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준비 완료한 이스라엘에 국제사회 자제 촉구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분쟁 여파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앞으로 수일 동안 제한적 지상 기습을 계속할 것을 예고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면전 태세를 갖췄지만 국제사회는 신중을 촉구했다.
또 이란과의 대결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는 남부 전선에서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북부에서 어떤 전개에도 준비가 돼 있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큰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전쟁을 확장하는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군은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다음 단계의 전투를 위한 준비로써 기바티 보병 여단 주도로 가자 북부에서 작전을 벌였다”며 “군 전차와 보병은 다수의 테러분자와 기반 시설, 대전차 미사일 발사 진지를 표적 공격했다. 그 병사들은 임무를 마치고 해당 지역에서 나와 이스라엘 영토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대규모 폭격으로 수십명에 이르는 하마스 군사 조직 고위급 인사를 제거하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26일 정보기관 신베트와 공동으로 내놓은 성명에서 군과 신베트의 정보를 기초로 전투기를 동원해 하마스 정보국 부국장인 샤디 바루드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미국 등은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면서 이스라엘에 지상전과 관련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게 대외적인 공식 입장이다.
특히 미국은 중동 일대 미군의 안보 차원에서 더욱 중동 정세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열흘 사이 이라크와 시리아, 홍해 지역에서 미군에 대한 공격이 17차례 발생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지상전 연기를 바라는 가장 큰 이유는 중동 일대 미군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포대 1개와 패트리엇 미사일 약 10개 대대의 배치를 완료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는 언론 보도도 전날 나왔다.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이 26일 분쟁 여파로 민간인 피해가 극심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통로 및 일시 중지’ 확대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은 유엔이 제안한 공식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지지하지만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식 휴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로 가자지구내 연료가 곧 바닥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엔 구호기구들이 활동을 대폭 축소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유엔 구호기구들은 연료 비축분이 거의 소진됨에 따라 구호 활동을 크게 줄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줄리엣 투마 국장은 “UNRWA 시설로 대피한 난민 62만9000명에게 생명줄을 제공하려면 연료가 긴급히 필요하다”며 “외부에서 들어오는 지원이 거의 없어 가자가 질식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활동을 중단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기존에 남아있던 연료는 북부의 주민들이 몰려든 가자지구 남부의 물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었으나 이마저도 이날 모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검문소를 통해 지난 21일부터 국제사회의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드나들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의해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다며 연료의 반입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구 인도주의 조정관 린 헤이스팅스는 “예비 발전기에 연료가 없으면 가자지구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받는 환자 1000명과 인큐베이터에 있는 미숙아 130명, 산소호흡기를 사용하는 중환자들을 더 이상 돌볼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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