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사각지대·수익률만 건드린 정부···첫째아부터 출산크레딧, 해외투자 60%로 확대

민서영 기자 2023. 10. 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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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27일 발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는 크레딧 제도 등 사각지대 해소안과 기금수익률 제고 방안 등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담겼다. 모수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조정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대신 노후 소득 보장과 재정 안정화를 꾀하는 세부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다.

저소득 지역가입자도 보험료 지원···출산·군 복무하면 무조건 가입기간 추가 인정

보건복지부는 이날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계획안엔 가입자의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로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대상을 넓히고 지원기간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현재는 사업중단·실업·휴직 등으로 납부예외자가 됐다가 납부를 재개한 지역가입자 중 재산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에게만 보험료의 50%를 지원했다. 앞으로는 납부재개자에 더해 일정소득 수준 이하의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도 보험료의 50%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 기간도 최대 12개월에서 더 늘린다.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 등 국민연금 가입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사례를 참고해 사업장가입자로 단계적으로 전환한다. 소득 파악과 관리 가능성이 높은 대상자부터 실태조사를 거쳐 논의할 예정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노령연금 수급자가 기준을 초과하는 소득을 얻을 경우 일정 연금액을 감액하는 제도는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폐지한다. 유족연금 지급률도 50~60%로 늘리고 손자녀 연령을 19세에서 25세로 상향해 보장수준과 지급대상을 확대한다.

청년 세대가 출산이나 군 복무를 하면 연금 급여를 더 받는 크레딧(가입기간 추가 산입) 제도도 확대한다. 둘째아부터 적용되던 출산 크레딧은 첫째아부터 가입기간을 상한 없이 12개월씩 인정하는 방식으로 지원대상을 확대한다. 또 노령연금 수급시점부터 크레딧을 인정하던 현 제도를 출산 시점부터 인정하도록 바꾼다. 국고 부담 비율도 현행 30%에서 더 확대한다. 군복무 크레딧은 인정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전체 복무기간으로 확대한다. 군복무 크레딧 역시 지원 시점을 노령연금 수급시점에서 군복무 완료시점으로 앞당긴다. 크레딧 제도로 가입기간이 늘어나면 가입자가 받는 연금 급여는 더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전문성↑’ 기금운용본부 역할 확대···서울에 스마트워크센터 신설

복지부는 국민연금 재정안정화의 방안으로 기금수익률을 1%포인트 이상 올리는 방안도 구체화했다. 지난 3월 발표된 재정 추계에 따르면 앞으로 70년동안 기금투자수익률이 기본가정(평균 4.5%)보다 1%포인트 오르면 기금 소진 시점이 5년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율을 2%포인트 인상한 효과와 같다.

우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5년 단위의 전략적 자산배분 권한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기금운용본부로 이관하고, 기금운용위는 장기수익률과 위험 수준을 설정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기금운용위는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관리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전문가 외에도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대표 등으로 이뤄져 있어 대표성이 강하다. 반면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운용 전담조직으로 금융투자 경험을 갖춘 전문인력을 선발해 운영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에 일각에선 기금 운용의 대표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날 낸 논평에서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 운운하며 수익률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핵심인 자산배분 권한을 각계 각층의 대표성을 가진 기금위에서 기금운용본부로 이관한다고 하는 것은 1000조원 기금의 핵심 의사 결정기구이자 대표성을 가진 회의체인 기금위에서 개입할 수 없었던 정권 차원, 정권과 결탁한 자본 차원의 개입을 기금운용본부를 통해 상시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해외투자 비중을 2028년까지 약 60%로 확대하고 이를 위해 내년부터 대체투자 분야 인력을 대폭 확충한다. 내년 샌프란시스코에 기금운용본부 해외사무소 1곳을 추가 설치해 해외사무소를 현 3곳에서 4곳으로 늘린다. 금융시장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기금운용 전용 서울 스마트워크센터도 신설한다.

기금운용본부 인력도 증원한다. 사모대출과 부동산플랫폼 투자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조직체계를 개편하고, 성과급 체계 개편으로 전문운용인력의 보수 수준을 합리화해 인력 이탈도 막는다.

장기적인 기금운용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20년 단위의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한다. 대체투자 확대 등 투자 다변화에 용이한 자산배분체계를 마련해 장기적인 기대 수익률과 적정 위험수준을 설정한다는 취지다.

수익률 1%포인트 제고 가능할까···“불가능한 숫자는 아냐” “앞뒤가 바뀐 희망고문”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늘리면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해외 연기금 사례를 보면 (수익률 1%포인트 제고가)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라며 “(해외투자 시) 외환이 영향을 주는 건 맞지만 국민연금 기금은 투자 시기가 굉장히 길기 때문에 변동이 있더라도 단기 변동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안정화의 핵심인 ‘보험료율’ 수치는 빠진 채 수익률만 강조하는 건 “희망고문”이라고도 지적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재정 안정 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은 보험료율인데, 보험료율을 먼저 강조하고 그게 부족하니 수익률 제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해야 앞뒤가 맞는 얘기”라며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부분(수익률 1%포인트 제고)을 가지고 재정 안정을 달성하겠다는 건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했다.


☞ ‘연금 개혁’?…핵심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빠진 ‘맹탕 개혁안’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10271400011


☞ 기획·연재 | 알쓸연금
     https://www.khan.co.kr/series/articles/as375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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