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존경하는 2183승 감독 은퇴 왜? 사인 스캔들→WS 우승 수습한 70대 명장 결국 떠난다

윤욱재 기자 2023. 10. 2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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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시내티 레즈 시절 더스티 베이커 감독(왼쪽)과 추신수의 모습.
▲ 신시내티 레즈 시절 추신수(왼쪽)와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포옹을 나누고 있다.
▲ 은퇴 기자회견에 나선 더스티 베이커 감독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183승을 남긴 '노장' 감독이 결국 그라운드와 작별을 선언했다.

더스티 베이커(74)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은 27일(한국시간)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현역 시절 외야수로 뛰었던 베이커 감독은 19살이던 1968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 LA 다저스(1977~1983년)를 거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984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1985~1986년)에서 뛰며 통산 2039경기에 출전해 타율 .279 242홈런 1013타점 137도루를 기록했다.

애틀랜타 시절이던 1972년 타율 .321 17홈런 76타점 4도루를 기록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베이커 감독은 1975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다저스로 이적했고 1977년 타율 .291 30홈런 86타점 2도루를 폭발하면서 다저스 외야진의 중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에는 타율 .294 29홈런 97타점 12도루를 기록하며 생애 첫 실버슬러거를 거머쥔 베이커 감독은 1981년 타율 .320 9홈런 49타점 10도루로 활약하며 생애 첫 올스타와 골드글러브 선정은 물론 2년 연속 실버슬러거 수상까지 해내는 기염을 토했다. 1982년에도 타율 .300 23홈런 88타점 17도루로 알짜 활약을 펼친 베이커 감독은 2년 연속 올스타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베이커 감독은 1983년 타율 .260 15홈런 73타점 7도루를 기록한 것을 마지막으로 다저스를 떠났고 198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타율 .292 3홈런 32타점 4도루를 남긴 뒤 1985년 오클랜드에서 타율 .268 14홈런 52타점 2도루, 1986년 타율 .240 4홈런 19타점을 기록하고 선수로서 은퇴를 선언했다. 이때 그의 나이는 37세였다.

1993년 샌프란시스코의 새 사령탑에 오른 베이커 감독은 시카고 컵스(2003~2006년), 신시내티 레즈(2008~2013년), 워싱턴 내셔널스(2016~2017년)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갔고 2020년부터 올 시즌까지 휴스턴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감독직을 맡았던 26년 동안 남긴 업적은 화려했다. 2183승 1862패(승률 .540)라는 어마어마한 통산 전적만 봐도 베이커 감독이 얼마나 대단한 지도자였는지 알 수 있게 한다.

▲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2022년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카퍼레이드 행사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장면이다.
▲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 2013년 신시내티 레즈 시절 더스티 베이커 감독(왼쪽)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추신수의 모습.

1993년 샌프란시스코 감독직을 맡자마자 103승 59패(승률 .636)를 기록하면서 신인 감독 돌풍을 일으킨 베이커 감독은 1997년 90승 72패(승률 .556)를 거두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차지하며 감독으로서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디비전시리즈에서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에 3연패를 당하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2000년에도 마찬가지였다. 97승 65패(승률 .599)로 지구 1위까지 이끈 것은 좋았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뉴욕 메츠에 1승 3패로 밀리고 만 것이다.

그래도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2002년 95승 66패(승률 .590)로 와일드카드 1장을 거머쥔 샌프란시스코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애틀랜타를 3승 2패,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4승 1패로 누르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월드시리즈에서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와 최종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친 샌프란시스코는 끝내 3승 4패로 무릎을 꿇으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03년 컵스로 옮긴 베이커 감독은 88승 74패(승률 .543)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로 이끌면서 '염소의 저주'를 깰 수 있는 기회를 맞았으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플로리다에 3승 4패로 밀리는 바람에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는 가슴 아픈 순간을 맞아야 했다. 당시 스티브 바트만이라는 관중이 파울 볼을 잡기 위해 손을 뻗으면서 좌익수 모이세스 알루가 공을 잡을 수 없었고 이후 컵스는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이른바 '바트만의 저주'가 등장한 시기가 이때였다. 베이커 감독은 당시 최희섭과 인연을 맺기도 했지만 최희섭은 2003년 12월 플로리다로 트레이드되면서 두 사람의 인연도 끝을 맺었다.

