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가 통하면 모든 게 통한다[살며 생각하며]
밥에 콩·채소 넣어 지으면
맛도 좋은데다 영양도 보충
죽에는 현미 등 섞으면 좋아
버섯·고구마·양배추도 최고
사찰서 ‘승소’로 불리는 국수
들깨 섞으면 구수한 맛 일품
사찰에서 절기에 맞는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하여 밥, 죽, 면, 국물, 나물, 찜·조림, 김치, 장아찌, 구이·전·튀김, 부각과 묵 등을 조리하며 한 가지가 통하면 모든 것이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짧은 지면에 간략하게라도 소개해 공유하고자 한다.
◇밥
사찰 밥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쌀·현미·보리·콩·수수·조·기장·팥·율무 같은 곡류를 비롯해 잣·땅콩·호두·대추 등도 넣으며, 감자·콩나물·무·버섯·묵나물·녹차 등 갖가지 채소를 골고루 섞어 밥을 짓는다. 또한, 밥에 나물·김치·장아찌나 부드러운 채소 등을 섞어 주먹밥이나 쌈밥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밥에 콩·채소·묵나물 등을 섞어 채식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분을 보충할 뿐 아니라, 현미를 비롯한 다양한 곡류로 밥을 지어 흰쌀밥에서는 얻을 수 없는 풍성한 맛과 영양을 더한다. 쌀을 제외한 곡류인 잡곡 중에 중요한 것은 콩이다. 육류를 제외한 식재료를 기본으로 하는 사찰음식에서 단백질이 풍부한 콩은 다양한 종류로 활용해야 채식의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밥에 콩을 넣지 않는 경우 콩을 발아시켜 콩나물로 먹거나, 갈아서 두유로 먹거나, 고형화한 두부를 만들어 먹거나 다양하게 만들어 흡수율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찹쌀을 섞어 먹어야 몸이 따뜻해진다. 쌀뜨물도 무심코 흘려 버리지 말고 첫물은 화분이나 텃밭에 주고, 두세 번째 물은 요리에 활용하면 물의 오염을 줄일 수 있다. 쌀을 제외한 곡류는 깨끗이 씻어서 30분 정도 물에 불렸다가, 그 물과 함께 솥에 안치고 잡곡의 1.2배가량 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물의 양은 곡물과 채소가 가진 수분을 염두에 두고 조절하는데, 단단한 곡물은 미리 물에 불려야 소화도 잘되고 맛도 좋아진다. 전기 압력밥솥을 사용할 경우 밥 짓는 재료에 따라 알맞은 기능을 선택하면 된다. 냄비나 뚝배기라면 센 불에서 끓이다 중간불로 줄여 쌀을 어느 정도 익힌 다음 불을 끄고 10분 정도 뜸을 들인다.
◇죽
부처님께서 죽의 열 가지 이익에 대해 말씀하셨다. 얼굴빛을 좋게 하고, 기운이 나게 하며, 수명이 늘어나고, 편안해지며, 말소리가 맑게 나오고, 언변이 좋아지며, 소화가 잘 되고, 바람기를 없애며 허기와 목마름을 없앤다고 하셨다. 이 외에도 죽은 부드러워서 환자나 노인, 어린아이도 쉽게 먹을 수 있으며, 소화도 잘 되고 변비나 설사를 일으키지 않는다.
불가에는 아침에 죽, 점심에 딱딱한 음식, 저녁에 과일즙을 먹으라는 말이 있다. 아침은 뇌가 활동하는 시간이므로 가볍게 먹기 위해 죽을 권장했는데, 소식하라는 뜻도 있다. 흰죽이 가장 흔하지만, 현미 등 2∼3가지 곡물을 섞어 끓이면 맛도 영양도 좋아진다. 계절이나 절기에 따라 콩·팥·녹두·호두·깨·흑임자죽도 먹는다. 콩나물·버섯·양배추·고구마 등을 큼직하게 썰어 넣고, 쌀 알갱이가 으깨지지 않을 정도로만 끓여 건더기를 국물과 함께 훌훌 건져 먹는 죽도 있고, 너무 뜨거우면 부드러운 나물을 섞어 살캉살캉하게 즐기기도 한다.
죽을 끓일 때는 바닥이 두꺼운 냄비를 사용하고, 어느 정도 재료가 익고 농도가 진해지면 부지런히 저어 가면서 끓여야 골고루 익으며, 타거나 눌어붙지 않아 죽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재료를 곱게 갈아 쑤는 죽은 넉넉하게 끓여 두면 조금씩 덜어서 먹을 수 있어 좋다. 죽을 데워 먹을 때는 냄비에 물을 약간 붓고 팔팔 끓이다가 식은 죽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새알심(옹심이) 등은 죽을 끓일 때 한꺼번에 넣으면 퍼져서 맛이 없으니 건져 먹을 만큼만 넣는 게 좋다.
◇면
사찰에서 국수는 스님들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고 하여 ‘승소(僧笑)’라고 한다.
예전에 밀가루 음식은 귀한 음식이었다. 밀을 경작하고 탈곡해 보관했다가 필요한 만큼 맷돌로 갈아 반죽을 치대고 홍두깨로 밀어 넓게 편 뒤 돌돌 말아서 먹기 좋은 두께로 썰어 면을 만드는 작업은 손이 너무 많이 가는 일이었다, 이처럼 귀한 국수를 먹으니 저절로 미소가 피었다. 그리고 채식을 하는 스님들에게 콩 단백질과 더불어 밀에 있는 글루텐은 단백질을 보충하는 대표적인 방법이었다. 그래서 사찰의 삭발일과 목욕일에 영양을 보충하는 별미였다. 또, 발우공양이 아닌 뒷방공양으로 편하게 먹거나 힘든 울력(여럿이 함께 일하는 것) 때 새참으로 먹으면 스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그려진다. 면은 굵기에 따라 소면·중면·세면(실면) 등으로 나뉘고 주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되나, 조선시대에는 주로 메밀·밀·녹두 가루를 썼다. 부수적으로 추가하는 재료에 따라 들깨국수·잣국수·콩국수 등이 있으며, 먹는 형태에 따라 비빔국수·물국수·냉면 등으로 나뉜다. 국수 반죽에 쑥·시금치·당근·치자·백련초 등의 즙이나 가루를 넣어 색도 곱고 향과 맛도 좋은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여름과 겨울이면 국수나 수제비 외에 여러 가지 재료로 소를 만들어 만두를 빚어 먹는다.
사찰에서는 말린 표고버섯·다시마·무 등을 달여 만든 채소물로 국물을 만들고, 특별히 말린 가죽 순(세 번째로 딴 세 벌 순인데, 질겨진 잎을 살짝 쪄서 바싹 말려 두고 쓴다)도 국수 국물로 사용해 직접 담근 간장으로 간을 한다. 여기에 콩가루까지 넣으면 더욱 쫄깃해지고, 들깨를 갈아서 섞으면 뽀얗고 구수한 맛과 향이 살아난다.
모든 조리법을 다 소개할 수 없어 아쉽지만, 언제 어디서든 절기에 맞는 식재료를 활용한 각자의 조리법을 찾아 제 몸을 살필 줄 아는 식단으로 만들어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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