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훈 인천교육감 “대입개편안으로  사교육 경쟁 더 치열해질까 우려”

박나영 기자 2023. 10. 27. 13: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사·학생·학부모·교육감·교육단체 등과 충분한 논의 필요”
“교권 보호 방법이 과거로 회귀하는 방식이어선 안 돼”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공교육의 정상화'는 요원한가
[시사저널 창간기획 인터뷰] 두 현직 교육감에게 대한민국 교육 개혁의 길을 묻다

지난 7월 젊은 초등학교 여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언론을 통해 전해진 심각한 교권 침해 사례들에서 우리는 교실이 더 이상 배움과 협동을 위한 공동체의 공간이 아님을 직시했다. 승자 독식의 사회구조가 낳은 '내 아이 우선주의'는 현장의 교사를 위협하고, 교사의 참된 가르침은 설 자리를 잃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은 석 달째 매주 토요일 검은 상복을 입고 거리로 나와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고 있다.

오직 입시만이 목표인 아이들이 학교보다 학원에 더 의존하게 된 지 오래다.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 광풍은 오랜 기간 곪아온 우리 교육의 문제다. 해방 이후 입시 제도가 19차례나 바뀌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만 가중됐고, 역대 정부마다 교육 개혁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 사이 입시에 특화된 학원들은 정책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상품'을 만들어냈고 아이들은 이 상품을 소비하는 문제풀이 기술자가 돼가고 있다. 현 정부가 최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발표한 대입개편안을 두고도 찬반 논란이 뜨겁다. 시사저널은 수도권의 두 현직 교육감을 만나 우리가 처한 공교육의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교사·교장을 거친 교육행정 전문가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재임에 성공하면서 제2기의 막을 열었다. 교권 침해와 학교폭력 등 학교 안 문제들과 관련해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소통이다. 갖가지 사안에 대해 토론회와 공청회를 지속적으로 열어 문제를 환기시키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나간다. 시사저널은 10월25일 오후 3시 인천교육청에서 도 교육감을 만나 공교육의 여러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 들어봤다.

ⓒ시사저널 이종현

"학교 구성원 모두의 인권 측면으로 접근해야"

서이초 사태로 우리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교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여러 원인이 있다. 우선 교사의 지위에 대한 인식이 약화됐다. 과거에는 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했고 교육·진로·생활교육 전문가로서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지금은 학부모의 학력과 경제 수준이 높아졌고, 사설 교육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교육에 대한 시선이 왜곡되고 교사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지고 있다. 사제 관계에 경제 논리가 작용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사제 관계는 예의와 존중에 기반한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관계였는데, 수요자와 공급자 관계로 바뀌면서 학생과 학부모는 감정적 불만도 법과 행정을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나친 경쟁 중심, 승자 독식의 사회구조가 낳은 '내 아이 우선주의'도 문제다. 모호한 법 규정과 이를 악용하는 문화 역시 문제다.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혐의 유무와 관계없이 수사기관이 조사하는 제도, 이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 활동 및 훈육이 제한받는 현실이다. 2018년에서 2021년까지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공무원이 1.52%에 이른다(국가통계포털)." 

'교권 4법' 개정안 통과 이후 교사들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까지 주장한다. 동의하나.