베이커 감독은 2008년 신시내티 감독으로 부임한 뒤 6시즌을 지휘하면서 3차례나 팀을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끌었으나 끝내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지난 해에는 휴스턴에서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며 '무관'의 설움에서 탈출했다. 워싱턴 시절에도 그랬다. 2016~2017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로 이끌었음에도 번번이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워싱턴을 떠난 베이커 감독은 사실상 은퇴의 기로에 들어섰으나 2020년 휴스턴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베이커 감독의 마지막 도전이었다. 그 결과는 화려했다. 휴스턴에서 보낸 4년 동안 모두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하는가 하면 월드시리즈 우승(2022년), 월드시리즈 준우승(2021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3연패(2021~2023년)라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2022년에는 106승 56패(승률 .654)로 압도적인 지구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디비전시리즈에서 시애틀 매리너스를 3연승으로 쓰러뜨리고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뉴욕 양키스를 4승 무패로 간단하게 제압한 베이커 감독은 월드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를 4승 2패로 누르고 그토록 기다렸던 우승의 순간과 함께 할 수 있었다. 그의 나이 73세에 찾아온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베이커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기에 계속 참여하고 싶지만 손주들을 포함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면서 "휴스턴에서 보낸 4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었다"라고 휴스턴에서의 지난 날을 회상했다.

▲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절. 2002년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시카고 컵스 시절. 2003년 월드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뒀지만 끝내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
▲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 2년 연속 지구 1위를 이끌었으나 번번이 디비전시리즈에서 미끄러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짐 크레인 휴스턴 구단주도 베이커 감독에게 감사함을 나타냈다. 크레인 구단주는 2020년 사인 훔치기 스캔들이 터지자 A.J. 힌치 감독을 경질하고 야구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1명인 베이커 감독을 영입해 분위기를 수습했다.

"우리가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를 도와줬고 팀을 잘 이끌어줬다"는 크레인 구단주는 "베이커 감독은 환상적인 커리어를 남겼다. 그가 남긴 기록이 그 자체를 말해준다. 선수들은 베이커 감독을 그리워할 것이다. 그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있었고 항상 멋진 한마디를 남겼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다나 브라운 휴스턴 단장 또한 "어린 시절 TV를 통해 그가 뛰는 것을 지켜봤다. 5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훌륭한 야구인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승리자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베이커 감독이 앞으로 어떤 인생을 열어 젖힐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아직 내가 인생에서 해야 할 일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라며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인생에서도 열정을 불태울 것임을 이야기했다.

베이커 감독은 '추추 트레인'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뛸 당시 존경을 표했던 인물이다. 추신수는 2013년 신시내티에서 뛰면서 생애 최고의 시즌을 치렀다. 154경기에 출전해 타율 .285, 출루율 .423, 장타율 .462, OPS .885에 21홈런 54타점 20도루를 마크했다. 특히 사구 26개로 내셔널리그 1위에 오를 정도로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신시내티는 1번타자 추신수의 맹활약 속에 90승 72패(승률 .556)를 거두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추신수는 신시내티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FA 시장에서도 특급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에 계약한 추신수는 국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이커 감독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추신수는 "베이커 감독님께서 '우리는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돈을 받는 몇 십만 명 중 1명이고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야구를 즐기는 것(Enjoy Baseball)'의 의미라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뜨거워졌다"라고 밝혔다.

텍사스에서 7년 동안 타율 .260, 출루율 .363, 장타율 429, OPS .792에 114홈런 355타점 52도루를 남긴 추신수는 2021시즌을 앞두고 전격 국내로 복귀, SSG 랜더스의 새 식구가 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추신수는 2021년 타율 .265 21홈런 69타점 25도루를 기록하면서 녹슬지 않은 출루 본능을 보여줬고 지난 해 타율 .259 16홈런 58타점 15도루를 기록하는 한편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320에 출루율 .414로 활약하며 SS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SSG는 키움을 4승 2패로 누르고 감격의 순간을 맞았다.

마침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추신수는 '은사' 베이커 감독도 휴스턴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는 소식에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베이커 감독은 지난 해 월드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를 4승 2패로 꺾고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텍사스의 돌풍을 잠재우지 못하고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결국 베이커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고 그의 화려했던 야구 인생도 마침표를 찍었다. 최근 추신수도 SSG가 준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에 3연패를 당하고 패퇴하면서 2023시즌을 마감했다. 올해로 41세인 그가 내년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추신수 ⓒ곽혜미 기자
▲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분노하고 있다.
▲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
▲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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