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쇼] 10.29 생존자 김초롱 씨 "지금은 사랑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 대한민국 국민 모두 이태원 참사의 직간접적 생존자
- 참사 후 과각성반응 진단…진단명 받고 많이 울었다
- 놀러 나갔다 참사? 개인 탓 아닌, 사회부터 돌아봐야
- 애도 잘못했단 생각에 시간 날 때마다 이태원 방문
- 이태원은 잘못 없어, 할로윈은 유지되고 즐기러 나와야
■ 방송 : SBS 김태현의 정치쇼 (FM 103.5 MHz 7:00 ~ 9:00)
■ 일자 : 2023년 10월 27일 (금)
■ 진행 : 김태현 변호사
■ 출연 : 김초롱 씨 (10.29 참사 생존자)
▷김태현 :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현장에 계셨던 참사의 당사자인 김초롱 씨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초롱 : 안녕하세요.
▷김태현 : 당시에 현장에 계셨던 거잖아요.
▶김초롱 : 그렇습니다.
▷김태현 : 그 참사 이후에 어마어마한 트라우마를 겪으셨을 건데요. 심리치료 과정, 본인이 그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계속 쓰시다가 그것을 이번에 책으로 출판하신 거잖아요.
▶김초롱 : 네.
▷김태현 : 애초에 본인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들을 기록으로 남기신 이유는 뭐예요?
▶김초롱 : 처음에는 전화상담을 심리상담으로 시작했었는데 전화상담에서 선생님께서 제가 그때 감정이 너무 널뛰기를 하니까 원래 글을 쓰시고 방송을 하시던 분이니까 이 감정 전체를 글로 써서 일기처럼 남겨봐라라고 권유를 해 주셨고.
▷김태현 : 일종의 치료과정으로요.
▶김초롱 : 네. 그런데 그것을 비공개로 쓰셔도 되고 공개로 쓰셔도 된다라고 말씀을 해 주셨었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을 했습니다.
▷김태현 : 그것을 묶어서 책으로 이번에 출판을 하신 건데요. 제목이 보니까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이게 제목이더라고요. 제목이 의미하는 건 뭘까요?
▶김초롱 : 일단 실제로 참사 초기에 전화상담 하면서 제가 심리상담 선생님께 전화로 자꾸 선생님께서 생존자이시네요 그러시는 거예요.
▷김태현 : 왜냐하면 팩트로 보면 참사 생존자가 맞으니까.
▶김초롱 : 네. 그런데 그 말이 처음에는 되게 듣기가 싫었어요.
▷김태현 : 왜지요?
▶김초롱 :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았었으니까요.
▷김태현 : 어떤 의미예요?
▶김초롱 : 저는 일단 몸이 다치지 않았고, 그리고 저는 사실 참사가 일어난 시간대에, 그러니까 10시부터 10시 20분 그사이에 물론 심한 압박감도 있었고 발이 둥둥 떨어지고 숨을 못 쉬던 시간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시간을 벗어난 이후에는 일단 현장 인식이 안 됐었기 때문에 바로 놀 생각을 했었고.
▷김태현 : 아, 당시예요?
▶김초롱 : 네.
▷김태현 : 그러니까 본인의 안전이 확인된 다음에도 이태원 골목에서 그 정도의 참사가 일어난 거라고는 그 당시에는 인지하기가 쉽지 않으셨다는 말씀인 거지요?
▶김초롱 : 네. 그러고 참사 현장의 골목에 바로 있었고, 그러고 대피를 바로 옆 가게로 했었고, 옆 가게에도 참사가 일어난 직후에 2, 3시간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참사를 인지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실 자체를 징그러워했었기 때문에 생존자라고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자꾸 저한테 생존자이시네요라고 말씀하시는 게 너무 듣기가 싫었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되게 자책하고 미워하고 있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께서 이것은 사회적 참사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우리 모두가 생존자인 것이다, 너무 그렇게 부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던 게 되게 큰 치료의 문을 열어주셨던 것이어서요. 실제로 제가 진짜 생존자인가요?라고 말했던 게 큰 의미여서 제목이 됐고요. 실제로 연재 글의 첫 제목이기도 했어요, 이 문장이.
▷김태현 : 그 얘기는 그 참사라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여야 그래야 그 상황이 완전히 극복이 된다 이런 의미이신 거지요?
▶김초롱 : 맞습니다.
▷김태현 : 참사가 아니다라고 억지로 거부하게 되면 오히려 쉽지 않다 이런 의미로 들리는데 맞나요?
