만 내고 많이 받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며 “보험료율을 올린다면 차등하는 게 세대 간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별 형평성을 높이고, 젊은 층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감을 다독이겠다는 취지이지만, 고연령층은 더 가파른 인상률이 적용되는 만큼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국장은 “이런 식으로 (인상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이라며 “앞으로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재정 여건에 따라 연금 깎일 수도 = 정부가 발표한 방안에는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이나 ‘확정기여방식’ 전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들 방안 역시 보장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면 경제성장률 등 재정 여건에 따라 받게 되는 연금액이 깎이게 된다. 이는 보장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확정기여방식 전환도 논란 거리다. 국민연금은 현재는 급여 수준을 미리 정해놓고 확정된 급여를 지급하는 확정급여방식(DB)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보험료 수준을 미리 확정해 놓고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한 금액을 급여로 받는 확정기여방식으로 전환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전환하면 재정이 악화해도 최소한 내는 만큼에 준하는 돈을 연금으로 받을 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연금액 수준이 낮아져 보장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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