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광폭 행보와 尹 방문 이후 과제

2023. 10. 27. 11: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40∼50년 간 우리나라 성장의 긴요한 파트너 국가를 꼽는다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최근엔 중국일 것이다.

그리고 사우디는 원유 공급과 건설사 일감 제공을 통해 우리의 성장 밑거름이 됐다.

우리가 교역하는 약 200개국 중 구조적·만성적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나라는 일본과 사우디뿐이었다.

사우디는 그간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유럽·미국 등 유수의 투자 그룹과 기술 기업들을 초빙했고, 사실상 우리 기업들은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영목 前 코이카 이사장, 前 駐이란 대사

지난 40∼50년 간 우리나라 성장의 긴요한 파트너 국가를 꼽는다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최근엔 중국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40년간 3대 파트너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빼면 안 된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배경에는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특히 엄청난 원유 공급이 필수였다. 그리고 사우디는 원유 공급과 건설사 일감 제공을 통해 우리의 성장 밑거름이 됐다. 우리가 교역하는 약 200개국 중 구조적·만성적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나라는 일본과 사우디뿐이었다. 현재 한국은 사우디의 4대 원유 고객이다.

사우디의 비전2030과 최근 널리 알려진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꾸준히 추진돼 온 현대화·첨단화와 그린 경제 건설 목표를 구현해 줄 구체적 결실이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이한 빈 살만 왕세자는 43년 만에 양국 공동성명에 동의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일반 건설과 초현대식 스마트시티 설계 관리 건립,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 조선과 미래 모빌리티 사업 등에서부터 방산·원자력·스마트 파밍(smart farming)·기후변화 대응 등 에너지경제 전환에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한국 기업들에 문호를 개방했고 적극 참여를 요청했다. 새 시장과 에너지경제 전환에 목 타는 우리 기업과 사회에 커다란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사우디는 중동 국가들의 큰형 역할을 해 왔지만, 팔레스타인 자치·독립 문제, 반사우디 무장세력들의 도전으로 안보상 큰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동에서의 안정된 역할은 물론 유라시아·중동·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지역의 투자센터뿐 아니라 힘의 균형자 역할도 자처한다. 많은 취약국과 난민들이 사우디의 원조와 자원에 의지한다. 사우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중국의 중재로 역내 패권 경쟁자인 이란과 수교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최근엔 이스라엘과 수교도 고려하고 있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국방·방산 협력은 물론 우크라이나와 가자 등 분쟁 지역에서의 민간인 보호와 인도적 지원 및 도처에서의 평화 회복 등 세계적 관심사에 대한 협조가 담겼다. 또, ‘한반도’에서 대량파괴무기(WMD) 확산 저지를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 지지가 표명된 것은 한-사우디가 단일 차원의 경협,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지역·세계 안보를 위한 독특한 동반자가 됨을 의미한다.

이번 국빈방문으로 이뤄진 획기적 성과에 더해 정부와 기업들에 주문한다.

우선, 구두 약속과 약정에 매달려 안일한 대응을 하지 말고 우리가 부족한 부분들을 속히 보완하자는 것이다. 사우디는 그간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유럽·미국 등 유수의 투자 그룹과 기술 기업들을 초빙했고, 사실상 우리 기업들은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합작이 강조되는 이유는 우리 측도 투자하고 리스크를 분담하며 기술 이전도 해 달라는 뜻이다. 한국이 산업·기술력에 비해 금융 상품으로는 경쟁력이 매우 낮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고, 현재와 같은 고금리 시대에는 더욱 그러할 것 같다.

또 하나, 국제 안보 분야에서 우리의 시야와 기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유라시아 대륙과 중동에서의 분쟁을 먼 산의 불로 치부하기 쉬운 게 우리 사회다. 이제는 우리의 역할과 기회를 넓히는 만큼 과감한 선택과 어느 정도 희생도 각오하는 범국민적 지혜가 필요하다.

김영목 前 코이카 이사장, 前 駐이란 대사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