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짜 가짜뉴스'가 뭐냐고 방통위원장에 물었더니
야당 의원들 "방통위원장이 할 말인가"
“아니 가짜뉴스 단속하는 게 왜 언론탄압입니까. 제가 알아듣게 설명해 주세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추진 중인 ‘가짜뉴스’ 심의 및 대책이 법적 근거가 없어 문제라는 거듭된 비판에 이동관 방통위 위원장이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방통위와 방심위가 “매우 정상적으로 가고 있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라고도 했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방통위 등을 대상으로 벌인 국정감사(종합감사)는 지난 10일에 이어 ‘가짜뉴스 국감’ 2라운드로 진행됐다.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설치나 인터넷 신문까지 심의를 확대한다는 계획 등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어서 불법,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번에도 이어졌는데, 이동관 위원장은 10일 국감 때보다 더 적극적인 태도로 반박에 나섰다. 자신이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는 ‘가짜뉴스 근절 추진현황 및 법적근거’ 보고서를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방심위가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뉴스를 심의할 수 있는 근거가 방통위 설치법에 있다”고 주장하며 “할 수 있는 걸 그동안 나쁘게 얘기하면 직무유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법적 근거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법 제21조4호 방심위의 직무 중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에 언론 보도가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정보라 하더라도 언론 보도는 정보통신망법이 아닌 언론중재법을 적용하는 게 입법 취지에도 맞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과는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방심위원장이 법적 근거가 없는 일을 할 리 없지만 했다면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도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류 위원장은 26일 언론·시민단체들에 의해 직권남용으로 고발당했다.
방심위 설립 이래 첫 인터넷 언론 심의, 왜? “뉴스타파 문제가 심각해서”
이 위원장은 또 “가짜뉴스가 무엇이냐는 규정은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정리될 것”이라면서도 “누가 봐도 가짜뉴스, ‘순진짜 가짜뉴스’는 단속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진짜 가짜뉴스가 뭐냐”고 따지자 이 위원장은 “뉴스타파 같은 게 가짜뉴스 아닌가”라며 “청담동에 대통령이 가서 술 먹었다는 그런 가짜뉴스는 명백한 거다”라고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내세운 가짜뉴스 심의의 계기도 뉴스타파였다. 류 위원장은 “20년 넘게 한 번도 한 적 없는 인터넷 신문 심의를 위원장이 바뀌고 왜 하게 됐을까”라는 박찬대 민주당 의원 질의에 “인터넷 언론의 영향력이 커졌고, 제가 맡을 때쯤 돼서 뉴스타파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해서”라고 답했다.
가짜뉴스 심의·규제가 “글로벌 트렌드”라고도 주장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방심위의 해외 국가 규제 현황 보고서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미디어정책리포트 등을 근거로 “나라마다 형태는 다르고 허위조작 뉴스 제재 조치로 어떤 방식을 취하느냐의 방법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심위가 해외 규제의 대표적 예로 제시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은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자율규제 행동강령으로 행정심의 규제가 아니며, 오히려 가짜뉴스 규제를 시도한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방심위가 근거로 제시한 리포트에 담겼다고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꼬집었다.
2018년과 2022년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보고서에선 “사법부가 아니라 정부기관이 합법적 표현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규제모델을 채택해서는 안 되”며 많은 나라에서 가짜뉴스의 입법 목적이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억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류 위원장은 “직접 전문을 보지 못해 전후 배경을 몰라 코멘트할 수 없다”고 했다.
신뢰도 조사 MBC가 1위라는데, 이동관 위원장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동관 위원장의 언론에 대한 편향된 인식도 감사 내내 드러났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이 “국민은 무조건 늘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며 “최근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MBC가 1위고 KBS가 2위다. 그럼 현재 MBC와 KBS가 언론 중에선 그나마 가장 신뢰할 수 있고 가장 공정하다고 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이동관 위원장은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봄에 한 시민단체 바른언론시민행동이란 곳에서 지난 1년간 조사한 가짜뉴스 30개 중 28까 진보 야당이 제기한 거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는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제가 기억하는 범위 안에선 불공정 언론 랭킹도 상위에 MBC가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변 의원이 인용한 시사인-한국갤럽 조사에서 불신언론 1위는 조선일보가 2위는 TV조선이 차지했다. MBC는 3위였다. 변 의원은 “대통령이 국민만 보고 가라면 국민 판단을 믿어달라.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라고 꼬집었다.
역대 방통위원장들이 직접적인 언급을 대체로 피해왔던 특정 방송에 대한 평가 역시 이 위원장은 서슴지 않았다. 이날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MBC의 왜곡 편향 가짜뉴스와 대통령 가족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었다”며 일부 사례를 들자 이 위원장은 “상당히 중대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이 “지난 7월 한 달간 MBC 라디오, TV, 유튜브 전체를 조사했더니 대통령 가족에 대한 악의적 보도가 147건으로 하루 평균 5.6건에 달했다”고 주장하자 구체적인 내용은 묻지도 않고 “권력을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본령이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비판이 아니라 폄하, 비난, 심지어는 일종의 흑색선전에 가까운 내용도 담겨 있다고 생각해 중대한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원님이 올리신 화면을 보고 굉장히 충격받았다. 이 정도인가 생각할 정도로”라며 “재승인(재허가) 심사에도 엄정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형배 의원이 “방통위원장이 할 수 있는 말이냐”고 따지자 “당연한 얘길 말씀 드린 거다. 법적 권한 밖에 있는 말씀을 드린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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