▶김초롱 : 네, 정확하고요. 그게 참사라고 받아들이기까지 솔직히 말하면 한... 몇 개월 걸렸던 것 같아요.
▷김태현 : 그래요?
▶김초롱 : 네. 제 인생에 참사라는 게...
▷김태현 : 과연 있을까라는?
▶김초롱 : 있을 것이라고 아예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제 계획에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김태현 : 당시 글에 보면 참사 이후에 초롱 씨가 겪은 트라우마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던데 어떤 상황들이 가장 초롱 씨를 힘들게 하던가요?
▶김초롱 : 일단 머리랑 몸이 따로 노는 상황이 제일 힘들었고요.
▷김태현 : 그 얘기는 무슨 의미이지요?
▶김초롱 :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손톱이랑 발톱이 가장 많이 있었는데 머리로는 이걸 잘라야 된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 자르지를 못하는 거예요. 그런데 머리로는 아는데 못 자르겠어요.
▷김태현 : 왜 그런 거지요?
▶김초롱 : 모르겠어요. 이게 트라우마의 반응이었어요.
▷김태현 : 그래요?
▶김초롱 : 아무것도 못하겠고 그냥 무기력해지고 모르겠다, 나중에, 누워 있을래 이렇게 되고요. 그러고 신체적인 반응이 손발에 너무 땀이 많이 나서 그때 당시에 소파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확 일어났는데 뒤로 넘어졌거든요. 처음에는 그때 그래서 내가 집안에 보일러를 너무 세게 틀어놨나 보다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정신과 치료를 할 때 그게 과각성 반응이다라고 진단을 받았는데 그 진단명을 받고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나요.
▷김태현 : 부모님도 걱정 많이 하셨겠어요.
▶김초롱 : 그런데 부모님은 이 사실을 당시에는 모르셨었어요.
▷김태현 : 그러면 당시에 이태원에 계셨다가 다행히 살아오신 그 사실을 모르셨다는 거예요?
▶김초롱 : 부모님께는 최소화해서 말씀드렸던 것 같아요.
▷김태현 : 걱정하실까 봐?
▶김초롱 : 네. 전화가 일단 부모님은 안 됐었는데, 그때 전화기가 안 터졌었거든요. 나 괜찮아라고 건조하게만 말하고, 1년을 담백하게 보내고. 이번에 책이 나오고 제가 언론 기자간담회를 했었는데 그때 부모님은 딸이 기자간담회를 한다니까 구경을 오신 거예요. 그때 처음 인지를 하시고.
▷김태현 : 그 정도로 힘들었던 거를?
▶김초롱 : 그래서 아버지가 많이 놀라셔서.
▷김태현 : 지금은 심리상담 종료하신 거지요?
▶김초롱 : 심리상담은 올해 5월 초에 종료했습니다.
▷김태현 : 심리상담 종료를 선생님이 결정하신 거예요, 아니면 초롱 씨가 결정하신 거예요? 완벽하게 내가 트라우마를 극복을 했다라고 선생님도 판단하시고 초롱 씨도 느꼈기 때문에 종료가 된 거잖아요.
▶김초롱 : 트라우마 치료는 정신의학과 선생님께서 이 정도면 트라우마 치료는 극복이 됐다라고 말씀을 해 주셨고, 심리상담은 진짜 말 그대로 마음을 계속 심리상담을 하는 건데요. 제가 심리상담을 20회까지 받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원래 처음에 결정했던 20회가 끝나서 이제 그거를 종료를 한 거예요. 원래 원하면 더 할 수 있었는데 그걸 그때 종료했어요. 무기한으로 계속할 수 없으니까. 일종의 독립의 개념으로 봐야 되나.
▷김태현 : 본인이 결정이 하실 때 그런 거잖아요. 내가 이 정도면 심리상담 더 안 받아도 되겠다라고 느끼신 뭔가의 계기. 예를 들면 아까 손에 땀이 나신다 그랬는데 이제 그것도 안 나고라는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걸 계기로 삼으신 거지요?
▶김초롱 : 그때 신체적으로 반응이 안 좋았던 것들이 다 정상으로 돌아왔었어요. 잠도 잘 잤고 죄책감이나 자책감 이런 것에서 해방이 되었고, 먹는 것 이런 것들 다 해방이 되었고. 그러고 일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던 무렵이 봄 이럴 때여서 이제 괜찮아졌다. 심리상담도 20회까지만 하면 되겠다라고 종료를 했는데요. 예상치 못하게 심리상담 종료와 동시에 우울증이 찾아와서 다른 아픔을 겪었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초롱 씨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해 주시는 분들이 대다수일 텐데 아주 극히 일부의 시민들이 아니, 뭐 놀러 나갔다가 참사당했는데 그게 뭐? 라고 말하는 몰지각한 일부 시민들이 계시잖아요. 그분들한테는 어떤 말씀해 주고 싶으세요?
