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알밤 “재미있는 소근육 운동 게임 ‘잼재미AR’을 만듭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장애아동에게는 발달 상태에 맞는 적절한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소근육 운동 등 재활치료를 꾸준히 하면 뇌세포의 일부가 죽더라도 다른 뇌세포가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게 된다. 뼈나 근육의 경직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금의 재활치료는 성인에게 맞춰져 있다. 아이들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재활치료에 끌려다니게 된다. 소근육 운동의 경우 일상에서도 자주 해야 하지만 하루 한 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장애아동을 자녀로 둔 김정은 알밤 대표 역시 자녀의 재활치료 과정에서 이런 부분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다 손가락 트래킹 기술을 접하게 되었고, 게임 기획 경험을 살려 재활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를 위한 소근육 운동 게임 ‘잼재미AR’을 만들었다. 게임을 만든 이유는 하나다. 재미있는 재활치료.
모든 어린이가 즐겁고 행복하게 성장하길 바란다는 김정은 대표를 만나 알밤과 잼재미AR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재미있는 장애아동 재활치료는 없을까?
IT동아: 안녕하세요, 김정은 대표님. 우선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정은 대표: 안녕하세요. 알밤 김정은입니다. 저는 알밤을 운영하면서 소근육 운동 게임 잼재미AR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약 10년간 대형 게임 회사에서 게임 기획자로 근무했습니다.
IT동아: 게임 기획을 하다가 창업을 했는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김정은 대표: 지난 2019년에 쌍둥이를 낳았어요. 그런데 한 아이가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습니다. 장애아동의 경우 조기 재활치료가 중요해서 서울부터 수원까지 여러 병원에 다녔습니다. 쌍둥이 육아에 재활치료까지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VR(가상현실) HMD(Head Mounted Display)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VR 안에서 손가락 움직이는 게 보이더라고요. 아이들이 재활치료할 때 하던 손동작을 해봤는데 그대로 구현이 됐어요. 찾아보니 이미 VR과 AR(증강현실)로 손가락을 감지하고 추적하는 기술이 있더라고요. 심지어 구글이 오픈API로 공개한 상태고요.
당시 저는 그 기술을 이용한 소근육 운동 프로그램이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고요. 별도 센서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카메라만 있으면 되는데 그걸 만든 곳이 없었어요.
의아한 마음에 게임 개발하는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그리 어렵지 않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만들기로 했습니다. 재활치료사와 개발자를 모아 팀을 꾸리고 재활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위한 소근육 운동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프로토타입을 완성하고 재활치료센터에서 테스트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이 게임을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고 더 많은 아이에게 제공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IT동아: 회사 이름이 알밤이에요. 어떤 의미인가요?
김정은 대표: 제가 직접 해 보니 장애아동의 재활치료는 쉽지 않더라고요.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에요. 하지만 아이의 성장을 돕는 의미 있는 일이거든요. 가시밭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알밤 밭인 거죠. 그 속에 우리의 에너지원인 알밤이 숨어 있거든요. 저희도 가시밭길에 알밤 같은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아 알밤이라고 지었습니다.
게임에 초점 맞춘 소근육 운동 게임
IT동아: 이제 개발하신 게임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궁금한 것이 기존에는 소근육 운동 게임이 없었나요?
김정은 대표: 물론 있어요. 대부분 손가락을 추적하는 센서나 마커가 있는 장갑을 이용하는 형태에요. 그런데 가격이 비쌉니다. 일반 가정에서 구비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게임 기획을 오래 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제 기준에서는 재미 요소가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장갑도 대부분 성인 기준이에요. 6세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더라고요.
IT동아: 그러면 알밤이 만든 게임은 어떤가요?
김정은 대표: 저희가 만든 게임은 아이들의 소근육 운동을 돕는 ‘잼재미AR’입니다. PC나 태블릿으로 할 수 있는 미니게임이에요. 해당 기기의 카메라를 이용하기 때문에 별도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단 게임을 진행하는 버튼이 엔터나 스페이스, 터치, 스와이프가 아닌 손동작이에요. 손으로 하는 재활치료의 경우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는 23가지 손동작이 있는데요. 재활치료사가 아이 상태를 보고 권하는 동작이 있거든요. 우선 그 동작을 입력하고 여러 미니게임 중 원하는 게임을 선택합니다. 그러면 카메라가 켜지는데 거기에 손을 인식하고 미리 설정한 손동작을 하면서 게임을 진행합니다.
