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또 어선 귀순, 탈북민 증가세…변화의 징조일까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2023. 10. 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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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국내 입국 탈북민, 바닥 찍고 다시 증가세

북한 주민들이 탑승한 소형 목선이 지난 24일 새벽 동해 NLL을 넘어 남쪽으로 넘어왔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남성 1명, 여성 3명으로 알려졌는데, 강원도 속초 동쪽 약 11km 해상에서 발견됐습니다.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진행돼야 정확한 내용이 알려지겠지만 귀순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타고 온 목선, 지난 24일


북한 주민들의 배를 통한 탈북은 불과 5개월 만으로 올해 들어 2번째입니다. 지난 5월 6일에도 배를 타고 남쪽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들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서해를 통한 남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어린아이를 포함한 북한 일가족이 배를 타고 귀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족 단위로 어선을 타고 남하해 귀순 의사를 밝힌 것은 2017년 7월 이후 약 6년 만이었습니다.

탈북민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이 139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국내 입국 탈북민이 42명이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탈북민이 3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 한국 오려는 탈북민 훨씬 많다는 뜻

어선 탈북이 늘고 국내 입국 탈북민이 늘어나는 와중에, 중국 내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되는 일이 늘고 있다는 가슴 아픈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단체들은 중국 내에 불법체류자로 구금 중이던 탈북민들이 지난 8월 말부터 북송되기 시작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인 지난달 9일 대규모 강제북송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정의연대'에 따르면, 그동안 중국 내에 수감돼 있던 탈북민이 2천6백여 명에 달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올해 강제북송됐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수감돼 있던 탈북민들이 모두 한국에 오려했던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행을 원하며 중국에 체류하다가 중국 당국에 체포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입국 탈북민이 올해 9월까지 139명으로 집계됐지만, 실제로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탈북민들은 그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아직 중국 내에 숨어 있는 탈북민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민들이 얼마나 될지 정확히 집계하기도 어렵습니다.
 

국내 입국 탈북민 100명 이하까지 떨어졌다 증가세

국내 입국 탈북민은 2천 년대 중반 연간 2천 명을 넘어서 2009년 2,914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2012년부터 1천 명대로 떨어진 뒤 코로나로 인해 급감했습니다. 북한이 국경을 아예 봉쇄해 버렸고 중국도 코로나로 인해 각종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탈북민들이 이동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탈북민들은 보통 북중 국경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온 뒤 중국을 가로질러 한국 입국이 가능한 제3국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코로나 시국에는 이런 이동경로가 거의 차단됐습니다. 급기야 국내 입국 탈북민 수는 2021년 63명, 2022년 67명으로 100명 이하로까지 떨어졌습니다.

국내 입국 탈북민들은 하나원에서 정착교육을 받는다.


여기에다 2019년에 있었던 한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조치도 북한 주민들의 탈북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대북인권단체들은 말합니다. 북한이 이 사건을 주민강연자료로 활용하면서 남한으로 탈북해도 남한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주민들에게 교육시켰고, 이로 인해 탈북을 시도하려는 일부 주민들이 낙담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줄어들던 탈북민 수가 올해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고 북한도 국경봉쇄를 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당시 국경 접근 대상에 사살 명령까지 내렸던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가 완화됐고, 무엇보다 중국 내 이동이 예전에 비해 원활해지면서 탈북민들이 한국행이 가능한 제3국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올해 들어 국내 입국 탈북민이 늘었다는 것이 반드시 올해 북한을 탈출한 사람이 늘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미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숨어 있던 탈북민들이 중국 내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올해 들어 한국행에 성공한 경우가 많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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