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채비 마친 군-머뭇대는 네타냐후…이 전시내각 자중지란
"이스라엘, 대규모 지상전 대신 여러차례 제한적 급습작전도 고려 중"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지상전에 나설 채비를 마쳤지만, 이스라엘 정부의 내홍으로 작전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상군을 투입할 것인지는 물론, 전면 지상전을 정말로 벌일지 여부에 대해서조차 정부 일각과 군 지휘부의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이스라엘 정부 및 군 고위 당국자를 인용, 36만명의 예비군을 소집한 이스라엘군이 이르면 27일(현지시간) 작전에 착수할 수 있는 태세를 갖췄다고 26일 보도했다.
또한 군 지휘부는 가자지구 침공을 위한 계획을 일찌감치 완성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최종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네탸냐후 총리가 전시내각 구성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작전계획에 대한 서명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상전이 지연되는데는 중동 전역으로의 확전을 우려한 미국의 압박이나,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 등과 함께 이스라엘 국내적 고려사항도 영향을 미쳤다고 NYT는 전했다.
현지에선 이번 사태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네타냐후 총리가 작전 실패시 져야 할 책임을 두려워해 단독으로 지상전 계획을 추진하길 꺼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싱크탱크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S)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모든 것이 그(네타냐후)가 (권좌에) 계속 남아 있으려 시도 중이란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에 군 지휘부가 반발하자 네타냐후 정부는 전후 청문회를 우려한 듯 각료회의에 참석하는 군 관계자들의 녹음 장비 지참을 금지했다고 NYT는 참석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 전시내각 내부에서도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이 과연 옳은 결정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고 한다.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곳곳에 매복 중인 상황에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 뻔한데도 대규모 병력을 도시에 밀어넣어 시가전을 벌이는게 과연 현명한 방안이냐는 것이다.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지상전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의 참전으로 이어져 이번 전쟁을 국제전으로 확대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에 "(이스라엘) 각료들은 한번에 거주지(가자지구)의 한 부분씩을 겨냥하는, 여러차례에 걸친 보다 제한적인 급습 작전과 관련한 (전면 지상전보다) 덜 야심적인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군 내부에선 네타냐후 정부가 220여명에 이르는 인질 전원의 석방과 하마스의 궤멸이란 양립하기 힘든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설정한데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총연장 500㎞에 이르는 가자지구의 땅굴 곳곳에 분산 수용된 인질 전원을 구한다는 건 하마스 현 지휘부를 인정하고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이뤄낼 수 없는 목표인데, 하마스를 섬멸하면서 인질도 구하겠다는 건 비현실적이고 지향점이 불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한 내부 이견을 의식한 듯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6일 저녁 연설에서 인질 구출이 이스라엘군의 목표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NYT는 짚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상전이 성공해 가자지구를 점령하면 이후 어떻게 이 지역을 통치할지와 관련해서도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무장세력인 동시에 일종의 사회운동으로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사회 깊숙히 자리매김한 하마스를 완전히 소멸시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최근 브리핑에서 하마스를 해체한다는 군사목표의 달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그건 큰 문제다. 당장은 내게 그 질문에 답할 역량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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