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尹 ‘마이웨이 정치’…독선·이념 전쟁·인사 실패에 민심 등 돌려

김종일 기자 2023. 10. 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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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한 ‘수도권 위기론’…진앙지는 尹 서울 지지율 ‘25%’
“태도 바꿔야”…‘R&D 예산 삭감’ 등 설득 없는 독주로 논란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위기다. 그것도 대위기다. 윤 대통령이 야심 차게 선보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10월6일 야당의 반대 끝에 결국 낙마했다. 10월11일 실시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는 17%포인트 격차로 참패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윤 대통령은 정계 입문 이후 처음으로 연이은 패배의 쓴맛을 봤다. 윤 대통령은 이후 절치부심해 반성의 메시지와 민생 행보를 선보였지만, 민심은 여전히 냉랭했다. 오히려 지지율은 급전직하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10월20일 발표) 최근 6개월 동안 최저치인 30%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에서의 긍정평가는 25%까지 떨어져 여권 전체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다. 여권에 불어닥친 '수도권 위기론'이 내년 총선에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과 수도권 위기론의 '진앙지'가 바로 윤 대통령 발밑에 있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이다. 

ⓒEPA 연합

'수도권 위기론'의 진앙지는 바로 尹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는 기회도 있다. 국정 기조 대전환과 함께 국민 통합에 힘쓰는 모습을 보인다면, 추락한 지지율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여의도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대선 과정에서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안철수 의원과의 단일화를 거쳐 보수의 외연을 키웠던 것처럼 '플러스 정치'를 한다면 등 돌린 민심도 점점 마음을 풀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연 윤 대통령은 기회를 잡을까. 여당에서는 지지율 위기를 맞이한 윤 대통령이 최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토로가 포착됐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용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10월2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정부·여당과 함께 추모식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정 기조 대전환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상징적인 기회가 될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삼키는 모습이 관측됐다. 

대통령실은 "추모 행사가 유가족들 중심으로 마련된다고 생각했는데 야당이 개최하는 정치집회 성격이 짙다"며 윤 대통령의 불참 이유를 밝혔다. 실제 정부·여당은 야당이 이태원 참사를 '정치 쟁점화'한다는 이유 등을 들며 그동안 '참사 책임론'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다. 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행사에 참여했다면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일성이었던 '와이프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말을 윤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 실천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면서 "특히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권 전체가 중도 외연 확장과 국정 기조 대전환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추모식에 참석했다면 국민 통합을 위한 윤 대통령의 진정성을 국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추모식에 참석했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만나 그동안 꽉 막혀 있던 야당과의 대화에도 물꼬가 트일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야당이 제안한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동도 성사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기와 기회 사이에서 윤 대통령은 과연 향후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여권에서 전략통으로 평가받는 선거 전문가들은 지금이 윤 대통령이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싸늘한 민심과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혹독하게 매서운 겨울'이 예고되어 있는데, 총선을 5개월 조금 넘게 남겨둔 지금, 국정 기조를 대전환하고 제대로 준비해야 민생과 경제라는 성과를 총선 즈음에 어느 정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출범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냉골 같은 국민 여론을 뒤집으려면 결국 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싸늘한 민심을 매일 현장에서 접하는 이들은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으로 총선을 치른다' '검사 무더기 공천' 같은 소리가 언론에 보일 때마다 속이 타들어간다"면서 "결국 '태도의 문제'다. 윤 대통령이 배제와 독선의 자세를 버리고 통합과 대화의 모습을 보여야만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윤 대통령은 어쩌다가 사면초가에 내몰리게 됐을까. 시사저널이 여권 관계자들을 두루 접촉해본 결과 결국은 ①태도(오만과 독선) ②국정 방향(민생 대신 이념) ③인사(검사 출신만 중용)로 압축되는 세 가지가 핵심 문제로 손꼽힌다. 문제 해결의 첫 단계는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진단을 제대로 해야 처방전이 제대로 나오는 법이다. 시사저널은 윤 대통령이 지금의 위기에 빠지게 된 결정적 순간과 계기, 지금의 여론조사 수치가 의미하는 민심의 모습, 그리고 '인요한 혁신위'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등을 두루 살펴봤다. 

