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골프백 옆에 두고 자···'돌격대장' 스타일 밀고 갈래요"
공격적인 플레이는 성격과 연관, 장점 살리는 방안 고민할 것
한 샷 한 샷에 짜릿함 느껴 골프 좋아져···보물 1호는 퍼터
내년 LPGA 퀄리파잉 목표···올해보다 우승 더 많이 하고싶어
아마추어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아온 황유민(20·롯데). 163㎝의 크지 않은 키와 약해 보이는 몸으로도 260~270야드 장타를 쉽게 터뜨리는 반전 매력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시즌부터 팬들은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골프 팬들의 마음을 뺏은 것은 화끈한 장타와 타협을 모르는 공격적인 플레이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황유민 골프’의 매력은 웨지 플레이다. 한때 웨지를 5개씩 갖고 다니며 밥 먹듯 연습했던 게 데뷔 시즌에 꽤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7월에 데뷔 첫 우승에 골인한 황유민은 준우승 한 번, 3위 두 번 등 7차례 톱 10 진입으로 막판까지 역전 신인상 수상 가능성을 이어가고 있다. 황유민을 18문 18답으로 만났다.
-‘돌격대장’ 별명은 어떻게 붙은 건가요.
△방송 캐스터 분께서 제 플레이를 보고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들었어요. 이후 팬 분들이 잘 어울린다며 그렇게 불러주셔서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지난해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인터뷰에서 ‘지뢰 찾기 게임하는 것 말고는 딱히 취미가 없다’고 했었죠. 지금은 어때요.
△지뢰 찾기는 지금은 안 하고요. 스트레스 받거나 좀 심심하면 코인 노래방 혼자 가서 정말 많은 노래를 불러요. 애창곡이라고 하면 거북이의 ‘비행기’요. 싸이 노래도 즐겨 불러요. 요즘 아이돌 노래보다는 옛날 노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첫 시즌을 보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뭔가요.
△’정말 골프가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안 되는 날도 있구나’하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원래 하루하루 다른 게 골프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최근 동부건설 대회 때도 샷이 안 좋은 상태에서 운 좋게 1·2라운드를 잘 넘어갔는데 티샷이 좋아진 3·4라운드에는 오히려 스코어가 안 따라오더라고요.
-비슷한 질문이지만 시즌 전 예상했던 나의 모습과 가장 다른 것은 뭘까요.
△시즌이 기니까 막바지가 되면 체력적으로 부담이 너무 클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겪어보니 생각보다 할 만하다는 느낌이에요. 여름에 매 대회 한 번씩 삼계탕 먹은 거랑 매일 비타민 챙겨 먹는 것 빼고는 뭐 없어요. 시즌 전에 몸을 잘 만들어 놓았던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골프가 좋은 이유는. 어릴 때는 이래서 좋았는데 첫 시즌을 보낸 뒤에는 다른 의미에서 좋아졌다고 할 만한 게 있나요.
△아마추어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연습했던 게 경기에서 결과로 나올 때가 정말 재밌어요. 그렇게 한 샷 한 샷에서 짜릿함을 느껴서 골프를 좋아했던 것이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올 시즌에 이것은 좀 부족했고 그래도 이것은 괜찮았다고 느끼는 것은.
△티샷 정확도가 부족해요. 초반에 많이 흔들렸어요. 지금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아쉬워요. 티샷이 잘될 때는 버디를 많이 만드는데 말이죠. 웨지를 이용한 쇼트게임은 그래도 꽤 괜찮았다고 볼 수 있어요.
-첫 시즌에 얻은 ‘깨알’ 재미 같은 게 있나요. 경기 외적인 소소한 재미 같은 거요.
△아직은 못 찾은 것 같아요. 저는 그냥 골프 잘 맞으면 재밌고 골프 안 맞으면 힘들고. 지금은 그렇습니다.
-‘최애’ 클럽은 무엇인가요.
△유틸리티우드(UW)라는 이름의 클럽요. 로프트 19도짜리인데 캐리(날아간 거리)로 210야드 안팎을 봐요. 파5 홀에서 2온 시도를 할 때 꼭 쓰는 클럽이고 좋은 결과도 많이 얻었어요. 이번 시즌 이글 퍼트를 서너 번 넣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대부분이 그 클럽으로 올려서 이글한 거예요.
-보물 1호는.
△퍼터요. 저는 항상 골프백을 옆에 두고 자거든요. 시즌 중에 숙소에서도 침대 바로 곁에 둬야만 잠을 잘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퍼터를 가장 아끼니까 보물 1호라고 할 수 있어요.
-시즌 뒤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운전면허를 따고 싶어요. 지난 겨울에는 아쉽게 여건이 안 됐어요.
-면허 따면 이런 것을 해보고 싶다 하는 로망이 있나요.
△지금은 부모님이 운전해주시고 따라다녀 주시지만 면허를 따면 가까운 대회 정도는 혼자 다니고 싶어요. 노래 크게 듣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창문 열고 노래 크게 들으면서 운전하고 싶어요.
-시즌 초반의 부정확했던 티샷은 어떻게 고친 것인가요.
△훅이 나서 볼이 굉장히 많이 홀 밖으로 나갔어요. 한 라운드에 볼을 7개까지 잃어버릴 정도였어요. 그래서 기본적인 샷을 해도 페이드가 나오도록 연습을 많이 했더니 나아졌어요. 지금은 조금 왼쪽만 보고 치면 페이드가 나올 만큼 몸에 익었어요.
-멀리건 하나를 쓸 수 있다면. 골프의 멀리건이나 인생의 멀리건이요.
△제주 삼다수 대회(단독 2위) 때 15번 홀에서 티샷이 분실구 처리되면서 보기를 했어요. 그러면서 선두권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그때 그 티샷에 멀리건을 쓰고 싶어요. 골프 아닌 삶의 멀리건은 딱히 쓰고 싶은 순간이 떠오르지 않아요.
-꿈의 포섬은. 함께 라운드하고 싶은 3인.
△제일 좋아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잰더 쇼플리 선수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저스틴 토머스 선수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로리 매킬로이 선수요.
-들을 때마다 적응 안 되는 과한 칭찬, 닭살 돋는 칭찬은 뭔가요.
△갤러리분들이 ‘예뻐요’ 이러면 되게 감사하기는 한데 부끄러움도 그만큼 큰 것 같아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을 보는 선수들이 많은데 황유민 선수는 해외 진출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사실 올해 바로 도전하고 싶었는데 제가 좀 변덕을 부리면서 준비 기간을 갖지 못하고 타이밍을 놓쳤어요. 내년에 퀄리파잉 시리즈 보는 걸 목표로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저 선수 깡다구 있게 치네’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고 했었죠. 그 바람은 이뤄졌나요.
△실제로 그렇게 봐주시고 그 이상으로도 봐주시는 것 같아요. 공격적인 시도를 할 상황이 오면 ‘무조건 간다’라고 생각을 해주시더라고요. 플레이 스타일이랑 성격이랑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과 같은 플레이를 내년 시즌에도 계속 이어가면서 어떻게 하면 제 장점을 더 살려 나갈 수 있을지만 고민할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2년 차 시즌은.
△우승 더 많이 하는 시즌이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운동선수라면 꾸준함도 좋지만 우승을 해야 하고 많이 해야 한다는 주의거든요. 올해보다 더 우승 많이 많이 하는 시즌을 그리고 있습니다.
서귀포=양준호 기자 사진=이호재 기자 migue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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