그러니까 잼재미AR은 재활치료센터에서 추천하는 손동작을 일상에서도 계속 훈련하도록 돕는 게임인 것이죠.
저희는 아이들이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재미 요소를 높이는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게임의 경우 재미 요소를 높이기 위해 레벨링, 보상, 스토리 등을 강조합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에요.
레벨링은 같은 게임 내에서 새로운 스테이지나 지역 등이 계속 추가되는 것을 말해요. 게임의 경우 한 번 출시했다고 해서 그냥 두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지나 지역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이용자가 꾸준히 즐기도록 하는 것이죠. 저희도 처음에는 게임이 하나뿐이었는데 이제는 10가지가 넘습니다. 공룡 점프하기, 농구 골대에 골 넣기, 음료수 따르기, 햄버거 쌓기 등 다양한 게임이 있어요.
보상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경우 플레이에 따른 보상이 중요해요.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잼재미AR도 오는 11월에 컬렉션 업데이트를 합니다. 게임을 하면서 캐릭터를 수집하는 시스템인데, 추후 이를 기반으로 현실에서 포토카드, 스티커북 등을 모을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저희가 신경 쓰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스토리입니다. 사실 스토리는 게임의 재미 요소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축이에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선 ‘네 손(장애가 있는 열성 손)에 특별한 파워가 느껴져! 그 손으로 악당을 물리친 거구나? 대단해!’라는 내용의 스토리를 넣으려고 해요.
보통 뇌성마비 장애아동의 경우 한쪽이 마비되거든요. 마비된 손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히어로나 초현실적인 파워의 개념을 부여해서 계속 사용하도록 동기부여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서 불편한 팔에 긍정적인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IT동아: 현재 개발 상황은 어떤가요?
김정은 대표: 지난해 프로토타입을 개발했고요. 지금은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추가하고 업데이트하는 중입니다. 이와 함께 한정된 이용자 대상으로 테스트하면서 운동 효과나 재미 요소 부분을 확인하고 있어요.
소근육 운동 효과의 경우 가톨릭대학교에서 22명의 편마비 아동을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를 지난 5월 논문으로 발표했는데요. 잼재미AR을 이용한 아이의 경우 손 기능의 양적, 질적 향상이 유의미하게 나타났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재미 요소의 경우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는데요. 보통 재활치료센터에서는 한 번에 10분씩, 아침저녁으로 운동할 것을 권해요. 그래야 뇌와 근육이 기억하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지루하고 재미없는 단순 반복이니까요. 잼재미AR은 아이들이 먼저 찾아요. 한 번은 재활치료센터에서 한 아이가 울고 있더라고요. 이미 40분 동안 했는데 그만하고 집에 가자고 하니 더 하겠다면서 울고 있던 거죠.
이런 사례를 보면서 지속적인 소근육 운동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재미있는 재활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IT동아: 게임을 개발하고 사업을 전개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김정은 대표: 사실 첫 창업이라 어려움이 많았어요. 회사 운영에 대해 모르는 부분도 많았고 업무공간이나 네트워크 확보도 어려웠습니다. 우선 업무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지인을 통해 경기콘텐츠진흥원 산하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의 지원 사업을 알게 되었어요. 마침 입주기업 모집 공고가 있어서 지원했고 지난해 11월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업무, 내외부 회의, 웨비나 등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그 외에 다양한 지원도 받았습니다. 사업 전개하는데 필요한 내용에 대한 교육도 진행했고 알밤과 잼재미AR을 홍보할 기회도 얻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먼저 제안해 주더라고요. 특히 멘토링이 좋았어요. 사실 크게 기대 안 했는데 저희가 원하는 기업과의 만남을 주선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기존 입주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힘도 얻고 동기부여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가 즐겁게 성장하는 환경 만든다
IT동아: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정은 대표: 저희는 단순히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재활치료 전반의 어려움을 덜어내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재활치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온라인 세미나나 오프라인 행사도 틈틈이 개최하고 있어요.
커뮤니티도 구축할 예정입니다. 잼재미AR의 게임 시간, 수행 내용 등을 통해 아이의 훈련 상황을 관리하는 잼재미 케어 페이지가 있는데요. 여기에 부모들이 서로 정보나 사례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어려움이나 애환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추후에는 재활 전문가를 만나 훈련 상태를 확인하고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도 연계할 예정이고요.
모든 아이들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요. 그런데 재활치료를 받는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저희는 잼재미AR과 저희의 활동을 통해 모든 아이가 즐겁게 성장하고 자신감을 키우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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