尹 지지율, 한 달 만에 서울에서 14%포인트 급락

정치권에서 여론조사는 수치 그 자체보다는 추세가 중요하다. 이 추세를 보면, 지금 윤 대통령은 위기가 틀림없다. 한국갤럽 기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2%(9월 3주 차)→33%(10월 2주 차)→30%(10월 3주 차)로 움직였다(9월 4주 차와 10월 1주 차는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았음). 

중요한 포인트는 10월 2주 차에서 3주 차로 넘어가는 부분이다. 한국갤럽의 10월 2주 차 조사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10월11일) 전후인 10월10~12일 진행됐고, 가장 최신 조사인 10월 3주 차 조사가 17~19일 실시된 점을 감안하면 보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내보인 쇄신 행보에 대해 민심이 공감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여권에서 지금 가장 주목하고 있는 숫자는 서울에서 나온 윤 대통령 긍정평가 25%다. 전주 조사 결과(33%)에서 1주일 새 8%포인트가 빠졌다. 9월 3주 차에 기록했던 39%와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무려 14%포인트 급락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여론조사를 보고 "돌아버리겠다"고 말한 대목이 바로 여기다. 10월 3주 차 서울에서의 부정평가는 66%로 전주 조사(58%) 대비 8%포인트 올랐다. 대표적인 스윙보터 지역으로 평가받는 서울에서 지금 윤 대통령은 외면받고 있다. 

인천·경기의 지지율 추세도 좋지 않다. 윤 대통령은 같은 기간 인천·경기에서 30%→30%→32%의 지지율을 보였는데, 부정평가는 계속 60%대를 기록했다. 내년 총선의 승패는 전체 지역구 의석(253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121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현재 여론조사 추세만 보면 윤 대통령은 서울(49석), 경기(59석), 인천(13석) 등 수도권에서 뚜렷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여권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중장기적 전망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총선 구도에서 '정부 견제론'이 '정부 지원론'을 계속 앞서는 흐름이 굳어지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10월13일 발표한 조사를 보면, 정부 견제론(48%)은 정부 지원론(39%)보다 9%포인트 높았다. 

윤 대통령과 여권에 이 수치가 공포로 다가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격차는 민주당이 압승(민주당 180석, 국민의힘 103석)했던 직전 총선 때와 유사하다. 한국갤럽이 2020년 4월 총선 이틀 전에 실시한 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원론(49%)이 견제론(39%)보다 10%포인트 높았는데, 실제 총선 결과는 민주당 49.9%,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41.5%로 사전 조사와 비슷하게 나왔다. '수도권 위기론'을 넘어 내년 총선의 전망이 어둡다는 인식이 여권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자리한다. 

여권 내부에서 '김기현 체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에도 김 대표 취임 이후부터 '정부 견제론' 우세 구도가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 또한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연초까지만 해도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권 견제 정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지난 3월 조사에선 정부 견제론(44%)과 지원론(42%)이 엇비슷했다. 하지만 김 대표 체제가 본격 활동을 시작한 4월부터 정부 견제론(50%)이 지원론(36%)을 10%포인트 이상 앞서기 시작했고, 정부 견제론 우세 구도는 이후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한 국민의힘 의원은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되는 한국갤럽의 조사방법이 여권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인식된다"면서 "그런데 한국갤럽의 총선 구도 여론조사를 보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과 2030세대에서 여당은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이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내년 총선은 최소한 수도권에서는 해보나 마나"라고 토로했다. 

실제 갤럽 조사를 보면, 49석이 달린 서울은 정부 견제론 46%, 정부 지원론 41%였고, 각각 53석과 13석이 걸린 인천·경기는 51%대 37%로 정부 견제론이 정부 지원론을 압도했다. 충청권도 52%대 31%로 정부 견제론이 우세했다. 스윙보터로 불리는 20대(55%대 29%)와 30대(53%대 32%)에서도 정부 견제론은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중도층 역시 정부 견제론(54%)이 정부 지원론(33%)을 앞섰다.