"교권 4법의 주요 개정 내용은 아동학대 피신고 시 직위해제 제한, 아동학대 사안에 대한 교육감 의견제출 의무화, 교육활동 침해학생과 교원의 즉시 분리 및 관할청 형사고발 조치 가능, 학부모의 의무 강화 등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해서는 아동복지법 개정까지 이뤄져야 한다. 교권 보호 4법은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지만, 아동학대 피신고 시 해임 가능성이 있다. '누구든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의 개정이 필요하다.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등의 관계에서 발생한 분쟁에서 아동복지법 적용에 대한 문제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인천에서는 교권 침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재임 이후 교권 침해 관련 토론회를 3번 열었다. 기존의 상담실 외에 민원상담실을 별도로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있다. 이에 우리 교육청은 이미 민원상담실이 마련된 학교 외에 별도 공간이 없는 학교를 대상으로 내년까지 260여 개 민원상담실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관리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교장, 교육청 공무원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토론을 통해 합의할 것이다. 내년 1월부터는 '교육감 직속 교육활동보호담당관' 조직을 신설하고, 아동학대 신고부터 사안 종결까지 '법률·행정·상담·치유'를 총체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학교에서 처리가 어려운 악성 민원의 해결도 교육청이 전담한다. 조직 신설 전까지는 임시로 '교육활동보호대응팀'을 발족해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침해가 어떤 관련성을 갖고 있다고 보나.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강압적 체벌 시대를 끝내고, 인권 친화적 학교를 구현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교사의 교육활동 보장에 관한 권리가 가려지는 그늘이 생겼다. 교권 보호를 위한 방법이 과거로 회귀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인권은 인간이면 갖는 보편적 권리로,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동등한 권리다. 교권과 학생 인권을 대립 구도로 설정해 교권과 학생 인권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학교 구성원 모두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선생님, 학생, 학부모 모두의 인권을 서로가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교육부가 사교육 '이권 카르텔' 사례와 학원의 허위, 과장 광고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기로 한 6월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내신과 수능의 '미스매칭' 커져"

일부 지자체는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기도 했는데.

"우리 교육청은 서이초 사건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교권 침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대응해 왔다. 2021년 4월부터 학생·교직원·학부모·시민·전문가 등이 모여 오랜 기간 숙의한 끝에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를 제정했다. 학생·교직원·보호자 모두의 인권 증진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것이 타 시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와 다른 점이다. 2019년 인권조례 제정추진단 24명이 19차례 모여 조례안 초안을 마련하고, 2020년 인권조례 검토협의단 42명이 23차례 모여 조례안을 완성했다. 2021년 시의회 교육위원회의 검토도 12차례 했고, 2021년 3월에 시의회 본회의를 거쳐, 2021년 4월에 조례안을 공포했다."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은 어떻게 보나.

"수능과 내신제도가 모두 바뀌었다. 수능은 선택과목 없이 모두가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르는 통합형 시험으로 전환했고, 내신은 기존 9등급제를 5등급제로 전환했다. 통합 수능으로 과목 선택이 사라졌기 때문에 과목 선택의 유불리 문제가 해소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과목 선택권을 없앤 것은 획일적 교육으로 후퇴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2025년도부터 전면 시행하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또 내신을 5등급제로 완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줄 세우기 평가에 머물러 과도한 입시 경쟁이 완화될지 의문이다. 내신과 수능의 관계를 놓고 보아도 내신은 9등급 상대평가에서 5등급으로 다소 완화한 반면, 수능의 상대평가 9등급 체계는 그대로 유지해 '미스매칭'이 더 커졌다. 결국 내신보다 수능 변별력이 강해져 수능을 강화한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기존과 달리 사회와 과학을 모두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수험생의 학습 부담도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과도한 사교육 경쟁의 원인이었던 줄 세우기 수능의 강화로 오히려 자사·특목고 중심의 사교육 경쟁이 치열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교육정책이 학부모와 학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행돼야 할까.

"소통과 협치의 자세가 필요하다. 대입개편안은 학교 현장, 학생, 학부모, 시도교육감, 교육단체 등과 좀 더 충분한 논의가 필요했다. 우리 교육청은 8월31일, 2028년 대입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갖고 수능의 자격고사화, 표준점수제도 폐지, 수시 비율 확대 및 정시 비율 축소, 서·논술형 평가의 점진적 도입 등의 의견을 모아 지난 9월 시도교육감 총회에서 타 시도교육감들과 공유했다. 지난 6월 공교육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 때도 고교학점제 안착과 내신 절대평가 등을 말했던 교육부가 2022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와는 상당히 모순되는 대입제도를 만든 것이 매우 안타깝다. 정부는 이번 대입개편안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와 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입시 당사자인 학생들 의견을 경청했는지 검토해야 한다."