▶김초롱 : 그게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잘못되었던 어떤 점들의 결과물인 것 같아요.
▷김태현 : 무슨 의미이지요?
▶김초롱 : 예를 들면 뭔가 사회적인 문제가 터졌을 때 사회를 돌아보려고 하는 뭔가 문화나 그런 것들이 없었고, 일단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문화들이 많이 있어서. 사회 문제가 터졌을 때 그러게 거기를 왜 갔어? 또는 그러게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라고 하는 것들을 사실은 돌아보면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것 같거든요.
▷김태현 : 모든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네가 잘못해서 그런 거야라는.
▶김초롱 : 네. 그런데 이제 이거를 우리가 같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라는 문화가 없으니 그런 것들의 반복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태현 : 그날의 참사 이후에 이태원 다시 가보신 적 있으세요?
▶김초롱 : 저는 생각보다 되게 자주 갔어요.
▷김태현 : 그래요?
▶김초롱 : 참사가 발생한 지 한 열흘 만에 일단 바로 다시 갔고요. 그게 심리치료 과정에서 선생님께서 권유해 줬어요.
▷김태현 : 오히려 선생님이?
▶김초롱 : 개인적으로 저를 판단하셨을 때 내면이 강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는데 애도를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일단은 가라. 가는 것부터가 시작이다라고 말씀을 해 주셔서.
▷김태현 : 오히려 가서 그것을 극복하는 게 맞다는 취지셨나 보다.
▶김초롱 : 네, 그게 저한테 맞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열흘 만에 가기 시작했고요. 그때 이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방문해서 기도하고 편지 쓰고 그러고 백일추모제도 갔다 오고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갔고요. 그러고 가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습니다. 일단 이태원 상인분들 가게에서 소비하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태현 : 왜냐하면 사실은 상인들 같은 경우에 이태원 상권이 다 죽어서 많은 어떤 경제적 손실도, 상인들 입장에서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그게 있을 수 있으니.
▶김초롱 : 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그거였다고 생각했어요.
▷김태현 : 곧 1주년인데 올해의 이태원 거리는 어땠으면 하세요?
▶김초롱 : 저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김태현 : 오히려?
▶김초롱 : 네. 그러니까 추모의 방식을 우리 사회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까 저는 이태원 참사라고 불리는 것도 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데요. 참사와 이태원 지역은 분리돼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태원이라는 지역이 잘못해서 참사가 일어난 게 아니잖아요.
▷김태현 : 그렇지요. 이태원은 죄가 없지요.
▶김초롱 : 그렇기 때문에 할로윈은 그대로 유지해야 되고, 젊은 친구들은 늘 그렇듯 그걸 즐기러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김태현 : 상권도 다시 활성화되고?
▶김초롱 : 그럼요. 그런데 대신 그만큼 사람이 많은 만큼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구축이 되어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우리는 지켜봐야 하는 거지,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고, 가게가 문 닫는 형식으로 추모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태현 : 우리 초롱 씨 최근에 했던 다른 인터뷰 제가 이렇게 찾아봤더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없으세요? 이렇게 질문드렸더니 "우리 서로 조금만 다정해지면 안 될까요." 이렇게 말씀하셨다는데 그건 어떤 의미이지요?
▶김초롱 : 그러니까 사람들이 서로 너무 관심이 없으니까 타인의 고통에 그렇게 크게 공감을 못하는 것 같아요.
▷김태현 : 공감능력이 결여돼 있는 것 같다.
▶김초롱 : 네. 그래서 타인의 고통에 조금 더 공감을 할 수 있는 것만 있어도 조금 더 세상이 살 만할 것 같다 이런 취지였던 것 같아요.
▷김태현 : 그러면 똑같은 질문 다시 한번 드릴게요. 1년이 지났는데, 곧 1주기인데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한마디해 주세요.
▶김초롱 : 사랑이 필요한 시대예요.
▷김태현 : 지금은?
▶김초롱 : 네.
▷김태현 : 짧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사랑이 필요한 시대다. 오늘 말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지요. 지금까지 이태원 참사의 당사자였던 김초롱 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초롱 : 감사합니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SBS 김태현의 정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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