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도 자연계 희귀 현상 ‘폐경’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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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장년기를 넘어 갱년기로 접어들면 월경이 멈추고 생식 기능이 사라진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UCLA)와 애리조나주립대 공동연구팀은 아프리카 우간다 서부 키발레 국립공원 내 응고고 숲에 사는 야생 침팬지를 대상으로 폐경 현상을 관찰한 연구결과를 2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가설이 침팬지의 폐경기를 설명하진 못한다.
연구팀은 침팬지가 수백만 년간 폐경기를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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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장년기를 넘어 갱년기로 접어들면 월경이 멈추고 생식 기능이 사라진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 사람과 5종의 고래종에서만 확인된다. 이 희귀 현상이 침팬지에게도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UCLA)와 애리조나주립대 공동연구팀은 아프리카 우간다 서부 키발레 국립공원 내 응고고 숲에 사는 야생 침팬지를 대상으로 폐경 현상을 관찰한 연구결과를 2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보통 동물 암컷은 사망하기 전까지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한다. 반면 사람과 일부 고래종은 폐경을 겪는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침팬지 역시 생식 능력을 잃은 뒤에도 한참을 생존했다.
연구팀은 1995~2016년 응고고 숲에 사는 암컷 침팬지 185마리를 관찰했다. 이들의 출산과 사망 데이터를 기록하고, 14~67세 66마리에서는 나무 밑에 시트를 까는 등의 방법으로 소변 샘플을 채취해 호르몬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30세 전후 출산율이 떨어지고 50세 이후에는 출산하는 사례가 없었다. 출산을 멈춘 이후 살아간 기간은 성체 이후 수명의 20%에 달했다. 대부분의 동물은 이 수치가 0%다. 죽을 때까지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약 40% 정도다.
소변 샘플에서 측정한 에스트로겐 등의 호르몬 변화는 인간 여성에서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생 시기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 또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인간이 폐경기에 이르는 이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의 폐경기는 아직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유전자를 가급적 많이 남기는 자연 선택을 한다면 여성이 평생 가임기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내세운 이론은 ‘할머니 가설’이다. 인간에게는 폐경이 오히려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다른 동물 대비 큰 뇌를 가진 인간은 어린 시절 성장과 생존을 위해 양육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만약 여성이 계속 가임기를 유지한다면 제대로 된 돌봄이 이뤄지지 않아 사망하는 아기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여성이 출산을 멈추고 노년기에 손자를 돌볼 수 있게 된다면 자녀의 안정적인 출산과 손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설이 침팬지의 폐경기를 설명하진 못한다. 인간에 비해 작은 뇌를 가진 침팬지는 새끼 때 양육자에게 인간만큼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연구팀의 관찰에 의하면 노년기 암컷 침팬지가 손주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모습 또한 관찰되지 않았다.
폐경을 겪는 고래 연구에서는 폐경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 고래 무리에서 나이든 암컷 고래는 종종 동료 고래들을 사냥터로 이끌고 가는 모습이 관찰된다. 그들은 수십 년된 기억을 사냥터를 찾는데 활용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가임기를 유지하는 것보다 출산을 멈추고 먹이를 찾는 지혜를 발휘하는 게 고래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침팬지가 수백만 년간 폐경기를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응고고 숲에 사는 침팬지에게만 예외적으로 나타나는 것인지, 다른 영장류에게도 좀 더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인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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