"교부금 7조원 감축에 모든 사업 재검토해야 할 판"

세수 결손으로 인한 교부세 감축이 상당해 당장 올해 사업 추진에 차질이 예상되는데.

"전례 없던 재정 위기가 시작됐다. 최근 정부는 세수 재추계 결과, 국세가 당초 예산안보다 약 59조원 덜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초중등교육의 주된 재원인 지방교육재정 교부금도 기존 예산안보다 약 11조원을 줄여 교부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교부금을 금년 예산안보다 약 6조9000억원 감액했다. 이에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보통교부금 5540억원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 이어져 보통교부금을 2023년 대비 5539억원 줄여야 한다. 2년간 1조1180억원을 축소해야 하는 것이다. 올해는 그나마 그린스마트미래학교와 급식시설 현대화 등의 사업을 미뤄 1828억원을 확보하고,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낙찰차액·준공정산·불용액 등을 만들어 1366억원을 확보하고, 학교기본운영·무상급식비·인건비를 위해 비축해 두었던 통합재정안정화기금 2346억원을 활용해 대응할 예정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같은 규모의 예산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이에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예정이다. 학생 교육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예산은 최대한 반영하되 명예퇴직, 노트북 보급, 교육환경 개선 비용 등은 축소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 교육청은 기금이 있어 예산이 남아돈다고 하는데, 기금은 사업의 성격상 추후 집행할 돈을 현재 남겨두는 것이기 때문에 기금을 활용해 충당하는 방법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현 상태가 지속되면 기금 고갈은 시간문제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계속 줄이는 것도 문제인데.

"시도지사협의회에서는 이른바 '교육재정합리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도 교육비특별회계 전출제도를 개편해 전출액을 현재의 50% 수준으로 줄이려 한다. 이에 따라 시도교육청으로 들어오는 법정전입금은 2023년 예산 대비 최대 7조4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의 재정으로 돌려 쓰고,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유보통합 소요 비용과 교권 4법 이행을 위한 교육활동 보호에 드는 비용, 그리고 정부가 약속한 담임교사 수당과 보직교사 수당 인상분을 시도교육청에 미루려는 움직임이 있다. 교육청 재정구조는 인건비 등 고정경비가 88%에 이르러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이 어려운데, 지방교육재정을 감축하고 추가 사업까지 시행하면 초중등교육은 재정 파탄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학교를 떠나는 교사가 늘고 교대를 가려는 학생은 줄어들고 있다. 교원 축소와 관련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코로나19 기간 동안 학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학교는 단순히 대학 진학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 발달, 신체 건강, 관계성, 돌봄 등 전 영역에 걸친 제2의 가정이다. 사회가 급변할수록 학교에 대한 요구가 다양해지고, 그 책임은 무거워지는 현실에 비해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우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중앙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

교육감에 취임한 지 올해로 5년째를 맞고 있는데 계획이 있다면.

"지난 임기가 코로나19에 대응하고 미래교육의 토대를 만든 시간이었다면, 이번 임기는 미래교육의 토대 위에 학생 저마다의 꿈을 실현하는 학생 성공시대를 열어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결대로 교육'이 목표다. 결대로 교육을 위해 기초·기본역량, 디지털·생태역량, 자기 주도 역량 강화에 힘쓰겠다. 이에 읽기-걷기-쓰기, 즉 '읽·걷·쓰' 시민문화운동으로 기초·기본 역량을 다지고, 놀이 중심 코딩교육, 바다학교 등 인천특화 해양교육에도 힘쓰겠다. 또 학생·교원·학부모·시민이 함께하는 학생 개별 맞춤형 학습체제 구축으로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의 안전망을 만들겠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