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피해 가족 손 잡아준 英 하원의원
英 의회는 관련 청문회도 추진 중
박진 “中 왕이에 ‘북송 안 된다’ 전달”
“탈북민들의 사연에 깊은 울림을 느낀다. 중국의 강제북송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
캐서린 웨스트(Catherine West) 영국 하원의원이 26일(현지 시각) 최근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것으로 파악된 탈북민 김철옥씨의 언니 규리·유빈씨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 소속 웨스트 의원은 예비 내각, 이른바 ‘섀도우 캐비넷’의 아시아 담당 외교 부장관이자 의회 내 ‘북한 관련 초당적 모임(APPG North Korea)’의 부의장을 맡고 있다. 이 자리에 동석한 대북인권단체 관계자는 “45분이나 우리 얘기를 들어주고 이를 소셜미디어(SNS)에 인증까지해서 매우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규리·유빈씨가 최근 영국 상원에서 열린 한 인권 포럼에서 “북송된 막내를 구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해 현지에서 화제가 됐다고 한다.
이달 초 중국 동북 3성에서 억류됐던 탈북민 600여명이 강제 송환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국제 사회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강제 북송에 관한 청문회 개최를 추진 중인 영국이 대표적이다. 앞서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 등이 ‘중국 내 탈북민의 강제 북송을 막아야 한다’는 서한을 발표한 가운데, 영국 외무부는 중국을 콕 집어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25일에도 앤 마리 트레블리안 외무부 부장관이 “우리는 직접 중국 당국에 탈북 난민을 구금하고 강제 송환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1951년 제정된 난민 지위에 관한 유엔 협약과 난민 의정서(1967년)의 당사국이다.
연말 유엔총회에선 북한 내 인권 실태 폭로와 개선 요구 등을 담은 북한인권결의안이 19년 연속 채택될 것이 유력한데 강제북송 관련 내용이 문안(文案)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유럽연합(EU) 주도로 초안 작업이 진행중이고 한국도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마이클 커비 전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은 26일 VOA에 “우리는 북한과 중국 간 양해 각서에 따라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탈북민들에 대해 주목했다”며 “오늘 날 전세계에서 끔찍한 일들이 너무 벌어지고 있어 이 문제가 국제 의제가 되지 못할까 우려스럽다.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은 27일 국회 외통위에 출석해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돼선 안 된다는 점을 카운터 파트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도 전달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주한 중국대사 초치 등을 언급하며 외교 당국의 미온적 태도를 지적하자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는 다 검토해서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정부가 외교 분야 ‘마지막 퍼즐’이라 할 수 있는 한중관계 개선을 의식해 강제북송 문제 제기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외교 소식통은 “우리 정부도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다음 달 예정된 한·영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단호한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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