"김태우 공천부터 홍범도 논란, R&D 예산 삭감까지 다 잘못"

여권 내부에서는 지금의 위기가 어디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을까.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여권 관계자 대부분은 지금의 위기가 초래된 결정적 계기로 김태우 후보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재공천한 일을 꼽았다.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유책자를 대통령이 석 달 만에 사면했고 여당은 자당의 귀책사유로 치러진 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외면한 채 '대통령 오더'를 받듯 재공천한 모습이 안 그래도 오만하고 독선적인 대통령의 태도에 뿔이 나 있었던 국민으로 하여금 회초리를 들게 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측은 답답함을 표시했다. 윤 대통령의 의중에 밝은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의 당시 입장은 '누구를 공천을 줘라' 혹은 '누구는 안 된다' 이런 게 아니었다. 특정인 출마를 강제로 막는 건 부적절하다는 뜻 정도였는데, 마치 대통령이 당에 '오더'를 내리고 다 조정한 것처럼 비쳐 답답하다"고 했다. 하지만 설사 대통령의 의중이 제대로 당에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당·대(대통령실)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은 문제로 지적될 만하다. 특히 당·대 관계가 '수직적'으로 계속 기울어 보이는 점은 문제다.

ⓒ시사저널 박은숙

"지금의 위기, 불통과 오만에 대한 국민적 불만 누적된 결과"

여당 내에서 지금의 위기가 대통령이 저지른 한 번의 실수나 잘못으로 초래됐다고 보는 이는 드물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 보인 독선적 태도, 즉 불통과 오만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고 봤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민심이 돌아선 결정적 장면으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독선적 국정 운영), 잼버리 파행(무능),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민생 대신 이념),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외압 논란(보수의 정체성 훼손) 등을 주로 꼽았다. 인사청문회 도중 사라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상징되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도 많이 거론됐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 지난 대선을 승리로 이끈 선거연합을 스스로 허물고 있는 '편가르기 정치'와 '마이너스 정치'도 지목됐다. 

국민의 실생활에 크게 영향을 주는 정책도 윤 대통령이 소통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기보다는 일단 내놓고 혼란이 생기면 뒤늦게 수습하려는 모습으로 비쳤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이나 '최대 69시간 근로' 논란 등이 준비와 설득 없이 꺼냈다가 국민적 반발을 사자 백지화한 대표 사례다. 수능 150일 전에 '킬러 문항 배제'를 발표해 입시와 교육 현장에 혼란을 초래한 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미·일과의 관계 복원이나 '세일즈 외교' 등 외치에서는 적잖은 성과를 낸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다. 외치에서 기껏 딴 점수를 내치에서 다 까먹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권 인사들도 비슷한 의견을 많이 제시했다. 하태경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배제와 독선의 정치를 지속하며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대신 이념 논쟁에만 몰두한 게 지금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짚었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니까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 국정을 펼치니까 지금 국민은 윤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를 제일 바라는데 현 정부는 국민의 요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카르텔 척결' 같은 정치만을 하니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메스 쥔 인요한, 통합·혁신 넘어 '공천 룰'까지 손댈까

지금 여권의 심폐소생술을 맡은 인물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다. 여당 내에서는 인 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그의 정치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결국 용산과 영남 주류의 반대로 제대로 된 개혁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부터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해 국민에게 많은 희망을 줬던 것처럼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여권의 고인 고름을 짜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일단 대통령실은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취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0월25일 인 위원장을 예방해 "언제든지 대통령과 연락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혁신위가 두려움을 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혁신위에 대한 불신과 무용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사실상 윤 대통령이 직접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물론 난관은 여전하다. 당장 인 위원장이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윤희숙 전 의원에게 혁신위원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혁신위 성패가 비윤(非윤석열)계 인사들을 품을 수 있는 방안이 나오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시작부터 난관을 겪게 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인 위원장이 취임 일성처럼 통합과 민생으로 여권을 이끌기만 해도 'B+' 이상, 총선 공천 문제까지 건드려 정치 신인은 물론 비윤계도 품는 과감함을 드러낸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로 'A+'라는 성적을 거둘 것이란 의견이 많다. 하지만 결국 관건은 인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말처럼, 지금 '국민이 바뀌어야 된다고 지목하는 대상은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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