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하준, 그리고 정기철[인터뷰]

강주일 기자 2023. 10. 27. 09: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 위하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고향 친구들이 ‘니 같은거 했네’ 하던데요. 잘 어울린대요. 실제로도 친구들 사이에서 말 수 적은 리더였고, 기철과 비슷한 성격인 것 같아요. 근데 다신 보스 역할은 안하고 싶네요.”

OTT 디즈니플러스 ‘최악의 악’에서 90년대 한·중·일 마약 카르텔을 주도한 ‘강남연합’ 젊은 보스 정기철을 연기한 배우 위하준을 만났다.

‘최악의 악’에는 의리에 죽고 사는, 그러면서도 배신과 의심이 난무하는 조폭의 일상이 담긴다. 위하준은 ‘남자들만의 세계’를 그린 느와르물에 대해 어릴적부터 로망이 있었다고 했다.

배우 위하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솔직히 뻔하지 않을까···했는데, 시나리오를 읽다보니 인간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때 미묘하게 변해가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또 젊은 세대의 느와르는 많이 없었어서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했죠. 그런데 조직의 보스를 연기한다는게 강박도 있었고 쉽지가 않았어요. 출연 배우 중 제가 막내기도 했고요. 무게감이 전달 될까···하는 걱정이 컸죠. 다신 보스 역할은 안하고 싶네요.(웃음)”

부담이 컸던 만큼 정기철을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평소 69kg 인데 75kg까지 찌웠고, 뒤로 가면서 66kg까지 뺐어요. 피부를 일부러 거칠게 표현하고 눈썹도 산모양으로 강하게 그리고요. 기철은 혼자 플랜을 짜고 직접 움직이기도 해요. ‘무슨짓을 할지 모르겠다’ 싶은 사람이죠. 거칠게 보이기 보단 침착하고 냉정하게 보이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어요.”

배우 위하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고교동창 또래들을 주축으로 뭉쳐 강남 유흥 업계를 휘어잡은 정기철. 그에겐 조직원들이 가족과 같은 존재다. 위하준에도 가족같은 친구들이 있다. 연예인 친구는 별로 없지만 어린 시절 추억을 공유하는 고향 친구들이 있고, 성공의 꿈을 품고 상경해 알게 돼 지금까지 만나는 친구들도 있다. 그는 “좁은 집에 모여 소주 한 잔 하고 그랬던 친구들”이라며 “그 친구들을 ‘위팸’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는 ‘최악의 악’을 통해 또 다른 ‘팸(가족)’을 얻었다. 쫑파티땐 헤어지기 아쉬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이런 현장이 있을까 싶게 끈끈했어요. 현장에서 가장 재밌고 가장 나답게 있었던 적이 처음이었죠. 감독님부터 배우들, 막내 스태프까지 모두가 하나가 됐어요. 매일 개그 배틀이 이어졌는데요. 배틀 순위요? 저는 2위고요, 1위는 감독님이었어요.”

투톱으로 활약한 지창욱과의 호흡을 묻자 ‘찐팬’ 같은 반응을 보였다.

디즈니플러스 ‘최악의 악’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너무 좋았죠. 창욱이형은 에너지가 좋고 긍정적이고 욕심도 많아요. 현장에서 개구지고, 늘 웃고 모두를 챙기더라고요. 전 현장에서 늘 걱정과 생각이 많아 다운돼 있었는데, 형을 보면서 진짜 많이 배웠어요. 또 창욱이형 액션은 그 안에 감정이 많이 녹아 있어 연기적인게 표현이 되는데 저의 액션을 보니 동작만 엄청 빠른거에요. 그런 점을 참고해서 최대한 액션에 처절함을 녹여내려 했습니다.”

■순정남, 정기철 그리고 위하준

정기철은 고교시절 첫사랑이 준 십자가 목걸이를 부적처럼 하고 다니는 순정남이기도 하다. 그 역시 어린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했던 첫사랑이 있었다.

“제 고향이 완도인데요, 고등학교 때 서울로 전학 간 친구가 방학에 친구들과 섬에 놀러온거에요. 그때 만난 여자 친구와 3년간 장거리 연예를 했어요. 롱디 커플이었죠. 중간지점인 광주에서도 만나고 방학 되면 서울로 가서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자면 빌기도 하고요(웃음). 그 친구가 줬던 목걸이가 있는데 20대 중반 7~8년 차고 다녔어요. 대본을 봤을 때 그 설정이 너무 똑같아서 신기했어요.”

디즈니+ ‘최악의 악’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기철에겐 어린 시절 가정폭력으로 인한 상처와 낙인 때문에 음지로 발을 들이게 된 사연이 있다. 어느정도 성공을 이루고 첫사랑과도 재회하자, 불법에서 벗어나 합법적인 일로 가족들을 챙기고 싶어한다. 그야말로 ‘겉바속촉’(겉으론 차갑고 속은 따뜻함)하다. 그럼에도 위하준은 기철에 대해 ‘악인’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성공에 집착하는 모습이나 어릴적 순수했던 첫사랑에 대한 마음, 동생들을 챙기는 점 그런 점은 저와 비슷한것 같다”면서도 “마약을 팔아서 돈을 벌지 않았나. 그 돈으로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악인은 악인이다.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본다. 개인적으론 기철의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합법적인 일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지 않나”라고 단호히 말했다.

배우 위하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수많은 글로벌 팬을 흡수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남성 팬들이 많이 생겼다며 웃었다. 배우로서 가장 큰 수확은 연기적으로도 한 걸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그는 “형들 연기를 보며 자극을 많이 받았고, 공부가 많이 됐다”면서 “정배역을 맡은 임성재형이 너무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 나도 그런 역을 맡아 더 자유롭게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심 들었다”고 했다.

또 하나의 역사도 썼다. 지난 2015년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데뷔해 20여 편의 작품에 출연 끝에 처음으로 키스신을 촬영한 것이다.

“진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워낙 임세미 누나가 편하게 해주고, 누나의 연기를 받아서 감정도 왔었고··· 다행히 무사히 찍었어요. 근데 첫 키스신이 아름다운 키스신이 아니어서 안타까웠네요.”

언제쯤 작품에서 쌍방 로맨스를 볼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눈을 반짝였댜.

“지금 촬영 중이에요. 드디어,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예정입니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