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새 최고위원 고심 끝 '친명' 임명…계파 갈등 더 커질까
'비명·호남' 자리에서 교체…지도부 "계파·지역 안배한 것"
(서울=뉴스1) 문창석 전민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당내 계파 간 통합의 가늠자로 주목됐던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를 임명했다. 당 지도부는 계파·지역을 안배했다는 입장이지만 비명(비이재명)계는 반발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최고위원에 박정현 전 대전시 대덕구청장을, 정책위의장에 이개호 의원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다음달 1일 당무위원회에서 인준될 예정이다.
지난달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비명계인 송갑석 의원이 지명직 최고위원을 사퇴하면서 공석이 됐다. 이 자리에 친명계인 박 전 구청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최고위원 인선은 이 대표의 계파 간 통합 의지에 대한 시험대로 주목받았다.
지도부 내 비명계 자리가 친명계로 바뀐 이번 인사에 대해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친명계 중심의 친정 체제 굳히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의원이 사임한 원내대표 자리에도 범친명계인 홍익표 원내대표가 들어섰다.
비명계는 '당 지도부가 친명 일색'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신임 최고위원인 박 전 구청장은 현재 비명계인 박영순 의원(대전 대덕구)의 지역구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선은 '비명 공천 견제'로 읽힐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비명계인 윤영찬 의원은 지난 18일 "누가 봐도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화합' 메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고위원 인선에 대해 "박광온 원내지도부가 그만둘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친명인) 조정식 사무총장은 사표를 냈음에도 유임시켰다"며 "이 상태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누구 한명 들어간다 해서 뭐가 바뀌겠나. 통합을 위한 형식적 메시지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최고위원 자리가 그동안 호남 몫이었다는 점도 논란이다. 전임인 임선숙 전 최고위원과 송갑석 의원(광주 서구갑) 모두 호남 출신이었지만, 충청 출신인 박 전 구청장으로 넘어갔다. 민주당 내 호남 의원들 중에는 친명계가 많지 않다는 점까지 더해져 당내에서 '호남 소외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다만 당 지도부는 이개호 의원의 정책위의장 임명으로 균형을 맞췄다는 입장이다.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 지역구인 이 의원은 친낙(친이낙연)계로 분류된다. 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과 함께 '당 4역'으로 꼽히는 정책위의장에 비명계 호남 인사를 임명하면서 계파와 지역까지 안배했다는 것이다.
권 수석대변인은 "충청 출신의 박 최고위원과 호남 출신의 이 정책위의장의 인선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며 "최고위원들의 이견은 없었으며 의견이 일치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전 구청장은 박영순 의원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특별히 그런 부분들을 감안한 건 아니다"라며 "충청 지역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이라는 관점에서 봐 달라"고 말했다. '인선에 통합적 조치가 부족하다'는 질문에는 "이 정책위의장은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던 분"이라며 "(이번 인선은) 통합형이라고 보는 게 정확한 평가"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구청장 임명에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는 질문에 대해 "그 분이 친명인가. 저도 잘 모르겠다"며 "그 분이 왜 비판의 대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영순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 인선 발표 후 입장문을 통해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은 당헌에 규정된 당대표의 고유권한인 만큼 존중한다"며 "이번 인사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것이라는 이재명 대표의 설명이 있었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그 이상의 어떤 정치적 의미도 부여돼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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