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7-25' 대역전 참사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권수연 기자 2023. 10. 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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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옐레나(우측)가 상대 블로킹을 피해 공격을 시도한다 ⓒ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삼산, 권수연 기자) 옐레나 26득점, 김연경 25득점. 도합 51점을 올리고도 흥국생명은 웃을 수 없었다. 

지난 2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정관장이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2(21-25, 26-28, 25-22, 25-7, 18-16)로 꺾었다.

앞서 1, 2세트를 내주고도 정관장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 풀 죽어있었던 지아가 이 날 경기 중후반부부터 펄펄 살아나 20득점을 올리며 팀 승세에 큰 몫을 했다. 지아가 잠시 가라앉아있는 동안 아웃사이드 히터 박혜민이 13득점(공격성공률 52.17%)을 올리고 리시브에서도 56.25%로 활약하며 준수하게 팀을 받쳤다.

흥국생명은 3세트 21-18로 앞서가던 상황에서 토스, 리시브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크게 흔들렸다. 김수지의 서브로 시작된 랠리는 네트 싸움 끝에 흥국생명 쪽으로 볼이 넘어왔다. 그러나 김다솔이 김미연에게 넘긴 토스는 상당히 빠듯한 높이였다. 사실상 본인의 머리 위로 던진 토스에 가까웠다. 낮은 볼을 김미연이 어렵게 치고 쓰러졌지만 득점으로 연결될 리 없었고, 이는 곧 이선우의 반격으로 이어졌다. 

높이가 빠듯하니 장신의 옐레나는 상대 블로커의 손을 피해 넘기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이 부분이 조급하니 막혔고 어택커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 낮고 어설픈 토스는 21-20의 점수를 21-21 동점으로 만드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번 더 범하고 말았다.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이 선수단에 작전지시를 내린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레이나ⓒ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미연ⓒ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김미연-레이나 등 아웃사이드 히터진의 리시브가 흔들린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레이나가 세트당 11.43%, 김미연이 22.22%를 기록했다.

이 날 흥국생명의 기록지는 '투맨쇼' 그 자체였다. 김연경과 옐레나 외에는 두 자릿대 득점을 한 선수가 없다. 특히 7-25로 대참사를 만든 4세트에서 7점 중 그나마 연달아 4득점도 김연경이 낸 점수다. 거기에 추가로 1점은 메가의 공격 범실로 만들었다. 

아울러 세터진의 공을 받아 때린 김연경은 때린 자리에서 종종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거나 비틀댔다. 옐레나는 떨어지는 볼을 때리며 상대 투블록에 꽉 막혔다. 반면, 도수빈이 한번 높게 띄운 이단연결을 받아 득점을 내면서는 안정적인 착지 자세를 유지했다. 

5세트 13-12, 결정적인 순간에 느닷없이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된 박은서도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상대 블로커나 빈틈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툭 넘기는 이원정의 패스페인팅도 상황에 따라서는 큰 독이 된다. 실제로 전날 2세트 2점 차 뒤쳐진 상황에서 시도된 이 공격은 상대가 손쉽게 건져올렸다. 

여기에 경기 중반 옐레나가 공격이 막히면 멘탈을 빠르게 회복하지 못하고 표정이 굳어 여러번 범실을 저지르는 점도 보완해야 할 점이다. 

흥국생명 옐레나ⓒ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이처럼 고질적인 문제들이 불거지며 끝내 고전을 면치 못한 흥국생명이지만, 패배는 사실 이미 시간문제였다. 

직전 올린 3연승 중 현대건설전에서도 3세트에서 질질 끌려가다 8점을 연이어 올리며 진땀 풀세트승을 거뒀다. 당시에도 옐레나와 김연경이 45득점을 합작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한 자릿대 득점에 그쳤다. 

토스에 대해서도 아본단자 감독은 "이원정의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통증의 강도가 심한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페퍼저축은행전에서도 결과로 드러난다. 옐레나-김연경이 43득점을 합작했을 뿐 타 선수들은 모두 한 자릿대 점수다. 페퍼저축은행 역시 야스민 홀로 28득점을 올리며 원맨쇼를 펼쳤고 리시브가 터진 점은 비슷하지만, 제 몫을 해내는 공격수를 둘이나 보유한 팀이 야스민 홀로 고득점한 팀과 두 번의 치열한 듀스 접전을 치르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은 안정적인 승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경기력이 반복된다면 통합우승은 먼 얘기가 된다. 어쩌면 정규리그 1위조차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직전 시즌 챔피언결정전 역스윕의 악몽을 이번 경기로 또 한번 겪은 흥국생명이다.

현재 여자부 1위는 승점 10점을 쌓은 현대건설로, 흥국생명은 이번 경기에서 패배하며 고작 승점 1점만을 얻어 역전 기회를 뺏겼다. 

흥국생명의 다음 상대는 GS칼텍스다. GS칼텍스는 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정관장을 압도적으로 제압했다. 만일 GS칼텍스에게까지 기회를 내준다면 2위 자리마저 위태로워진다.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대결은 오는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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