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모범생 김종규, DB에서 무관의 한 떨쳐낼까?

김종수 2023. 10.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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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포츠계에서는 국가대표의 의미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예전처럼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것만으로 영광을 느끼는 시대가 아닌지라 대표선수로서의 정신과 자세 거기에 대한 각개인의 손이익에 대한 갑론을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야구의 일명 ’이의리 사태‘는 스포츠에 별반 관심 없는 일반 팬들에게까지 핫이슈로 거론될 만큼 많은 이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모습이다.


신인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헌신해왔던 이의리는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선발됐으나 소집 하루 전, 몸상태 불안을 이유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본인은 괜찮다고 했지만 류중일 감독은 이해하기 힘든 억지 논리까지 펴면서 끝내 그를 탈락시켰다. 성적 여부에 따라 군면제가 달려있던 대회였던지라 민감하기 그지없었지만 류감독의 고집을 막을 수는 없었고 그로인해 특정팀에 대한 악감정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의리와 같은 KIA 소속으로 올시즌 부진했던 군필 최원준은 끝까지 데려갔다는 점 등 온갖 의문점이 쏟아져나왔다. 류감독은 과거에도 군면제 보상이 있었던 대회에 당시 KIA 소속이던 안치홍을 논란 끝에 탈락시킨 전적이 있다. 억울하게 국가대표에서 탈락했던 이의리는 이후 리그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몸 상태나 컨디션에 전혀 이상이 없음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잠깐 불거졌던 이 문제는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며 그대로 묻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류감독이 또다시 무리수를 두며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APBC 대표팀 최종엔트리를 뽑는 과정에서 지난 아시안게임때 병역혜택을 받은 상당수 선수들은 제외하면서 당시에는 쳐다도 보지 않았던 김도영을 비롯 이의리, 정해영, 최지민 등 KIA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특히 이의리에 대해서는 타팀 팬들은 물론 대다수 야구 관계자들이 ’안쓰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실컷 써먹다가 정작 보상이 필요한 대회 때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억지 탈락시켜버리고, 한달 만에 다시 불러들이는 모습은 분명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돋보이는 것은 이의리의 성숙한 태도다.


억울하거나 화가 나지 않느냐는 식의 질문에 “국가대표는 절대로 가벼운 자리가 아니고 또 당연하게 생각해서도 안 되는 자리 같다. 불러준 것 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아시안게임에 안 됐으니 이번에 안 나간다는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며 국가대표의 품위에 걸맞는 답변을 했다.


국가대표 논란은 아시안게임 당시 농구 또한 마찬가지였다. 적지않은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최종 엔트리를 뽑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모 선수는 자신이 탈락한 사실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필터링도 거치지 않은 채 화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팬들은 해당 선수의 직설화법에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왜 그가 빠졌는지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분위기였다.


대표팀의 성적에 대해서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다. 최근 한국농구의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장신 포워드들이 부상과 이런저런 사정 등으로 줄줄이 빠져버리며 전력 손실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달을 놓고 경쟁할 주요 경쟁국들의 상당수가 최정예 멤버가 아니라는 점에서 해볼만 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2~3군으로 구성된 일본에도 발목이 잡힌 것을 비롯해 역대 최저성적인 7위로 대회를 마무리 했다. ’전술도 투지도 없었다‘는 혹평이 가득했고 항저우 참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 가운데 모 스타플레이어는 경기후 인터뷰에서 ’대표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내뱉으며 팬들을 한숨짓게 했다.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근심어린 시선이 몰린 상황에서 자세한 내용도 없이 무책임하게 언급한 발언의 무게는 심각해 보이는 내용과는 별개로 한없이 가벼워 보였다. 팀이 하나가 되지 않고 있으며 선수와 코칭스탭의 사이도 좋지 않음을 짐작케 했다. 설상가상으로 국가대표에 뽑히지 못했던 앞서 언급한 모 선수는 대표팀 사령탑을 조롱하는 게시물을 SNS에 올리며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러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팬들은 많은 실망을 했다. 성적이나 특정 인물들의 잘잘못을 떠나 ’국가대표라는 가치가 이렇게 낮아졌나‘라는 한숨을 짓게 만드는 상황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나 아닌 너‘를 질타하는 의견만 난무했다. 그런 가운데 야구의 이의리처럼 국가대표의 품격을 보여준 이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김종규(32‧206.3cm)다.


김종규는 지난 6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일정을 마친 후 개인 SNS에 장문의 소감을 남긴바있다.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주고 있는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 국가대표에 대한 마음가짐, 아쉬운 성적에 대한 미안함 등 다양한 생각과 심정을 피력했다. 인상적인 것은 현재보다 미래를 위해 함께하자는 부분이었다.


부족한 것 많고 아쉬운 것 투성이이지만 여기가 끝이 아님에 함께 반성하고 느껴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던 특정 단체에 대해서는 도와주세요라는 순화된 표현으로 부탁을 남겼고 선수단 역시 더 노력하겠다는 의지 역시 빼놓지 않았다. 서로 탓만하며 책임 추궁에 바빴던 분위기는 김종규의 진심이 담긴 호소에 상당 부분 정리가 됐다.


김종규는 평소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드려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서장훈, 김주성, 오세근 등 역대 국가대표 선배 빅맨들과 비교되어 평가절하를 당해도, 소속팀 부진의 책임을 뒤집어써도 별다른 변명 없이 묵묵히 받아들이기 일쑤였다. 국가대표 합류 과정에서도 자존심 상하는 일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별다른 티 조차 내지 않았다.


때로는 바보 같을 정도로 우직한 면도 보여왔는데 모두가 난처해햐고 어려워하던 때에 선뜻 나서서 소신을 밝혔다. 올바른 소통이 무엇인지 모범답안을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선수 김종규가 유독 저평가를 받는데는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프로 무대서 무관인 이유도 크다.


국가대표 빅맨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소속팀 우승이 없다. 서서히 전성기가 꺾여가고 있는지라 쉽지 않을 것이다는 혹평도 많았으나 올시즌 기회가 왔다. 1옵션 외국인선수로 국내 무대에서 검증된 디드릭 로슨(26‧201cm)이 합류하면서 본인은 물론 함께 빅맨진을 이루고 있는 강상재(29‧200cm)까지 함께 시너지효과를 받게 된 것이다.


아시아쿼터제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이선 알바노(26‧185cm)에 더해 BQ좋고 다재다능한 로슨이 더해지자 원활하게 볼이 잘 돌고 있으며 그로인해 김종규에게도 기회가 많이 가는 모습이다. 높이면 높이 외곽슛이면 외곽슛, 이른바 팀 플레이가 살아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27일 현재 소속팀 DB는 2승으로 시즌 시작을 산뜻하게 시작 중이다. 국가대표의 품격을 보여준 김종규가 소속팀에서도 베테랑 센터의 관록을 입증할 것인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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