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짝퉁 특허'로 버젓이 영업…정부기관 교량건설 1173억 수주
대법원에서 특허 무효가 확정된 교량 건설사업 기술이 정부기관 발주 사업에서 '특허 기술'로 버젓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권이 무효화된 사실을 해당 업체가 발주처에 직접 알리지 않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는 데다 이를 제재할 근거 법령도 미비한 탓이다. 이른바 '가짜 특허'에 국민 혈세로 웃돈을 주고 있는 만큼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전국 17개 특광역자치단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특허 등록 후 지난달까지 특허 무효 판결을 확정받은 'PUS 거더' 공법 관련 특허 2건 (이하 A 공법)으로 시공이 완료됐거나 시공 예정인 교량은 총 22건이다. 이들 사업에는 총 1173억원에 달하는 국가 재정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부산지방국토관리청 5건(297억3000만원), 원주지방국토관리청 3건(114억원), 한국도로공사 3건(161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 3건(117억8100만원), 서울특별시 2건(137억원), 대전광역시 1건(22억5400만원), 인천광역시 1건(30억9600만원), 경기도 1건(54억8500만원), 경상남도 1건(193억6200만원), 서울지방국토관리청 2건(430억원) 등이다.
A 공법은 교각 지점부 상단측인 개구제형(U타입) 폐합 단면에 PSC 강선(콘크리트 구조물 내외부에 고강도 강선을 삽입해 외력에 적응하도록 한 것)을 사용하고, 개구제형 폐합단면 하단부에 고강도 콘크리트로 충진해 합성하는 기술이다. 저비용으로 내구성과 미관이 우수한 교량을 길게 건축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2018년 A 공법과 관련한 3건의 특허 중 2건에 대한 등록 무효 소송이 제기됐고, 이듬해 12월 대법원 최종심에서 특허 무효가 확정됐다.
하지만 A 공법은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난 이후에도 정부기관 발주 사업에서 활용돼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도 8건의 사업이 진행 중인 상태다. A 공법을 보유한 업체는 특허 무효가 확정되고도 2년 가까이 발주청에 해당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권 권리가 소멸됐으나 여전한 것처럼 속여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은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자체나 공공기관 건설사업에 특정공법으로 수주를 받으면 일반 건설업체에서 하도급으로 수주할때보다 10~15% 정도 더 이익이 높다. 따라서 이렇게 선정된 기술이 가짜특허라면 그만큼 혈세가 낭비된 셈이고, 시공 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될 우려도 있다.
한편 하급심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뒤 소송이 취하된 특허도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합성 강박스 거더(구조물을 떠받치는 보) 교량 시공법 중 하나인 DCB거더 공법(이하 B 공법) 사례가 그렇다. B 공법은 2015년 법원에서 특허 등록 무효 심결을 받았다. 하지만 최종 확정 판결 직전 원고와 피고가 합의해 소송이 취소됐고, 이후 B공법 보유 업체는 해당 특허로 총 5건(32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 받았다.
업계에서는 특허권이 상실된 일반기술을 특허기술로 둔갑해 사용하는 업체를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제재 조치 규정이 미비한 탓이다. 특허법이 '특허를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된 경우 그 특허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본다'고 규정할 뿐이다. 이 때문에 정부기관은 해당 업체가 특허 무효 사실을 직접 알리지 않으면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렵고, 알더라도 자체 판단에 따라 대응하는 실정이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특허 무효 판결을 받고도 건설기술 선정 과정에서 아무런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국민의 혈세는 엉터리 특허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업체에 대한 사업실적 무효화 및 자격 제한 등의 제재조치를 제도화하고 특정 특허의 무효 심결이 확정되면 그 결과를 공시해 피해를 방지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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