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 질의 끝나자 “사인해줘요” 의원들 우르르… 증인 누구길래?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선 여야 의원들의 질타와 설전이 벌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주로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은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호화 출장’을 문제 삼았다. 야당 의원들은 한국전력의 누적적자 원인과 전기요금 인상 문제를 놓고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설전을 벌였다.
이런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국정감사가 끝나자 한마음으로 사인을 요청한 인물이 있다. 증인으로 출석한 가수 겸 배우 김민종 KC컨텐츠 공동대표였다.
김씨를 증인으로 신청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1월 김씨가 라스베이거스 출장에서 인천경제청장, 간부 등과 부적절한 만남을 했다고 언론에 나왔다. 이때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자는 논의를 했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우선 저는 K팝 콘텐츠 관련 일만 해왔고, 사업적인 건 다른 공동대표가 해왔다”며 “그분을 증인으로 같이 불러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이어 라스베이거스에서 인천경제청장을 한 번 만났으며 당시 수의계약 등의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에 정 의원은 “라스베이거스 출장을 다녀온 후 KC컨텐츠가 설립됐고, 김씨가 이 회사의 대표가 됐다”며 “사업 주체도 KC콘텐츠로 바뀌었고, 사업 부지도 1만5000평 더 늘어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 사업이 백지화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재추진할 것인가. 또 사업이 지연돼 주민들이 어려워졌는데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어떤 것에 대한 사과를 드려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저도 모르게 어느 순간 (사업이) 백지화 돼 며칠간 ‘멘붕(멘탈 붕괴)’에 빠진 적 있다”고 답했다. 김씨는 “사죄할 일이 있으면 사죄드리겠다”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프로젝트를 우리 지역에서 하자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제가 아직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씨는 사업 유치 의향서를 들어보이며 “제가 있던 SM엔터테인먼트, JYP, FNC, 드라마‧영화 제작사 등 대형 기획사와 엔터테인먼트 기업 유치를 제가 직접 뛰어다니면서 받아왔다”고 했다.
그는 “저는 데뷔한 지 35년 된 배우”라며 “오늘 이후로 제가 무슨 사업가로 전환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국감에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기사화되고 엄청나게 많은 분들에게 걱정하는 전화가 왔다. 저 또한 걱정이 됐다”며 “어떤 분들은 ‘외국에 나가라’고 했지만, 제가 거리낌 없고 잘못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출석했다)”고 설명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인천 송도를 사업지로 택한 이유를 물었다. 김씨는 “송도를 우연히 가보고 깜짝 놀랐다”며 “송도가 국제도시라는 건 알았고, K콘텐츠와 잘 배합이 되면 우리나라에도 할리우드 같은 도시가 안 생기라는 법 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송도의 가장 큰 장점은 인천국제공항이 가깝다는 것”이라며 “국제도시 송도에 K콘텐츠를 잘 접목하면 세계적인 국제도시가 될 거라는 자그마한 제 마음가짐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수고하셨다. 팬으로서 답변할 수 있는 시간을 드렸다”고 말했고, 국감장에는 웃음소리가 번졌다.
증인‧참고인 질의 뒤 장내 재정비를 위해 국정감사가 정회되자 김씨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 중에는 여야 의원들도 있었다. 의원들은 김씨에게 다가가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 7월 18일 KC컨텐츠 사내이사로 들어온 뒤 바로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약 일주일 뒤인 그달 26일 KC컨텐츠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총사업비 6조8000억원에 달하는 ‘K팝 콘텐츠 시티’ 사업을 제안했다. 이후 인천경제청은 송도 8공구 R2‧B1‧B2블록(총 21만㎡)에 해당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인천경제청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장을 다녀올 당시 김씨와 부동산 개발업체 회장 A씨, 이수만 전 SM 대표 등을 만난 것으로 전해져 로비 의혹이 제기됐다. 인천경제청은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사업을 백지화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