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 해법' 강조한 푸틴, 이-하마스 분쟁으로 무엇 노리나
국내 정치 상황 및 美 견제하려는 의도 반영된 듯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정작 이스라엘의 화만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 러시아와 중국 간 중동 외교전도 격화할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 전쟁은 미국의 중동 정책이 실패한 결과"라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화해를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무도 우리가 한쪽 편에 선다고 의심할 수 없다"며 "미국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경제적 지원만을 할 뿐 국가 건설을 돕기 위한 노력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중국과 연대해 팔레스타인 독립을 바탕으로 한 '두 국가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양국 정상은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그는 "가자지구 병원에 대한 폭격은 재앙"이라며 "이는 분쟁을 멈추라는 신호이고, 분쟁이 더이상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푸틴 대통령은 미국, 영국 등 서방 지도자들이 개전 직후 이스라엘을 방문해 연대를 표명하는 동안에도 이스라엘과 직접적인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한 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 9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무기도 제공하지 않았다. 또 푸틴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개인적인 친분을 쌓는 등 우호 관계를 맺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의 화만 부르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을 등지는 분명한 친(親)팔레스타인적 시각이라는 것.
로버트 서터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NBC 뉴스에 "러시아와 중국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분명히 그들은 이스라엘로부터 멀어지고 팔레스타인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드레이 코르투노프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 학술이사도 AP에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와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악화할 실질적인 위협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한 이스라엘 외교관은 러시아 외교 관리들에게 러시아가 수행하는 역할에 불만을 표명했고, 러시아가 '더 균형 잡힌 입장'을 취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 지도자인 아미르 바이트만은 러시아를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물리친 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당신들(러시아)이 행한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반발이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이 같은 노선을 택한 데는 러시아 전체 인구 중 15%가 무슬림이라는 국내 정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람진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아울러 중동 지역 패권을 장악해 온 미국을 견제하고 새로운 국제사회의 질서를 구축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저널리스트 밀란 체르니와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Info'의 댄 스토리예프는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기고문에서 "러시아의 중동에 대한 메시지는 미국의 중동 지역 지배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 등 비참한 결과를 낳았으며, 러시아가 그 어떤 서방 세력보다 훨씬 더 나은 중재자이자 외교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적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 존 알터먼은 인도 매체 와이온에 "중국과 러시아는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보다는 미국의 관점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있다"며 "미국이 중동 지역을 포함한 세계를 단결시키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NBC 뉴스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미국과 동맹국,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분열이 심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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