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Z세대의 고함… “그래도 우리는 함께 살아내야 한다”[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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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생, 스스로를 '아나카 페미니스트(아나키스트 페미니스트)'라는 일본의 Z세대 작가 다카시마 린은 책 전체를 통해 외친다.
"지하철 사린사건과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일어난 1995년 가을에 태어났다. 유치원을 졸업할 무렵 미국에서 9·11 테러가 있었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시기에 리먼 사태가 터졌으며, 중학교를 졸업할 때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호경기를 경험하지 못했고, 해마다 모든 게 나빠지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인생을 살아왔다 우리 세대는 처음부터 대체로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있다. 아니 어쩔 수 없이 체념하게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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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시마 린 지음│이지수 옮김│생각정원
1995년생, 스스로를 ‘아나카 페미니스트(아나키스트 페미니스트)’라는 일본의 Z세대 작가 다카시마 린은 책 전체를 통해 외친다. “쓰레기 같은 시스템을 뒤집어버려야 한다.” 그러니 “당신도 이 혁명적 행동에 휩쓸려 달라.”
짧은 몇 구절 인용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은 매우 선동적이다. 저자도 ‘언어적 선동’이라고 자인했다. 그가 말하는 뒤집어야 할 시스템은 국가, 가부장제, 이성애 규범, 자본주의를 비롯한 온갖 권력과 차별, 많은 사람을 배제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그의 거친 주장은 일본 Z세대의 정서와 패배 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의 자기소개만 봐도 그렇다. “지하철 사린사건과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일어난 1995년 가을에 태어났다. 유치원을 졸업할 무렵 미국에서 9·11 테러가 있었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시기에 리먼 사태가 터졌으며, 중학교를 졸업할 때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호경기를 경험하지 못했고, 해마다 모든 게 나빠지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인생을 살아왔다… 우리 세대는 처음부터 대체로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있다. 아니 어쩔 수 없이 체념하게 되었다고 본다.”
책은 저자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쓴 매우 정치적인 에세이 28편을 묶은 것인데 실제 저자는 책을 쓸 당시 박사 후 과정 중에 경제적 불안, 학업적 전망의 부재, 우울증과 조현병 진단까지 받아 제목처럼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상태였다. 그는 세상을 구할 두 축을 아나키즘과 페미니즘, 즉 ‘아나카 페미니즘’으로 봤다. 아나키즘이되 남성 우월적이지 않고, 페미니즘이되 여성 이외에 세상의 모든 차별에 관심을 갖는 페미니즘이다.
책은 2023년 일본의 대표 서점 기노쿠니야의 인문 대상을 받았다. 그저 무책임하게 세상에 대한 온갖 불만을 쏟아내는 책이 아니라는 뜻이다. 개인적 경험과 서사,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학문적 깊이, 예리한 통찰, 여기에 잘 읽히는 도발적 문체로 문제의식을 계속 확장하며 시대를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제목처럼 이불 속으로 들어가 버린 사람들, 세상이 쓸모없다 여기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혁명을 꿈꾼다. 이불 속에서 나와 연대하자는 것이다. 물론 책엔 목표만 있지 거기에 이를 방법도, 그다음 전략도 없다. 누군가는 무책임하다고 할 수있다. 하지만 때론 문제를 내던지는 것 자체가 한 걸음 나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316쪽. 1만8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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