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걸스', 마돈나 못지않은 생명력 있는 걸그룹이 되길 바라며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3. 10. 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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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프로듀서와 최고의 한국 디바들이 만났을 때(‘골든걸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1958년생 팝스타 마돈나는 올해 심각한 박테리아 감염으로 죽음에 이를 뻔했다. 그녀가 쓰러진 이유는 올해 7월 시작할 예정이었던 <Celebration Tour>를 위해 건강 이상에도 불구하고 혹독한 강행군 리허설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쓰러진 채 발견됐고 가족들의 병원으로 이송돼 5일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그리고 지난 10월 15일에 다시 기적적으로 월드투어에 나섰다.

최고가의 티켓에도 불구하고 60대 중반 마돈나의 투어는 여전히 큰 인기를 끈다. 관객들은 그녀의 히트곡만을 감상하기 위해 콘서트에 가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댄서들과 함께 꾸미는 독창적인 쇼 무대와 열정을 함께 호흡하고자 콘서트에 간다. 마돈나의 콘서트는 음악, 미술, 무용 등 모든 것을 총망라한 예술적인 무대로 유명하다.

특히 2019년 <MADAME X Tour>가 비밀스러운 소극장 투어를 지향했다면 이번 <Celebration Tour>는 오픈된 느낌이다. 첫 공연 이후 유튜브 등에서 관객들이 찍은 다양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투어에서 마돈나는 커리어 4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답게 1980년대 뉴욕 밑바닥 게이클럽 같은 분위기를 깔고 과거 그녀가 보여준 퍼포먼스를 재해석한 다양한 무대들을 보여준다. 그런 그녀가 오프닝곡으로 선곡한 노래는 의외로 빅 히트곡은 아닌 <Nothing Really Matter>다. 하지만 죽음에서 살아난 그녀가 팬들을 위해 그리고 아직도 무대에서 건재하다는 존재감을 알리기에는 꽤 적절한 곡이지 싶다.

마돈나 말고도 여성 팝스타들 중 아직도 추억이 아닌 현재진행의 건재함을 보이는 경우는 왕왕 있다. 마돈나보다 10년은 선배인 쉐어도 올해 생애 처음 캐롤 앨범을 준비하는 등 아직도 계속해서 앨범을 내고 꾸준히 투어를 계속하고 있다. 50대의 카일리 미노그 역시 디스코와 클럽 뮤직을 재해석한 <DISCO>와 <Tension> 앨범으로 유럽에서는 계속해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 세 사람이 장수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세 명의 여성 팝스타 모두 탄탄한 게이 팬덤을 기반으로 꾸준한 지지 세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트렌드를 읽으면서도 자기 컬러를 잃지 않는 감각 역시 탁월하다. 또한 엔터업계에 은근히 퍼져 있는 연령차별에도 불구하고 스타로서 이슈를 만들고, 과감하게 도전하며, 하고 싶은 것들을 밀고나가는 에너지가 대단하다.

반면 현재 한국의 K팝 시장은 아이돌 문화가 전부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40대 이상의 여성가수는 가끔씩 원숙한 가창력을 보여주는 무대 외에 TV에서 설 곳이 거의 없어 보인다. 패티킴과 윤복희 등의 대형가수들이 1980년대에도 쇼 프로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에 섰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더 퇴보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올해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등이 함께 한 tvN <댄스가스 유랑단>은 반가운 프로그램이기는 했다. 하지만 한때 댄스가스 빅스타였던 이들의 추억담과 건재함을 보여주기에는 나쁘지 않았지만 딱 거기에서 머무른 점은 아쉬웠다.

반면 KBS <골든걸스>는 <댄스가수 유랑단>에 비해 더 기대가 되는 면이 있다. 최고의 걸그룹 프로듀서 박진영이 대한민국의 디바 박미경, 이은미, 인순이, 신효범과 함께 걸그룹을 만들어 간다는 플롯 자체가 일단 흥미롭다. 게다가 네 가수 모두 발라드만이 아니라 더 다양한 장르들을 소화한 가수들이다. 박미경은 아예 댄스가수로 더 인기를 끌었고, 신촌블루스 보컬 출신의 이은미는 록과 블루스를 베이스로 한 가수다. 인순이는 소울과 힙합의 그루브를 타는 능력자며, 신효범 역시 경쾌한 댄스곡과 라틴댄스 곡 등 은근히 다양한 시도를 했던 디바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골든걸스>는 잘 만하면 굉장히 에너지 넘치는 예능이 될 것 같은 기대가 있다. 일단 단순히 이들이 어린 걸그룹을 흉내 낸다는 느낌이 아닌, 이들의 목소리로 더 세련된 K팝 을 들려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각자의 목소리가 있는 이들이 어떻게 하나의 그룹으로 조화로운 에너지를 보여줄지도 궁금하다. 모쪼록 최고의 프로듀서인 박진영과 최고의 한국 디바들이 만난 <골든걸스>가 그에 어울리는 에너지를 보여주길.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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