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되는 도봉고 건물에 일반초·특수초 2년간 함께 둥지
학생 수 감소로 내년에 폐교되는 서울 도봉구 도봉고등학교에 인근 초등학교와 특수학교 초등부가 당분간 함께 둥지를 틀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2월말 폐교 예정인 도봉고 건물을 초등학생에게 맞는 시설로 바꿔 2025년부터 도봉초등학교와 서울도솔학교 초등부가 함께 사용한다고 27일 밝혔다. 도봉초 학생들은 2025년 3월부터 2027년 2월까지 2년간 도봉고 1층부터 4층까지를 사용하고, 도솔학교 초등부는 2025년 3월부터 2029년 2월까지 4년간 도봉고 5층을 사용하게 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학생이 줄어들어 문을 닫는 도봉고 건물은 당초 인근 도봉초가 교육환경 개선사업(그린스마트미래학교)을 실시하는 동안 임시 교사로 사용하기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인근 도솔학교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도솔학교와 공간을 나눠 쓰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도솔학교의 전신은 2018년 사회복무요원들이 발달장애 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던 사립 인강학교다. 학교는 사건 발생 이듬해 사립에서 공립으로 전환됐지만 열악한 시설환경은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았다. 도솔학교 교실은 일반 공립학교의 절반 크기인 32㎡에 불과하고, 급식실과 특별교실도 기준 면적에 미달돼 교육과정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서울시교육청은 도솔학교를 개축하기로 하고 개축 기간 동안 도봉고 교사를 도봉초와 공동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학교 공동체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해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우려와 달리 의견수렴 과정에서 공감대가 확대되면서 공동사용이 결정됐다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서울시교육청과 북부교육지원청, 해당 학교 관리자와 교직원 등은 지난달 ‘서울도솔학교 초등부 임시 이전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도봉초 학부모를 대상으로 도봉초·도솔학교 임시 운영방안 설명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설명회를 통해 도봉초 보호자들이 도솔학교 학생들의 열악한 교육여건을 염려하는 등 공동사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확대됐다”며 “두 학교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등 성숙된 인격체를 형성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두 학교 구성원들이 아름다운 동행이 완성될 수 있도록 상생의 공동체 의식을 보여줬다”며 “두 학교의 시설개선과 공동운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최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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