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이차전지 계속 담은 이유는요”… 반성문 쓰느라 바쁜 펀드 매니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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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원 돌파도 문제없을 것이라던 에코프로 주가가 수개월 만에 60만원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또 다른 국내 운용사에서 일하는 매니저는 "요즘 주된 업무는 시장이 잠깐 반등할 때마다 로스컷(손절매) 기준을 넘어선 종목을 매도하는 것"이라며 "신규 자금이 저점 매수를 노리고 펀드로 유입되기도 하지만, 떨어지는 칼날(이차전지)을 쥐는 모험을 섣불리 할 순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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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원 돌파도 문제없을 것이라던 에코프로 주가가 수개월 만에 60만원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에코프로뿐 아니라 다른 이차전지 관련주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주가 급락을 경험하고 있다. 전기차 성장 정체가 경기 부진과 맞물리고 있어 이차전지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반성문 쓰는 펀드 매니저가 늘고 있다. 거품 논란에도 이차전지 종목을 바구니에 왕창 담았다가 손실이 커지자 내부적으로는 사유서를 제출하고, 투자자에게는 복구 방안을 내놓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차전지 황제주’로 불렸던 에코프로는 26일 코스닥 시장에서 전날보다 10%(6만9000원) 하락한 62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7월 26일 장중 153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던 이 회사 주가는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한 징조를 보이다가 9월부터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코스닥 시장에서 이차전지주 급락은 에코프로 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7월 60만원에 근접했던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현재 20만원 아래로 추락했고, 같은 기간 엘앤에프 주가는 30만원대에서 13만6100원(10월 26일 종가 기준)으로 주저앉았다.
유가증권 시장 분위기도 비슷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LG화학 등 주요 이차전지 상장사 주가가 새파랗게 질린 상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세계 거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 압력이 3개월 연속 이어지면서 반도체·이차전지 등 주력 업종의 주가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했다.
갑작스레 식어버린 이차전지 열기에 관련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펀드 매니저들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사에게 성과 부진 사유서를 제출하거나 투자자들에게 펀드 손실 복구 계획을 전달하는 펀드 매니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차전지 광풍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달리는 말에 올라탔던 매니저들이 다급히 반성문 작성에 돌입한 것이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 매니저는 “며칠 전 본부장이 부르더니 펀드 성과가 부진한 사유와 해결 방안 등을 적어 제출하라고 했다”며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 매니저도 사유서를 썼다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운용사에서 일하는 매니저는 “요즘 주된 업무는 시장이 잠깐 반등할 때마다 로스컷(손절매) 기준을 넘어선 종목을 매도하는 것”이라며 “신규 자금이 저점 매수를 노리고 펀드로 유입되기도 하지만, 떨어지는 칼날(이차전지)을 쥐는 모험을 섣불리 할 순 없다”고 했다. 이 매니저는 “폭락장이 올 때마다 반성문 쓰는 매니저가 늘어나는데, 요즘이 딱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차전지는 자동차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할 부품으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배터리 아저씨’로 불린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 같은 인물이 등장해 분위기를 달구면서 ‘제2의 코인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투기 광풍이 불었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면서 이차전지를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시선도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전날 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 자동차 OEM(주문자위탁생산)의 2024년 전기차 생산 계획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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