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반대로 무산? 키옥시아-WD 합병 협상 중단
글로벌 낸드플래시 2, 4위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 간의 합병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당초 이달 말까지 합병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는데 돌연 중단된 것이다. 일각에선 키옥시아 주요 투자사로 양 사 통합의 열쇠를 쥐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최근 합병에 동의하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이 지난 26일 키옥시아에 합병 협상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두 업체는 지난 2021년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를 인수하는 형태로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가 각 사의 지분 가치 평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무산됐다. 협상은 올 들어 재개됐고, 최근 일본 금융권에서 대출을 2조엔(약 18조원) 받기로 하는 등 합병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막바지에 협상이 중단되면서 재개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졌다. 협상 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웨스턴디지털 주가는 9.3% 하락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웨스턴디지털이 협상을 중단한 이유로 SK하이닉스가 합병 관련 입장을 밝힌 영향이 크다고 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7년 일본 도시바에서 키옥시아를 인수하려고 결성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4조원가량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는 투자사로서 키옥시아의 합병에 대한 동의권을 갖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합병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26일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콘퍼런스콜(투자자 대상 전화 회의)에서 “양 사 합병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반대 의사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합병을 둘러싼 잡음도 많았다.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국 마이크론이 독과점하고 있는 D램과 달리 삼성(점유율 31.1%), 키옥시아(19.6%), SK하이닉스(17.8%), 웨스턴디지털(14.7%), 마이크론(13%) 등 다섯 업체가 고루 시장을 나눠 갖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양 사 합병 시 점유율 수치를 단순 합산하면 1위 삼성전자를 뛰어넘기 때문에 시장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낸드 시장 불황 장기화로 단독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자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합병 작업에 다시 속도를 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협상에는 경제 안전 보장 관점에서 미·일 양국 정부도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면서 “장래에 키옥시아와 협력을 염두에 둔 SK 측이 경영 통합 시 웨스턴디지털의 주도권이 강화될 것을 우려해 동의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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